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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한국보다 그리스에서는 별로 귀하지 않은 것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7. 10.

 

 

 

 

 

'이런 게 그리스에선 뭐 이렇게 흔하지?

게다가 신기하게 아무도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한국에서는 귀한 것이었는데 그리스에서는 참 흔해서 사람들이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 그리스에 살며 이렇게 깜짝 놀랐던 것들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 대리석(Μάρμαρα말마라)입니다.

 

처음 그리스의 많은 집들을 방문 했을 때 어쩌면 집집마다 이렇게 대리석 계단이 많은지 정말 신기했습니다. 저희 집처럼 지은 지 오래된 집들도 마당에서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부터 집 안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집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떤 집들은 호화저택이 아닌 평범한 일반 주택인데도 바닥에 타일 대신 대리석이 깔려 있곤 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우체국, 세무서, 시청 등 관공서의 민원인들이 서류를 떼거나 업무를 보는 긴 테이블들도 대리석으로 된 것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문구점에서 파는 일부 물건에도 대리석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있어 정말 깜짝 놀라곤 했었는데요.

 

 

건 지난 학년 말 소풍 때 참석했던 딸아이 친구 아빠 스피로스가 소풍 장소인 산에서 우연히 줍게 된 대리석 덩어리입니다. 아빠바람이 많이 부는 로도스 날씨에 베란다 테이블 앉아 책을 볼 때 책장이 날리지 않게 고정용으로 사용해야겠다며 좋아했습니다.

(아마 그리스에서 화선지에 붓글씨를 쓴다면 화선지 고정용 문진으로 대리석 문진을 사용하지 않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대리석이 흔하고 비싸지 않을까 궁금해 알아보니 그리스는 사실 대단한 대리석 보유국이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고대 그리스에서 대리석 유물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스의 것이지만 대영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 고대 파르테논의 대리석들

 

 

Νησιώτης μαρμαράς στην Ακρόπολη.
(Μ. Ρέεμπυ, 1835, από το βιβλίο: «Αθήνα 1818-1853, έργα δανών καλλιτεχνών»,
έκδ. «Πνευματικό Κέντρο Δήμου Αθηναίων»).

아크로폴리스의 섬 대리석 (1835년 책에 실린 작품)

고대 그리스에서 이렇게 대리석을 조각해서 아크로폴리스를 만들었을 거라는 상상도입니다.

 

 

 

하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대리석이나 다른 나라 유명한 대리석들만큼 그리스 대리석이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그리스가 더 이상 대리석 수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수출 판로 등의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현재 그리스의 실정을 비추어 보았을 때 대리석뿐만 아니라 그리스 국토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광물질에 대해서도 채취를 법으로 금지하고 광산을 닫는 조치를 수 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을 만큼, 그리스가 자국의 자산들을 미래를 위해 더 이상 캐내지 않고 정책적으로 보유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로도스 섬 내에도 10년 전에 문을 닫은 금광과 철광들이 있는데, 여전히 그 장소에 금과 철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고 채취를 엄격하게 법으로 금하고 있어(무단 채취를 감행할 경우길 경우 벌금과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지역 주민들만 그 곳이 광산이었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또 하나 그리스에서 흔한 것들은 Made in Italy 메이드 인 이탤리, 바로 이탈리아 물건! 입니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예능 패러디를 통해 현빈의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든 트레이닝복'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왼쪽: 네티즌들이 현빈의 옷을 바느질 하는 이탈리아 장인의 사진을 만들어 낸 것

오른쪽: 드라마에서 현빈이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트레이닝복

 

 

 

이렇게 한국에서는 이탈리아(이태리) 물건이라 하면 일단 장인들이 만든 좋은 물건이란 인식이 있고 또 그만큼 가격이 비싼 물건이 많습니다.

물론 그리스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들에 대해서는 "어! 대단한데! 좋은 거 샀는데!" 라고 값어치를 인정하지만, 아무래도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바로 이웃나라이다 보니 그냥 일상적으로 쓰는 물건 중에 의외로 이탈리아 물건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물병은 저희 집에서 쓰고 있는 것인데, 근처 마트에서 2유로(3,000)에 구입해서 몇 년째 쓰고 있는 것입니다.

