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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내 결혼식이 그리스 이웃 코스타스 아저씨를 놀라게 할 줄 몰랐어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7. 18.

 

 

 

 

 

최근 한국의 한 방송사에서 그리스에서의 촬영을 앞 두고 그리스식 결혼식에 대해 자세히 알고자 여러 번 이 메일과 유선상으로 문의를 해왔습니다.

이런 질문들을 받는 것은, 제가 블로그 오른편에 그리스 결혼식에 대해 아예 따로 빼서 글을 모아둘 정도로 그리스 결혼식이 그 만큼 거대하고 준비할 것이 많은 대단한 축제인데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교류가 많지 않은 한국에는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독자님께서는 제 결혼식이 유난히 컸기에 그리스 결혼식을 특별히 소개하는 것으로 알고 계셨는데 그건 아니고요. 본래 그리스 결혼식은 영화 제목처럼 크고 독특하기 때문에 소개를 드리는 것입니다.)

 

어제도 곧 그리스 촬영을 앞둔 방송국 작가분과 통화를 하고 나니, 문득 제 결혼식에서 본의 아니게 이웃 코스타스 아저씨를 경기 일으키게 했던 일이 떠올라서 혼자 웃게 되었습니다.

 

 

전에 소개한 대로 그리스에서는 결혼식 당일 결혼식을 앞두고 신랑은 신랑 집에서, 신부는 신부 집에서 옷을 입는 것부터 화장까지 다 준비를 하게 되는데 (관련글: 2013/06/05 - 나이트가운 입고 하객을 맞이해야 하는 그리스 결혼식 2013/06/15 - 아버지가 딸의 신발을 신겨 보내는 감동의 그리스 결혼문화) 이 때 가족 친척들이나 가까운 친구들은 결혼식에 가기 전에 신랑 신부 집에 들러서 이런 과정을 축복하고 지켜보게 되어있는데요.

 

이때 신부 뿐만 아니라 신랑도 신랑 친구들이 이렇게 양말부터 결혼 예복까지 입혀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동수 씨의 바지를 입혀주려던 동수 씨의 친구들이 이미 속옷을 입고 있는 동수 씨에게 빨간 티팬티를 건네는 장면입니다.

저는 신부이기 때문에 이 장면을 나중에 DVD로만 확인했는데요.

(그리스는 결혼식 전에 신랑 신부가 서로의 예복을 미리 보지 않는 문화가 있습니다.)

집에 모여있던 하객들이 친구의 장난에 어찌나 웃던지요^^;; 

 

 

당시 동수 씨가 시댁에서 하루 종일 이런 과정을 마친 후 예식이 있는 교회로 출발을 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이렇게 신랑이나 신부가 하루 종일 단장을 마치고 집에서 출발을 할 때, 집에 왔던 모든 하객들과 부모님은 출발하는 신랑이나 신부에게 현관에서 쌀을 뿌리며 축복을 하게 되는데요.

부모님이 결혼하는 자녀에게 쌀을 뿌리면, 현관에서 일렬로 기다리던 다른 친척 하객들이 모두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모든 그리스 결혼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루 종일 이어졌던 단장을 마치고 예식 장소로 출발하려 할 때 하객 중 한 명이 미리 준비를 해 두었다가 새출발을 축하하는 의미로 공포탄을 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시 저희 지인 중에 사냥을 좋아하는 디미트리스(미미) 군이 특별히 총을 준비했고, 동수 씨가 예식 장소로 떠날 차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오며 하객들로부터 축하를 받을 때 하늘로 공포탄을 "탕! 탕! " 쏜 것입니다!

 

그 때, 하필이면! 이웃 코스타스 아저씨께서는 다른 하객들이 있는 마당에 계셨던 것이 아니라, 예식 장소로 떠나시려고 대문 밖에 계셨는데요.

담 때문에 디미트리스 군이 공포탄을 쏘는 모습을 미처 보지 못하셨던 아저씨는, 갑작스런 총소리에 기겁을 하고 놀라셔서 경기를 일으키실 뻔 한 것입니다.

 

 

 

저야 그 때 다른 장소에 있었으니 아저씨의 이런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아저씨가 너무 놀라서 진정하시느라 아주 애먹으셨다는 사실을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몇 달 뒤에 결혼식 DVD를 받고서야 코스타스 아저씨가 담 밖에서 무방비 상태로 계시다가 경기하듯 놀라시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정말 죄송하게도 아저씨의 이 모습은 DVD에 고스란히 담겼고, 이 DVD를 보는 사람마다 놀라시는 아저씨 덕에 폭소를 하게 되고만 것입니다.

 

 자, 여러분도 동영상을 보시기 전에 공포탄 소리에 놀라실 수 있으니

소리를 작게 하고 재생해주세요!  

 

 

이 놀라는 장면 때문에, 제 한국 가족 친구들에게까지 유명해지신 아저씨입니다.^^

 

 

 

사실 코스타스 아저씨는 뭐든 뚝딱뚝딱 잘 만드시고 텃밭이며 마당이며 얼마나 잘 가꾸시는지 그분의 목재 작업창고를 지날 때마다 저 역시 "우와!" 감탄하곤 하는데요.

아저씨는 겨울 동안 이용할 벽난로 장작을 전기 톱으로 잘라서 창고에 쌓아 두시는 월동준비를 저희 이웃 중에 가장 먼저 끝내시는 분이셔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 미처 장작을 주문하지 못한 이웃들이 아저씨에게 급히 하루 치만 빌리러 가기도 할 정도로 성실하고 인심 좋은 분이십니다.

정년퇴직 하신지 한참 되셔서 연세도 많으신데도 불구하고 평소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부지런하게 움직이시며 마음까지 따뜻한 아저씨를, 본의 아니게 그렇게나 놀라시게 해드려서 얼마나 죄송했나 모릅니다.

 

훗날 들리는 얘기로는 이랬습니다.

 

원래 그리스 결혼식에서는 이렇게 하객들이 신랑 신부의 집에서 예식 장소로 이동하면서 다들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게 되는데, 이 때 하객들은 신랑이나 신부를 실은 웨딩카를 일렬로 줄을 지어 따라가며 차례로 "빵 빵 빵" 계속 경적을 울리며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식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지요.

(*만약 그리스를 관광하시다가 어느 주말 길에서 이렇게 일렬로 줄을 지어 자동차들이 계속 빵빵 대며 지나간는 것을 보신다면, 그건 무슨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결혼식에 가는 길이기 때문인 것이니 놀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코스타스 아저씨는 놀란 직후에는 짐짓 괜찮은 척 하셨지만, 이렇게 예식 장소로 자동차로 이동하시면서도 갑작스런 총소리에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되어서, 빵~빵~ 경적을 누르는 것도 잊고 운전을 하셨다고 하네요^^;;

 

"아저씨! 죄송합니다!!"

미안미안

 

 

크고 거대한 그리스 결혼식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됩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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