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잖은 여자들은 절대 모르는
그리스와 한국의 비밀연애.
어제와 그제의 글에 이어
2013/01/29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좀처럼 적응하기 힘든 그리스인들의 참 쉬운 스킨십.
2013/01/30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나를 골치 아프게 하는 '그리스의 이성에게 대시하는 문화'
오늘 드디어 저의 요즘 고민거리인 M양의 비밀연애 를 밝히게 되겠네요.
그에 앞서 바로 오늘 저녁 있었던 일을 먼저 얘기해보겠습니다.
저녁에 저와 딸아이는 미리 약속한 대로 딸아이의 친구 알리끼(영어권의 엘리스와 같은 뜻의 이름입니다.)의 집에 차를 마시러 갔었습니다.
알리끼 엄마 마리아는 로도스 국립병원의 의사이고, 이 가족은 아테네에서 아이들 교육 때문에 로도스로 이사온 케이스 중에 하나입니다.
<그리스 로도스시에 위치한 로도스 국립병원>
마리아와 저는 아이들이 반에서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한달에 두어번은 함께 차를 마시며 아이들 교육 얘기를 나누는 그런 친구사이입니다.
성격인 싹싹한 마리아의 집엔, 자주 그녀의 다른 친구들이 예고없이 동석하기도 하는데요.
어제 글에서 밝힌 보수적인 그리스인에 해당되는 마리아의 친구들은 모두 보수적입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친구들은 대개가 마리아처럼 그리스 타지에서 교육,직장 등을 이유로 이사온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파티에 가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리스인들이지만 모두 보수적이고, 모두 타지사람이니까요. 그런 묘한 동질감때문에 텃세를 부리거나 콧대를 세우지 않는, 제게는 참 좋은 사람들입니다.- 다혈질 매니저씨는 이 모임이 지루하다고 말하지만, 그는 처세술이 남달라--;; 내색하진 않습니다.)
오늘은 마리아의 집에 처음 본 친구가 놀러왔고
마리아가 아이들의 과일을 챙기는 사이, 저와 그 친구는 서로의 프로필에 대해 간략히 소개했습니다.
인상이 서글서글한 그녀는 로도스시 약물중독자 재활병원의 의사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교사인데, 갑자기 발령이 그리스 북부지역으로 나는 바람에 이번 주말에 남편 혼자 이사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최소 5개월은 그 곳에서 근무해야한다며 어린 두딸을 건사하며 직장생활하며 정신없을 자기 상황이 씁쓸하다며 속상해했습니다.
저는 곧바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거기에 혹시 친척이나 가족이나 누가 사나요?"
"아니요. 완전히 모르는 지역이에요. 아테네에서도 네시간이나 차로 올라가야하는 곳인걸요."
"아..그럼 혼자 여러가지 불편하시겠네요."
"그렇죠. 그래도 경기가 이렇게 나쁜데, 학교를 그만둘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어요."
제 친구 마리아와 그녀는 둘다, 그 남편분에 대한 다른 걱정은 없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남편분은 서글서글한 인상의 그녀처럼 부부간의 신뢰를 금쪽같이 여기는 좋은 인품의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리스인들의 대책없이 이성에게 대시하는 불편한 경우를 많이 보아온 저로서는,
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그 두 명의 보수적인 여자들이 알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했습니다.
그리스인 M양은 저희 가족의 친척 중 한 명입니다.
그녀는 2년 반의 결혼생활 끝에 이혼을 했고, 가장 큰 이혼 사유는 남편 집안의 힘자랑이었습니다.
남편은 여러 형제의 막내였고, 마마보이였으며, 재력있는 전통적인 그리스집안이었는데
시부모는 아들이 며느리에게 결혼 후 기죽는 게 싫어서
여자 집안에서 대궐같은 집을 지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바로 옆 땅에 아들 명의로 한 채의 집을 더 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명절 때와 주말엔 여자의 친정집으로 가야하는 그리스 전통대로 M양부부는 친정집으로 자주 왔었고, 친척인 저희가 그 친정집에 갔을 때, 함께 만났던 일도 잦았었습니다.
M양의 남편집안 사람들은 주말이나 명절 땐 아들 며느리와 함께 못 지내니 주 중에 단체로 스무 명씩 찾아와 그녀집에서 진을 치고 먹고 마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남편이 중간에서 중재를 잘 하고 아내에게 고마와 하면 그래도 잘 넘어갈 일들인데,
남편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아내를 나 몰라라 했고,
여름 성수기에 직장에서 열시넘어 녹초가 되서 돌아온 그녀의 집엔, 온 시댁가족친척이 진 치고 앉아 먹고 마시는 또 다른 일거리가 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스 사람들은 여름엔 밤 1시에 바베큐를 구워먹기도 합니다.)