어느 날 물병을 깨끗하게 닦다가 비로소 이 물병이 Made in Italy 인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 바지는 동수 씨가 작업복 바지로 입고 다니는 것으로 동네 마트에서 그냥 구입했던 것입니다. 며칠 전 이 바지를

빨아서 개키다가 그제서야 이 낡은 바지의 정체가 Made in Italy 라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희 가게에서 사용하는 기계들 중에도 이탈리아 산이 참 많은데요.

 

생각해보면 이는, 한국에서 '가까운 나라인 일본' 물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다이소처럼 저렴한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에서도 일본어가 쓰여진 일본 제품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제품을 일반 마트나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인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에도 폴리폴리Follie Follie 코레스KORRES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그리스 자국 브랜드들이 있고, 세계 어디나 많은 Made in China는 그리스에서도 흔하다는 점은 예외가 없습니다.

 

 

 

 그리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폴리폴리 Follie Follie

 

 

 그리스에서는 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천연 화장품 브랜드 KORRES

 

 

 

마지막으로 주제와 관련해 한국에 갔을 때 있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작년 이 맘 때 한국에 갔을 때, 저는 한 사업 선배분의 댁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이 분은 서울 근교에 새롭게 조성된 근사한 전원주택 단지로 이사를 하시게 되었고 저는 그 댁을 구경할 겸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유명 연예인들도 산다는 그 단지는 유럽풍으로 지어진 곳이었는데, 집 시세들어보니 어마어마한 곳이었습니다.

제 지인께서는 그 집을 사서 추가로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수리하셨고 저와 함께 간 일행들은 집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을 보여주시던 선배분의 이야기를 듣고는 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해야 했었는데요.

 

그분의 이야기가 이랬기 때문입니다.

 

이 집을 계약하고 둘러보니 바닥이 마음에 안 드는 거에요.

그래서 비싸지만 대리석으로 거실 전체를 바꾸었어요.

그리고 저기 벽난로 보이시지요?

저건 이태리에서 직수입해서 판매하는 업체에서 좀 비싸지만 집과 어울리는 것 같아

구매하게 되었답니다.”

 

 

만약 제가 그리스에 사는 상태가 아니었고 그냥 한국에 살던 때였다면, 분명 그분의 소개에

우와! 정말 멋있어요!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요?” 라며 격하게 반응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평소 워낙 존경하는 분인데다 좀처럼 집 공개를 안 하는 분께서 특별히 초대해 식사 대접까지 해주시며

집을 보여주시는데 분명 진심으로 그 독특한 대리석과 벽난로에 감탄하며 물개박수를 치며 호응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정말 비싼 값을 치르고 그 대리석과 난로를 구입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먼 곳이니 운송비를 포함해 판매자 이윤까지 현지와는 완전 다른 금액이 되어

한국에서 판매될 테니까요.

 

하지만 저는 대리석과 이탈리아 물건이 흔한 그리스에 살고 있었고, 게다가 그 이탈리아산 벽난로는

그리스의 벽난로 가게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이었기에 감탄사를 크게 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호응해드리고 싶었는데 ~ 정말 좋네요!” 정도로 끝나버린 제 말투가 워낙 저도 모르게 밋밋해서,

그분이 이 사람이 그리스에 가더니 좀 달라졌나?’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도 대리석과 이탈리아 물건에 감탄하고 싶었지만 감탄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아,

어느새 그리스 문화에 익숙해져 버렸나 싶어 조금은 다행스럽고 조금은 씁쓸했던 한국 방문이었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이제 누군가 집에 새로 깐 대리석이나 이탈리아 물건을 자랑할 때,

, 그리스에서는 흔하다던데.”라며 짐짓 태연하실 수 있으실 지도요.^^;;

 

 

 

 여러분, 당당하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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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한국에서는 비교적 구하기 쉬운 인삼 같은 것은 그리스에서는 구경하기도 어려운 물건이라

   아무리 더워도 삼계탕다운 삼계탕은 못 끓여 먹음을 알려드립니다. ㅠㅠ

   팥도 귀해서 팥빙수도 만들기 어려워, 콩빙수를 해 먹어야 하나 고민중에 있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콩빙수가 맛있으면 꼭 알려드릴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