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는 많이 다른
그리스의 사업 접대문화
지난 금요일에 매니저씨와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느라 12시가 넘게 집에 들어왔었다는 이야길 했었는데, 기억하시나요?
그 거래처 사람들은 그리스의 대표은행 중 하나인 유로뱅크Eurobank 아테네 본사 사람들이었습니다.
<유로뱅크-google image>
로도스에 중요한 일이 있어 출장차 왔는데, 매니저씨와 시아버님, 다른 직원 한 사람이 그들의 일을 기술적으로 도왔고
하루 동안 함께 일을 한 후,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저도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도 함께 계속 잘 일해보자는 일종의 식사 접대를 하는 만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도 이런 식사 접대를 하는 모임을 겪으며 혹은 다른 회사가 사업적으로 접대를 하는 모습을 전해들으며,
한국의 사업 접대문화와는 많이 다르구나 생각되어
"그리스의 사업 접대문화"에대해 소개합니다.
1. 딱딱한 정장차림으로 접대를 주고받기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한국에서 사업상 만약 이런 종류의 식사 접대를 한다면, 대부분 접대를 하는 사람들도 정장차림에 점잖은 분위기의
식당을 예약할 것이고, 대접을 받는 사람들도 정장차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에서는 이런 종류의 접대를 할 때조차도,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으로 편안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다면 어쩔 수 없이 정장차림으로 만남을 갖겠지만,
집에 다녀올 시간이 있다면 되도록 편안한 비즈니스캐쥬얼 복장이나, 청바지와 시크한 캐쥬얼 복장을 하고 만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업상 접대라 하더라도 댓가성 접대라고 여기기보다, 앞으로의 사업 거래를 위한 친목도모쯤
으로 여기고 접대를 주고 받기 때문입니다.
일을 할 때에는 정장차림을 했었던 이 아테네 은행 사람들도, 밥을 먹으러 갈거라니 호텔에 들러 급히 샤워를 하고
그리스 사람들 예의 편하고 시크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식당도 그 쪽에서 원하는 곳을 선정했는데, 여느 그리스 사람들답게 그리스 전통 수블라끼 꼬치구이와 샐러드,
고기야채구이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원했고 우리도 굳이 체면 차리는 곳으로 그들을 데려가기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식당으로 안내해서 마치 가족모임 하듯이 그리스 전통 술 레치나와 음료들을 곁들여 몇 시간동안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눴습니다. (다음에 이 대화 내용에 대해서도 한번 소개하겠습니다.)
2. 술을 지나치게 많이 권하거나 향응성 접대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리스사람들은 전반적인 음주문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그리스 사람들은 한국사람 못지않게 음주가무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큰 파티가 아니라면 적은 양의 술을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음주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보통의 식사자리나 가벼운 모임에서는 1인당 맥주 한두 캔을 넘기지 않습니다. 이 한두 캔도 아주 천천히 마시는 편입니다.
물론 결혼식이나 클럽모임 같은 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셔대지만, 역시 빨리 마시지 않고 천천히 마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취하고 주사도 적은 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접대 자리에서도 일 얘기를 하건 안하건 상관없이 술을 적게 마시는 편입니다. 접대를 받는 사람도
더 많이 마시겠다고 요구하지 않고, 접대를 하는 사람도 지나치게 권하지 않습니다. 작정하고 편하게 마셔도 좋은 큰
파티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서로 편하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더 좋은 접대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했을 때를 돌아보면, 갑(甲)인 거래처에 접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면 어김없이 고급 식당을
예약하거나 2차로 음주가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곳을 예약해서 접대를 했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또한 갑 회사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취해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갑회사의 말단 직원이 함께 동석했다 하더라도 택시를
태우거나 대리운전기사를 불러주는 뒤처리까지도 을(乙) 회사의 몫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멋모르고 갑회사의 말단
직원에게 뒤처리를 맡겼다가 다음날 갑회사의 간부가 그 일을 알았을 경우 다 성사되었던 계약이 백지화 되는 경우도 봤었습니다.
또한 노골적으로 2차 3차로 단란주점이나 그 이상의 향응성 접대를 요구하는 경우도 흔하게 봤었습니다.
물론 요즘 한국의 지각있는 회사들은 이런 지나친 향응성 접대문화를 지양하여, 깨끗한 접대문화를 만들려고 노력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업의 키를 쥐고 있는 갑의 회사에서 이런 접대를 요구했을 때,
을의 입장에서 계속 깨끗한 접대문화를 고집하기는 참 쉬운일이 아닌 듯 합니다.
3. 가족이 함께 접대 자리에 참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갑회사를 접대해야할 때 간혹 아내나 남편이 분위기상 동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집으로
초대해서 접대하는 게 아니라면 가족이 접대 자리에 함께 하진 않습니다.
그리스의 경우 워낙 가족문화가 강하고 가족사업도 많기 때문에 부부동반 가족동반 모임도 많습니다. 또한 가족
동반 모임에는 이미 결혼한 자녀들 손자들까지도 함께 모이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집안의 경우 시아버님과 남편이 둘 다 낚시 동호회 회원인데, 이 낚시 동호회의 10주년 기념행사 때, 저희 집안 친척 가족들이 모두 참석을 했었습니다.)
이처럼 갑회사를 대접할 경우에도 부부동반으로 만나 대접을 하기도 하고, 가족단위로 만나 대접을 하기도 합니다.
서로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한 관계가 되는 것이 서로의 사업관계를 이어 가는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기업의 로열 패밀리들은 드라마에서나 뉴스에서 보듯이 함께 모여서 친목을 도모하고 파티를
하기도 하겠지만, 대개의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의 직원입장에서 갑 회사를 대접해야하는 경우에 가족단위로 친하게 지내며
접대하진 않는 것이 더 일반적인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국인들은 일을 일, 사생활은 사생활이라고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그런 부분은 분명히 일의 능률을 올리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내나 남편까지 굳이 서로의 일 관련된
자리에 동원되는 피곤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반면 편안한 분위기에서 적은 음주로, 또한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그리스의 접대 문화는 갑이나 을이 접대 자체에
메이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과 그리스의 접대 문화가 다른 만큼,
서로가 갖고 있는 접대문화의 장점도 이렇게 다른데요.
오늘 한국과 많이 다른 그리스의 사업 접대문화, 어떻게 보셨나요?
오늘도 혹시 누군가를 사업적으로 접대해야하신다면
목적하신 일이 잘 성사되길 바라고,
여러분의 건강이 안녕하시길 바랄게요.
오늘도 파이팅하시는 좋은 하루 되세요~
* 사업 접대문화가 이렇게 건전함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일어날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가족문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친인척 간의 봐주기식 인사채용과 맺고 끊기가 되지 않는 혈연지연관련 업무처리가 부른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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