그녀는 긴 소송끝에 이혼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그 이상한 시댁식구들의 그녀에 대한 뒷담화로 맘고생을 많이 하던 중,
직장동료인 A씨에게 자신의 문제를 자주 털어놓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유부남인 A씨와 M양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는 현재까지 3년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A씨의 아내와 아이들은 이 사실을 모릅니다.
그런데 저를 아주 미춰버리게 만들고 있는 것은 M양이 비밀연애를 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일들이 저를 골치아프게 한답니다.
1. "올리브나무야~오늘 A가 내게 이런 선물을 해줬어. 오늘 A랑 무엇 무엇을 했어~그는 너무 사랑스럽지~"
라며 제게 A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인 것처럼 자랑할 때.
(M양아, 걔는 유부남이잖아. 아내를 속이고 있다고. 어떻게 좋은 사람일 수가 있어. 한 여자를 속일 수 있는 사람은 너도 속일 수 있단 말이야. 왜 그걸 몰라!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에대한 부정적인 얘기는 입도 뻥끗 못하게 합니다.)
2. "정말 못 헤어지겠으면, 차라리 A에게 이혼을 하고 너랑 만나자고 하면 어때? 너를 그렇게 사랑한다며.
너랑 A는 미래가 없잖아."라고 겨우 조심스레 충고하는 제게,
"하지만 A는 애들때문에 안된대. 이혼하면 쫓겨나서 애들을 못 보잖아."
"아니, 그럼 A는 한 집에서 아내와의 잠자리는 어떻게 피하는 거야?"
"그건...아내와도 잠자리 한대. 의심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가 사랑하는 건 나야. 그래서 난 상관 없어. 그녀의 아내는 뚱뚱하고 고루하고 콧대만 높고 매력이 없거든. 나봐. 얼마나 날씬하고 예뻐."
(헉. M양아. 이 미친 것아. 그게 너를 사랑하는 남자의 자세야???? 정신차려라.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역시 뚫린 제 입도 뻥끗 못하게 합니다.어휴 속터져.)
3. M양의 친정부모는 M양이 결혼할 당시 지어주었던 대궐같은 집의 대출금을 아직 갚아주고 있는 중입니다.
M양은 현재 그 집에 혼자사는데, 경제위기로 그녀의 부모는 그 집 대출금 다달이 갚는게 버거워서,
그 집을 팔고 좀 작은 데로 옮겼다가 만약 재혼을 하게 되면 다른 집을 지어주겠다고 그녀에게 제안했지만,
그녀는 "왜? 나는 Lady인데, 이 집을 지을 때 얼마나 공들여 최고급 자재를 골라 지었는데, 왜 내가 이사해야 해? 전기세랑 공과금도 나 혼자 벌어 내고 있고 대출금만 부모가 내주는 건데?" 라고 태평한 소리를 합니다.
게다가 부모 집이랑 좀 떨어진 곳에 있는 M양의 현재의 집이, 그녀의 부모에게 A씨와 비밀연애를 유지하기에 좋은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비밀연애와 그녀의 공주병을 충족시키위 위해 그녀의 부모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가족친척모임에서 늘 한숨으로 땅이 꺼집니다.
게다가 그 분들은 저희 집안과도 사업적으로 거래가 있어서
그 가족의 경제 부담은 저희에게도 약간의 사업의 위축을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연계성이 있습니다.
결국 그녀의 비밀연애는 저희 집안의 사업의 위축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매니저씨의 절친 중 한명인 B군은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저는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왜 한동안 연애를 못했는지 잘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남을 잘 챙기면서도 자기 가치관이 분명하고 성품도 좋고, 훈남에, 근육질 몸매, 안정된 직장, 그리스 남자이면서 집도 장만해 둔 일등 신랑감인 그의 과거연애사 얘길 그의 형수로 부터 우연히 전해 듣게 되면서 연애를 안 했던 그의 사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5년 전 쯤, B군은 약혼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와 약혼을 하고 그녀와 함께 살던 B군은 약혼 후 회사일이 바빠서 출장이 잦았었고, 그녀를 자주 챙기지 못했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부쩍 B군의 사촌과 자주 연락을 하고 지내는 걸 목격했지만 성품 좋은 B군은 그녀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그녀와 B군과 B군의 사촌은 셋이 함께도 자주 어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셋은 B군의 시골 별장으로 휴가를 가게 되었고
과도한 업무로 피곤에 지쳐 골아 떨어져 잠이 든 B군은 새벽에 잠이 깨 눈을 뜨게 됩니다.
B군의 옆엔 약혼녀가 없었고, 이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옆방 문을 열었는데
거기에 약혼녀와 B군의 사촌이 함께 침대에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이거 무슨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불륜 스토리인가요. 저는 이 얘기를 듣는 순간 충격으로 한 동안 아무말도 못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B군은 바로 그 사촌에게 주먹을 날려 응징했고
그들의 약혼관계는 바로 끝이 났습니다.
