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남편의 문신을 처음 인식한 딸아이의 반응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8. 27.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문신(타투)이 한국에 비해서는 보편적인 문화라, 작은 문신 하나 정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어디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출이 많은 여름에 그리스를 찾는 인근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을 보면 참 다양한 문신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곤 하는데요.

제 친구 디미트라 양만 하더라도 보편적인 직업을 갖고 있고 제법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몸 전체에 7개의 작은 문신들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인인 또 다른 친구는 다리에 발찌 모양의 문신을 갖고 있는데, 그녀는 그냥 일반 회사원이고 성격도 조용한 편입니다.

또한 제 그리스인 시댁 친척들 중에도 크고 작은 문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즉, 유럽에서의 문신이란 특별히 예술적인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 특히 작은 문신을 새기고 있는 사람을 길에서 본다고 해도 특별해 보일 것이 전혀 없는 것 입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일수록 문신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마치 한국에서 귀를 뚫지 않은 사람이 귀 뚫은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처럼(워낙 많기 때문에) 그리스에서 문신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문신을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와 비슷한 느낌인 것입니다.

 

저와 딸아이도 이제는 몇 년 살다 보니, 이런 그리스와 유럽인들의 다양한 문신에 대해 익숙해져서 더 이상 사람을 볼 때 문신에만 시선을 고정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그리스에 여행 와 민 소매를 입고 있던 동수 씨 팔의 문신을 처음 발견했을 때 당시만 해도 유럽의 이런 타투 문화를 몰랐었고, 한국에도 지금보다는 문신을 하는 사람이 현저히 적을 때였기 때문에 이런 문신에 상당히 놀라 애써 침착하게 반응하려고 노력해야 했었습니다.

 

동수 씨 오른 팔엔 열쇠 모양의 문신이 있는데, 마치 열쇠가 사슬에 걸려 있는 듯 한 모양의 문신으로 제법 정교한 모양입니다.

나중에 동수 씨가 자신의 문신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해주며 이런 나름의 철학을 어필했었습니다.

 

"난 내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물론 100년 넘은 금고나 2차대전 때 독일 탱크회사에서 만들고 남겨두었던 오래된 금고 같은 것을 고치게 되었을 때의 만족도는 대단하고 포르셰 같은 자동차의 이모빌라이저를 프로그램 하게 될 때도 그런 차를 뜯어서 작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짜릿하지만...

그보다도 열쇠라는 것 자체가 주는 의미가 특별하다고 봐. 사람들이 차를 사고 팔 때, 집을 사고 팔 때 결국 열쇠를 넘겨 주고 받게 되잖아. 이렇듯 열쇠라는 게 어떤 것의 '시작'이 되고 '마무리'가 되는 경우가 많아. 난 그래서 열쇠가 매력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타투까지 새기게 된 거야."

 

 

저는 그저 그렇구나...싶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동수 씨가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는 그리스에 오기 전이니 딸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였는데, 지금도 궁금증이 많아 질문을 자주 하는 마리아나는 더 어릴 땐 정말 엉뚱한 행동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 여름 마리아나는 민 소매를 입은 동수 씨의 팔에 문신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 열쇠 모양의 문신을 처음 인식한 마리아나의 표정은 가관이었는데요.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동수 씨 팔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습니다.

 

 

팔의 문신을 한번 보고, 동수 씨 얼굴을 한 번 보고,

문신을 한번 보고, 동수 씨 얼굴을 한번 보고…

이런 행동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만약 딸아이가 "이게 뭐야?" 이렇게 물어보면 "응. 그건 문신이라는 거야." 라고 설명을 해주려고 마음으로 대답을 준비하며 딸아이가 질문을 해 오길 기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딸아이가 그 어떤 질문도 없이 혹은 단 한 마디 말도 없이 해버린 행동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저와 동수 씨는 뒤집어져라 웃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아 글쎄, 딸아이는 말없이…

마치 E.T처럼 검지 손가락을 천천히 내밀더니...

 

자신의 작은 검지 손가락을 자기 입으로 가져가 침을 묻혀서,

동수 씨 팔의 문신에 대고 쓱쓱 문질러서 지우려고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우하하ㅎㅎㅎ

 

그게... 팔에 그린 신기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몸에 그런 걸 그리게 되면 나중에 씻을 때 꼭 지워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딸아이가 싸인펜으로 자신의 팔에 팔찌 같은 걸 삐뚤삐뚤 그려 넣은 적이 있었는데,

제가 저녁에 씻기며 "어휴 왜 이렇게 안 지워지게 그려놨냐!" 고 잔소리 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ㅎㅎㅎ

 

결국, 어렸던 딸아이는 손가락에 침을 흥건하게 아무리 많이 묻혀서 문질러도 그 동수씨의 문신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적잖게 당황했고 "엄마한테 혼나! 이거 혼나! 얼른 지워야 하는데..." 라고 말을 해서, 저희를 더 깔깔거리고 웃게 만들었습니다.

ㅋㅋㅋ

 

 

 

이제는 녀석이 많이 커서 더 이상 동수 씨의 문신을 봐도 아무 감흥이 없으며, 자신은 아픈 게 싫어서 커서 문신은 안 하고 싶다고 말을 하는 '알 것 많이 아는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도 동수 씨와 저는 어렸던 마리아나의 당시 행동을 회상하며 매번 웃곤 한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참 빨리 자라네요!

 

 

 

 

관련글

2013/06/04 - 피카소 같다는 말에 딸이 울음을 터뜨린 재밌는 이유

2014/04/04 - 그리스인 남편도 자녀에게 이런 걸 바라는구나!

2013/10/31 - 이민 1.5세 딸아이의 요상한 끝말잇기

2014/07/12 - 그리스 마리아나, 내 딸이지만 참 만화 캐릭터 같다.

2014/08/07 - 그리스 마리아나의 특별한 여름 관광

2014/06/13 - 오합지졸 마리아나 합창단의 발표회

2014/06/03 -  “마리아나, 인종차별보다 더 큰 것을 봤으면 좋겠어.”

2014/04/30 - 여기서 엉뚱하게 한글을 발견할 때 깜짝 놀라요.

2013/12/06 - 우리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식구다.

2013/09/17 - 배고픈 걸 못 참는 딸아이를 깜짝 놀라게 한 우편물

* 아테네에서 타투샵을 하시는 그리스인과 결혼하신 한국인 독자분이 계셨는데, 요즘은 소식이 뜸하셔서 정말 궁금하네요. 가게 이름이라도 알면 이런 글에 홍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말이지용.~

* 제 글을 매일 기다려주시고, 때론 댓글로(요새 답은 못 하고 있지만 하나 하나 읽으며 얼마나 감사한지요...) 때론 묵묵한 응원으로 격려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