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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엄마, 왜! 동계올림픽 한국에서 안 해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2. 7.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가 소치, 라는 사실에 대해 딸아이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한국TV를 볼 때 화면 오른쪽 귀퉁이에 D-20, D-10 날짜가 줄어 갈 때마다 "아! 곧 동계올림픽 하는 거야? 우와! 김연아 선수도 볼 수 있겠네! 아이, 신난다!" 라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올림픽이 임박하고 나서야 그 D-day는 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이 아닌 소치에서의 동계올림픽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그리스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데...

 

 

 

"있지, 마리아나...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건데…

넌 이번이라고 생각했구나?"

뭐가 그렇게 서운한지 한숨까지 푹푹 내쉬는 딸아이에게, 저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눈치를 보며 말을 해야 했습니다.

한참을 한숨을 내쉬던 딸아이는 자신이 동계올림픽 장소를 헷갈렸다는 사실보다 이번에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더 집중한 듯, 도리어 볼멘 소리로 제게 말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요. 엄마. 왜 평창동계올림픽은 홍보를 많이 안 해요? 홍보를 많이 했다면 나도 2018년인 줄 진작에 알았을 거에요."

"그거야 우리가 그리스에 사니까 한국의 올림픽 홍보를 잘 들을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걸 거야."

"하지만 올림픽은 세계적인 축제잖아요. 근데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거라는 것에 대해 그리스인들은 거의 모르고 있단 말이에요."

"그건...글쎄, 그리스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르실 수도 있는 거야..."

"아니에요. 제가 두 분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저희 반 친구들 중 누구도 아는 아이들이 없었고 학교 선생님 중에도 아는 선생님들이 없었어요. 제가 그 동안 한국 동계올림픽 얘길 얼마나 하고 다녔는데요!"

     엉엉

딸아이 앞에서는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고 딱 잘라 얘길 했지만, 이런 기사가 날 정도인 것을 보면 정말 국제적인 홍보에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녀석이 그렇게 학교에서 한국 동계올림픽 얘길 떠들고 다녔는지에 대해 저는 몰랐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얘길 했다는 거야? 넌 2018년에 하는 줄도 몰랐다며."

 

"저는 D-day 라고 한국 TV에 계속 나오길래 당연히 이번이 한국 동계올림픽인줄 알았어요.

물론 한국인인데 연도를 잘못 안 건 좀 부끄럽지만, 정말 그리스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 봤었거든요.

'한국에서 동계올림픽 하는 거 아세요?' 이렇게요.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몰랐어요.  

알리끼 이모 알지요? 아테네에서 신문기자를 하는 이모. 근데 알리끼에게 물어도 모르던 걸요.

이모랑 매일 통화하면서도 모르던 걸요. 사실은 그 동안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그리고 요즘에 우리 교과서에 일본, 중국 얘기만 나와서 진짜 속상했는데,

이렇게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덜 알려져 있으면, 한국의 디모스(Δήμος '자치체' 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한국을 알리도록 노력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

안습

 

딸아이 말대로, 최근 딸아이의 교과서에서 '일본의 시 형식'과 '그리스어 단어의 음절'을 연결하여 배우는 부분이 나와 깜짝 놀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젠 영어 교과서에 중국의 판다 곰과 대나무에 대한 대화내용이 실리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국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물어도 전 학년 교과서 어디에서도 한국 관련 이야기는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아무리 한류 열풍과 기술력 강한 대한민국으로 유럽에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해도, 아직은 유럽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미하구나 싶어 씁쓸했습니다.

 

 

어떻든 딸아이는 이날부터 그리스인 친척들과 학교에 열심히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너, 한국에서 동계올림픽 하는 거 모른다고 했지?

그게 평창이란 곳에서 하는데 2018년이래.

완전 끝내주지? 역시 한국이지?"

대박

 

동계올림픽을 열기엔 날씨가 적합하지 않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사업 실패로 많은 적자를 떠 안았기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다른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적은 그리스에 사는 딸아이는, 평소 학교에서 좀 수줍은 캐릭터라는 자아를 잃어 버리기라도 한 듯 한국의 동계올림픽 홍보에 열을 올리고 나섰습니다.

 

친구 알리끼에게는 이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요.

 "알리끼! 아테네의 이모에게 꼭 꼭 말해 줘. 2018년 동계올림픽은 한국에서 열린다고! 그리고 평창이라는 곳이라고! 어쩌면 이모가 기사를 써 줄지도 모르잖아. 부탁할게.

그리고 너네 옆집에 사는 독일인 아주머님에게도 꼭 꼭 알려 줄래? 그 아주머님이 전에 만났을 때 내가 평창동계올림픽이라고 말했더니, 평양이냐고 물었단 말이야. 북한에서 열리는 줄 알았다잖아. 아휴, 정말 속상했단 말이야. 친구야, 꼭 꼭 전해 줘야 해. 2018년이라고! 북한 아니고 남쪽 한국, 대.한.민.국.이라고!"

슈퍼맨 

 

이렇게나 열을 내는 딸아이가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게나 한국이 좋은가 싶어 저는 넌지시 물었습니다.

"너...왜 그렇게 한국이 좋은 거야?"

"우리나라니까 그렇지! 엄마는 그런 걸 묻고 그래. 당연한 얘기를!  근데 뭐...사실은 한국에는 맛있는 게 진짜 많아서 좋기도 한데... 순두부, 곰탕, 생선구이, 어묵, 된장찌개, 짜장면... 그게 절~~대 첫 번째 이유는 아니야! 오해하기 없기야! 엄마~!"

라며 헤헤 웃는 딸아이입니다.

ㅎㅎㅎ

외국에 나오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더니, 자신의 고향이 한국이고 그래서 자신은 그리스인이기 보다는 언제나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딸아이 역시 예외는 아닌가 봅니다.

 

오늘이 드디어 소치올림픽이 개막일이네요. 물론 한국의 올림픽 관계자들이 2018년에 열릴 한국의 동계올림픽에 대해서 열심히 홍보하고 있겠지만, 아직 국제적인 인지도가 낮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국제 홍보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좀 더 관심 있게 참여하면 좋겠구나 싶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사이트 http://www.pyeongchang2018.org/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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