다행히 B군은 지금 참해 보이는 독일 아가씨를 만나 (그리스 여자에게 질렸다며)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실명을 알고 얼굴을 알고 있는 이런 그리스인들의 비밀연애 스토리는
이 밖에도 수십 건에 이르나,
지면 부족으로 또 정신건강을 위해(자체 심의 통과 되기 어려운 이야기들도 있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알던 A양이 있습니다.
그녀는 직장동료 유부남 C씨와 비밀연애 중이었습니다.
제가 그 사실을 눈치챈건 그녀가 말해 주어서가 아닙니다.
평소 붙임성 좋고 업무 능력이 좋은 C씨가, 유난히 A양에게만 묵뚝뚝하게 구는 게 좀 이상해서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알게 되 버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나중 A양이 실토한 스토리는 이렇습니다.
A양과 C씨는 내로라하는 대학 출신이었고, 직업 또한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돈와 명예를 주는 안정적인 종류였습니다.
C씨의 아내는 살림꾼이라 자녀들도 잘 키우고 집안을 잘 꾸미는 멋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C씨와 아내는 각방을 쓴지 오래되었고, 실질적으로 그들의 부부생활은 끝이 난 상태였지만 아이들이나 부모님들 때문에 형식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싱글인 A양과 매일 일을 하며 얼굴을 마주하던 C씨는 A양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들의 비밀연애는 그렇게 시작되어서 A양이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 시점까지 4년동안 지속되었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그 일은 비밀로 묻혀 있습니다.
십 년 전, 저의 지인이었던 한국의 B양은 유부남 D씨와 비밀연애 중이었는데
유부남 D씨는 제가 보기에 아내와 헤어질거라고 B양에게 말만하고 절대 헤어질 기미가 안 보이는
나쁜 남자였습니다.
정신 못 차리는 B양이 너무 안타까와서
저는 그만 오지랖 넓게 D씨의 아내앞으로 익명으로 편지를 써서 D씨 앞으로 보냈습니다.(아내에게 진짜 알게 하려한 게 아니라, D씨 경고용이었지요.)
D씨는 바로 B양과 헤어졌고
당시 B양은 영문도 모르고 울고 불고 죽겠다고 난리가 났지만
몇 년 뒤, 좋은 남자 만나서 지금은 결혼해서 아이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D씨와 B양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회사의 선후배 사이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정 상담을 하던 중,
제 후배가 자기 회사의 사례들이 도움이 될 지 모른다며
비밀연애 실태를 말해주었습니다.
당시 후배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의 직원이었습니다. (궁금하시겠지만 회사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후배는 마케팅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함께 일하던 남자 동료는 약 15명 정도였고
10명정도가 유부남이었는데, 그 중 7명이 부인 몰래 비밀연애 중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나머지 5명의 총각들에게 그들의 비밀연애를 서로 자랑했었고,
5명의 총각들은 그 유부남 때문에 결혼하기가 싫어진다, 라는 반응과
나도 결혼하면 저렇게 비밀연애를 하고 싶다는 두가지 의견으로 갈렸었다고 합니다.
여자인 제 후배는 이런 이야길 공공연하게 직장에서 듣게 되면서
그들의 아내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너무나 가여웠고, 자기가 행여라도 저런 남자들과 만나서 결혼할까 정말 무서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당시에 이 얘기를 들으면서, 이것이 점잖아 보이는 한국의 한켠에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인가 싶어서
씁쓸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당사자들에겐 비밀연애지만 남들 보기엔 좀 더 대 놓고 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당사자들이나 남들 보기에도 비밀연애를 좀 더 비밀스럽게 한다는 것.
그리스에서는 스킨십이 쉽고 아무 이성에게나 대시하므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비밀연애를 한다는 것.
한국에서는 스킨십이 조심스럽고 아무 이성에게나 대시하면 뺨 맞으므로 좀 더 적은 사람들이 비밀연애를 한다는 것.
이런 차이가 있을 뿐.
그리스에도 한국에도 비밀연애는 존재합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과연 이런 비밀연애는 이해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걸까요.
저는 아니라는 쪽에 한 표를 던집니다.
그리스처럼 비율이 높든
한국처럼 비율이 낮든
점잖은 여자들은 절대 모르고, 우리 남편이, 내 남자친구가.. 설마설마 하는
감추어진 불편한 진실, 비밀연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댓글을 기다립니다.
* 연속으로 이 그리스인들의 연애문화 시리즈를 쓰는 것이 제게는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충격이었고 여전히 제게는 고민거리가 되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 한국인들의 사례들에 대해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반론을 제기할 분들께 - 100% 사실만 말씀드렸음을 다시한번 밝힙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생활이라, 사실을 증거를 들어 증명하진 않겠습니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세요. 피터팬님.
* 점잖은 여자들은 절대 모르는 이런 일들을 알고 있는 저는? 점잖은 여자가 아니면 어떤 여자? - 젊은 시절 치열한 사회생활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아보겠다고 이 악물고 별꼴 다 겪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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