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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에서 겪은 최악의 인종차별 사건.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 23.

그리스에서 겪은 최악의 인종차별 사건.

 

 

 

얼마전 한 이웃님께서 댓글에도 남기셨든이

이렇게 좋은 곳에 사는데, 과연 어려움이 있을까.

많은 한국 분들이 로도스에 사는 저에대해 그렇게 생각을 하십니다.

 

그러나, 주 그리스 한국대사관의 통계대로

인구 20만 로도스에 한국인이 유일하게 저 하나,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이 좋은 풍광의 자연에, 게다가 도시와 문화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편리한 곳에,

한국인은 커녕 일본인 조차 살지 않는다는 것이

처음 제게도 의문이었습니다.

 

이 곳에 아시아인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 어디나 살고 있는 중국인들과 베트남인, 필리핀인, 대만인 등이

제가 지금껏 보아온 로도스의 아시아인들입니다.

그들은 대개 옷가게나 중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리스인들에게도 그들의 옷가게와 식당은 인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인의 숫자가 워낙 소수라

길거리에서 우연히라도 아시아인을 만날 확률은 아주 적습니다. 

1주일 내내 시내를 돌아다닐 경우 1회 또는 0회정도입니다.

흑인은 이 숫자보다 더 적습니다.

대게 가까운 아프리카에서 직접 일자리를 찾으러 온 흑인들을 제외하고는

영주권을 갖고 있는 흑인들은 만날 확률이 아주 낮습니다.

이민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이민자는 백인입니다.

 (딸아이의 학급에는 러시아,알바니아,폴란드,네델란드 등에서 온 이민자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32학급 전교생 중 딸아이가 유일한 동양인입니다.)

이런 인종차별의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그리스경찰 한국관광객 폭행사건"에 대한 포스팅 때 자세하게 설명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렇게 백인들의 섬, 백인들의 도시인 로도스에서

제가 겪은 최악의 인종차별 사건 하나를 소개할까합니다.

 

그리스로 이주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딸아이와 저는 시내에 살 것이 있어서 버스로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출처-google>

 

로도스의 버스들은 노선이 여러종류이며, 관광객들도 이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깨끗하고 에어컨시설 등, 쾌적한 편입니다. 버스기사들은 유니폼을 입고 운행하며, 대개는 친절한 편입니다.

1유로(약1500원)면 시내 안 30~40 거리는 어디나 다닐 수 있고, 노인들과 7세미만 어린이들은 무료이용이 가능하며, 

학생 할인이용권도 있기 때문에 차가 있더라도 주차공간이 부족한 로도스시 사람들은 

오토바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내 중심가에서 버스를 탔던 우리는

버스의 뒷자리에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상당히 더운 날씨였기에 버스 기사는 짜증이 많이 나 보였습니다.

버스가 20분 쯤 운행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엔진에 이상이 생겼는지 푸륵거리는 이상한 소리와 함께 버스가 멈췄고,

버스기사는 신경질적으로 버스 아랫부분을 열고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버스회사 다른 직원이 와서 버스를 고쳤습니다. 그리고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버스 안에는 승객들이 스무명정도 타고 있었는데 버스 운행이 지연되자 조금씩 불평을 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버스가 고장난 지점에서 탔던 사람들은 지연된 운행에 더 심하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리로 돌아가려던 버스기사는 뒤를 돌아보며 정확하게 저와 제 딸아이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 중국인 둘이 탔기 때문에 오늘 재수가 없어서 이런일이 벌어졌다."

중국인 둘..

재수가 없어서...

 

사람들은 모두 저희를 쳐다봤고,

저는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부디 딸아이가 이 말을 못 알아 들었길 바라는 마음밖엔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허둥지둥 얼른 버스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버스 벨을 누르고 딸아이의 손을 꼭 잡고 뒷문 앞에 서 있는데,

버스 정류장에서도 버스는 서지 않았습니다.

옆에 있던 할머니들이 "이 여자분이 내린다잖아요!"하고 크게 소리를 치자

버스기사는 정류장도 아닌 도로 한가운데에 차를 세웠습니다.

너무 당황해서 아무 대처도 항의도 하지 못했던 저는, 또 딸아이가 상처받았을까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던 저는

우리는 집에서 한 참 떨어진 그 곳에 내려서

뙤약볕 아스팔트 길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고,

도대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동양인이라는 외모를 내가 선택한 것도 아니고

바꿀 수도 없고, 바꾸고 싶지도 않는 인종 때문에 차별을 받는 다는 것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덜 차별을 받습니다.

그들이 차별을 하는 사회적 배경과 역사도 알았고

차별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다음 포스팅 때 소개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들을 불쌍하니 용서까지(?)하려고 합니다.

제게 제일 처음 인종차별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던 야니스라는 남자 때문인데,

오래 전 그리스에 처음 여행왔을 때, 그리스식 결혼식을 보고 싶다던 저의 소원대로

당시 친구였던 매니저씨와 함께 한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제가 잠시 자리를 뜬 사이, 매니저씨의 지인이었던 야니스는

"왜 동양인을 데려왔냐? 정신이 있냐?" 라는 말을 했고

다혈질 매니저씨는 주먹을 날렸다합니다.

이 얘기를 한참 후에 전해 들은 저는 야니스라는 사람이 이해도 용서도 안되었었고

분한마음을 가라앉히려고 기도 하던 중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 인간을 나는 용서할테니 대신 처분은 당신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라고요.

정확히 한달 뒤 야니스씨는 다리가 부러졌고

다시 한달 뒤 발목이 부러졌습니다.

일년 뒤 아내와 이혼했고 집을 잃어 부모님집에 들어가 살아야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뭥미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혹은 자업자득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제가 그런 결과를 바란 건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로 불쌍하게 생각하고 용서해주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 이런 그리스인들의 인종 차별 심리와

이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기로 할게요.

제 글을 읽으시면서 어떤 종류든 억울했던 일들이 떠오르셨다면 댓글 써주세요.

함께 욕해드릴게요.파이팅

 

* 제 외모는 중국인에 가깝진 않습니다.   이 곳 사람들에게 동양인=중국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동양인이 흔한 다른 나라에서는 대개 일본인이냐는 소릴 더 자주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인같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저 흔한 한국인 얼굴입니다.

* 딸아이는 저만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