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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국 음악 덕에 참 이상했던 그리스 친구들과의 드라이브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7. 14.



 


어제였던 토요일 저녁 한 바탕 손님을 치르고 나니, 오늘 오후에는 남편도 일이 있어 외출을 해서 저는 정말 간만~~~에 한가했습니다.

때마침 사진 작가인 갈리오삐가 전화가 와서 촬영 차 이곳 저곳을 가려는데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렇게 저와 딸아이, 디미트라, 갈리오삐는 여기 저기 들러 사진을 찍고 커피와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사진 속의 갈리오삐의 머리가 이렇게 날릴 정도로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두 친구는 물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그리스인으로서 몇 개월이라도 살게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지요. 저는 한국에 살 때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이런 저런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한국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편이 한국에 살 때 친구로부터 한국 이름을 얻었는데 그게 '동수'라고 말을 해주자 두 사람은 아주 좋아하면서 자신들도 한국 이름을 하나씩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두 사람의 평소 성격이나 이미지와 어울리는 이름들을 고민 하다가 각각 몇 개씩의 한국 이름을 제시했고, 디미트라는 제가 얘기한 이름 중엔 '해리'라는 이름을 골랐고(처음엔 '혜리'가 좋다고 하더니 '해리'가 중성적인 느낌이 나서 좋은 것 같고 특히 그리스인답게 '바다 해' 자를 쓰고 싶다며 이 이름을 골랐습니다.), 갈리오삐'소향'이라는 이름을 골랐습니다. (갈리오삐에게 제시했던 이름은 여러 가지였지만, 가수 소향의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는 서로 한국어"저기요. 해리 씨!" "있잖아요. 소향 씨" 라고 불러주며 한참을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그러다 다른 촬영 장소로 이동하게 되어서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목적지는 '린도스'라는 곳으로 로도스 시에서는 차로 1시간 넘게 가야 하는 곳이라, 좀 드라이브하듯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밤의 린도스는 낮과 달리 또 이런 매력이 있답니다.



차 안에서 해리 양은(디미트라) 좀 지루했는지 자신의 휴대폰에 있던 한국 노래들을 틀었고, 세상에!! 그녀의 휴대폰은 마치 노래방기계처럼 정말 많은 한국 노래가 들어있었습니다!!

랜덤으로 흘러나오는 한국 노래들은 레퍼토리도 다양해서, 장기하, 태양, 지드래곤, 샤이니, 로이킴, 싸이, 소녀시대, 리쌍, 버스커버스커 등등 여러 가수들의 노래들이었고 제가 처음 들어보는 노래들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저는 도대체 해리 양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한국 노래를 줄줄 외우고 있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는데요.

한국 노래인데도 제가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정말 몇 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차가 한참 지루한 길을 달리고 있을 때쯤, 그녀의 휴대폰에서는 갑자기 국악 반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아주 귀에 익은 반주곡이어서 저는 '이게 무슨 곡이더라...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이러고 듣고 있는데, 뒤에 앉아 있던 소향 양(갈리오삐)이 "아! 저도 이 곡을 우연히 들었는데 한국 전통 느낌이 나는 것이 정말 좋아요!"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해리 양 "맞아요! 그래서 이 곡을 어렵게 구해서 휴대폰에 넣어둔 거에요!" 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저는 막 떠오를 듯 말 듯한 느낌을 따라가며 곡을 듣고 있었는데, 헉! 그 곡이 무슨 곡인지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비로서야 깨닫게 되었고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아아~~~~~~~~"로 시작되는 그 곡은 바로 예전 드라마 여인천하의 주제곡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를 할 때 많이 등장했던 음악이었던 것입니다!!!!!

 




헉

도대체! 왜! 어떻게! 이 곡을 다운받아 갖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이 그리스인 친구들이!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과연 2014년 현재, 한국의 젊은 친구들 중에 이 곡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했던 것은, 저녁 무렵이었지만 이곳은 분명 한국과는 아주 다른 풍경, 다른 도로의 그리스였고, 남들은 그리스 음악을 듣는 그런 도로를 달리면서 차 안에서 우리는 "아~~~ 아아~~~~~~" 이런 여인천하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바로 중국 대통령도 이곳으로 휴가를 와서 떠들썩 했던 나름 이색적인 그리스 관광지인 로도스에서, 한국의 사극 음악 중에도 유난히 극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악이라니, 이 어색한 상황은 뭔가 싶었던 것입니다.




여러분도 만약 이 풍경에서 여인천하 테마송을 듣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어요??!!


 

저는 그 상황이 너무 웃겨서 푸하하하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는데요.

우하하

그저 노래가 좋아서 다운 받았기에 제가 웃는 이유를 모르는 두 친구와 여인천하 드라마를 모르는 마리아나는, 동시에 "왜 그렇게 웃어요??" 라고 물어보았고, 저는 차마, 차마 이 상황이 너무 코미디 같아서 웃는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그냥 "아니...오랜만에 고국의 전통 음악을 들으니 그냥 좋아서..."라고 얼버무려야 했습니다.

 

아무튼 그리스 친구 해리 양과 소향 양과 딸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은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좋은 곳들을 구경하고 콧바람을 쐬어서 정말 좋았지만, 참 오묘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 여인천하 노래 자체가 이상하다는 뜻으로 쓴 것은 아니랍니다. 만약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이라고, 된장찌개에 두부 대신 페타 치즈를 넣어서 먹는다면 아마 이런 이상한 기분이었을 것 같네요.^^ 

 ㅎㅎㅎ




여러분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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