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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딸아이와 같이 하는 그리스 역사 공부, 반전 매력 넘쳐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9. 27.

 

 

 

 

"엄마! 이스토리아(역사) 과목이 너무 어려워요!!!!"

4학년이 된 마리아나는 새로운 그리스 역사(국사) 교과서로 몇 번의 역사 수업을 듣고 나더니, 정색을 하며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약 9년을 배워야 하는 국사인데, 신화 위주로 쉽게 진행되었던 3학년 교과서에 비해 4학년 교과서에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농업, 목축, 항해, 이주, 생활, 종교와 고대 도시국가 등 비교적 낯설고 어려운 주제들을 시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가 처음 들어 보는 고대 지역 이름들과 어려운 그리스 단어들(한국어로 풀이하자면 조직력, 이주, 자산 등의 단어 등입니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4학년부터 교과과정에서 한국의 '사회과 부도'와 비슷한 책으로 '그리스 지리' 역시 새롭게 배우게 된 딸아이는 한번도 가 본적 없는 그리스 북부 국경 지역의 강과 호수, 산맥 이름을 외우느라 머리가 터질 지경인데, 낯선 그리스 고대 역사는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셔도 이해가 안 되어 울상이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역사 수업이 있는 날은 지난 수업에 내용에 대해 아이들이 얼마나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학교에서는 한 페이지 분량의 문제로 테스트를 하고 점수를 내는데, 첫 번째 역사 수업으로 마리아나가 테스트를 치른 결과는 수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울상을 하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이러다 역사 자체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려 나중에 아예 역사에서 손을 떼고 싶어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우라고 하거나 대충 참고서를 보고 하라고 하기엔, 테스트 문제들은 단답형이 아닌 수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않고는 풀 수 없는 형태의 문제들이었습니다.

문제 하나를 를 들자면,

고대 그리스인들이 항해를 통해 부족 별로 소아시아 지역(현 터키 지역)으로의 이주하게 된 내용이 있는데, "내가 당시 시대의 이주 부족 중 B 부족에 해당되는 이주민의 자녀였다면, 어린이로서 내가 느꼈을 '새로운 지역으로 이주해서 좋은 점과 나쁜 점 세가지'를 나열해 보세요."

라는 주관식 문제였습니다. 즉 B 부족의 이주 과정이나 전후 상황을 이해하지 못 한다면 답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입니다.

 

사실 저는 딸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한국사와 동북아시아 역사를 집에서 조금씩 가르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그리스 역사에 흥미를 잃어 나중에 한국사까지 재미없게 여겨지게 되면 큰 일이다 싶어 대책을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역사만 따로 개인 과외를 시킬까, 학원을 보낼까...여러 방법을 생각하다가, 결국 엄마인 제가 딸아이와 함께 그리스 역사를 공부하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분명 제 시간을 따로 빼서 적어도 한 두 시간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일임에 틀림없지만(또 제 머리 역시 많이 아플 수 있겠지만), 과외나 학원을 보내게 된다면 일 주일에도 몇 번이나 있는 역사 숙제를 어차피 그리스 역사를 자세히 모르는 엄마가 전혀 도울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테고 그럼 1주일에 두 번 이상 있는 숙제까지 과외나 학원에서 다 감당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리스는 역사 교과서 뿐만 아니라 초..고 12년 과정의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입니다.

 그리스 교육부에서는 유럽연합의 정책의 일환으로, 공교육 교과 내용이나 교육 과정을 개선하는 기관인 ΕΣΠΑ(The NSRF National Strategic Reference Framework 2007–2013 ) 2007년부터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초.중.고.학년별 그리스 국정 교과서들의 목차와 대략적인 내용을 볼 수 있는 사이트' http://ebooks.edu.gr/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그렇게 딸아이와 저의 그리스 역사 공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막상 교과서를 함께 읽고 당시 상황을 지도를 보며 상상해보고 내용도 요약하다 보니, 교과서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고 아이들이 모를 만한 단어에 대한 설명들도 주석처럼 자세히 쓰여있었습니다.

 

저는 딸아이에게 "이거, 굉장히 재미있다! 한번 여길 봐봐!" 이러며 함께 공부를 해나갔습니다.

제가 가르치는 방법이 아닌, 저도 배운 적는 내용을 딸아이와 함께 공부해나가는 방법이다 보니 마치 딸아이와 같이 고대로 탐험을 떠나는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학교 다닐 때 제가 한국사를 재미있게 공부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당시엔 내용이 너무 많아 외우기에 급급했었고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님은 교육방송 강사로 나오실 만큼 유능한 분이셨지만, 역시 어떻게 암기해야 시험에서 잘 맞출 수 있는지를 가르치실 수 밖에 없을 만큼 배워야 할 내용에 비해 한 주에 배정된 수업 시간이 너무 적었습니다.

(물론 현재 한국의 국사 수업 내용과 방법은 훨씬 개선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딸아이와 그리스 역사를 함께 공부하며, 역시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닌 한 나라의 현재 현상을 알기 위해 잘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과목이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딸아이와 함께 공부했던 고대 그리스의 부족 이동에 관해 역사 교과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교과서 내용이 생각보다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 중간에 로도스로 이주한 부족에 관한 이야기도 짧게 소개가 되는데,

딸아이는 "엄마 우리가 사는 곳이 나왔어요! 그렇게 옛날부터 사람들이 살았구나!!" 라며

즐거워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 지속될 역사 공부 역시 알수록 매력 넘치는 공부가 되길 바라봅니다.

그래야 훗날 딸아이가 바쁜 학교 공부 외에 시간을 따로 내어 한국사를 배우게 되었을 때도, '지루한 역사 공부'가 아닌 '흥미진진한 역사 알기' 라고 신나게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그리스 역사와 관련된 소식 하나!*

* 지난 8월 그리스 북부 피뽈리 Αμφίπολη Amphipolis  지역(고대 마케도니아)에서 왕릉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고대 무덤이 발견되어 그리스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며칠 전 BBC에서 이에 대해 기사화하며 우리나라에도 이 사실이 알려졌는데, 그리스 내에서는 이미 발견 당시부터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이 무덤은 아직 누구의 무덤인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현재까지 발견된 적 없는 알렉산더 대왕의 무덤일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그의 친족이었을 가능성이 더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현재 이 무덤에서는 무더기로 유물이 쏟아지고 있기에, 평소 국사에 대해 관심과 자부심이 높은 그리스인들은 부디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한 이 무덤의 발굴은 이미 세계 각지의 고고학자들과 관광객들을 그리스 북부로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은 새로운 유적 관광을 통한 경제효과 또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그 때 더 자세히 내용을 소개하도록하겠습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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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글에서는 저희 근황도 좀 소개하도록 할게요. 방명록과 이 글에 달린 댓글에 대해서는 답글을 모두 쓸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반가운 소식과 근황들 남겨주세요!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