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리스인 시댁 가족 친척들과 함께 그리스 식 새해 맞이 파티를 함께 하고, 사람들을 모두 배웅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니 이곳 시간으로 새벽 세 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꼭 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그리스인들의 새해 맞이 문화와 풍습에 대해서는 곧 다시 자세히 쓰도록 할게요.)
이곳 시간으로 오늘 낮에, 이미 12월 31일 밤이 되어버린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메신저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저와 딸아이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때마침 저희 집에 들르셨던 시어머님께서, 사돈인 저희 부모님께 새해 인사를 하셨는데요.
"안녕!(한국어로) 하우 아 유? (영어로) 갈라 이세?(그리스어로) "
떠오르는 대로 좀 급하게 3개국어를 연결시켜 인사하시고 나니, 어머님은 좀 멋쩍으셨는지 손녀에게 "한국어로 '좋은 새해(갈리 흐로냐 Καλή χρονιά)'라는 '그리스 새해 인사'에 해당 되는 말은 뭐니?"라고 물어보셨습니다.
딸아이는 한 자씩 천천히 시어머님께 가르쳐 드렸는데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말을 들으신 어머님은 얼추 비슷하게 한국어를 따라 하셨고, 저희 부모님은 기쁘게 그 인사를 웃으며 받으시며, 역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답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저녁에 파티를 하며 식사를 하는데, 남편 매니저 씨는 제게 "한국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는 발음이 참 어려워. 그래도 뜻이 좋아서 꼭 기억하고 싶은 문장이야."라고 말을 건넸고, 그 말을 듣게 된 어머님께서는 "그게 무슨 뜻인데? 그냥 그리스어처럼 좋은 새해! 라는 뜻 아니니?" 라며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문장 그대로 직역해서 그리스어로 풀이를 해 드렸는데요.
"빠레떼 에프띠히아 뽈라 스토 네오 흐로냐! Πάρετε ευτυχία πολλά στο νέα χρονιά"
일반적으로 단어가 한국어에 비해 좀 긴 그리스어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풀이하니, 한국어 보다는 좀 더 긴 문장이 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어머님은 이 의미에 대해 이렇게 반응하셨습니다.
"그렇게 많은 뜻이 짧은 (음절의)문장에 다 들어가는 거야? 대단하네! 대단히 좋은 인사, 좋은 뜻이네!"라며 감탄을 하셨습니다.
그리스어로 짧은 인사인 '좋은 새해!'에 비해 상당히 많은 뜻을 담고 있다고 여겨지셨던 모양입니다.
이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고모님까지 함께, 그리스인들에겐 좀 어려운 한국어 발음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연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인 가족들에겐, 이 한국어 새해 인사의 의미가 정말 맘에 들었던 것이지요.
덕분에 정말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이 문장에 대해, 저 역시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답니다.
마치 상대의 행운을 빌어 주는 듯한 이 인사 처럼, 첨단기기가 발달할 수록 서로를 돌아 보는 시간이 줄고 점점 개인적인 문화가 되어가는 한국 사회가, 이 새해 인사를 나누면서 서로의 행복을 기원해주며 조금은 더 따뜻해졌으면 싶었습니다.
여러분,
2013년 여러분과 함께 소통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부족한 저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년, 소원하신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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