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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알려주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 모르는, 나의 사정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9. 8.

 

꽤 오래 글이 올라 오지 않아 뭔 일이래? 하신 분들 계시지요?

요즘 좀 들쭉날쭉 포스팅을 하긴 했어도, 사흘이나 글을 올리지 않은 적은 거의 없는 일이었으니, 또 댓글에 답글이 이렇게 오래 달리지 않은 것도 거의 없는 일이라, 제 블로그에 꾸준히 오셨던 분들이라면 정말

 "??뭥미?"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필 세무서 일이 바빴던 수요일 날, 노르웨이에서 온 손님들을 새벽 한 시 넘어까지 치르고...

그 밤부터 몸살 기운이 있더니 어제까지 집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끙끙 앓았습니다.

특별히 열이 많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온 몸이 아프고 쑤셔서

딸아이 밥을 차려 주고, 또 눕고 밥을 차려 주고 또 눕고를 반복하다 보니 이틀이 지났습니다.

안습

토요일인 오늘(여기 시간으로)은 몇 달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이웃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에 크고 거대한 그리스 결혼식 Big Fat Greek Wedding 답게 하객으로서도 준비할 게 많은 날이라 어쩔 수 없이 기운을 차려 하루 종일 준비를 했는데요.(하객 준비로 무얼 했는지는 다음 포스팅에 알려 드릴게요.)

결혼식 피로연 중간에 나왔는데도 돌아온 시간이 현재 밤 한 시 이십 분이네요.

저는 평소 체력이 좋은 대신 한번 몸살이 나면 아주 꼼짝을 못 하는데요.

그렇게 이틀 동안 누워서 끙끙 앓고 있는 동안도 물론 뒷집에 계시는 시어머님은 저희 집에 수시로 들락날락 하셨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시어머님 성격이, 워낙 말로 딱 이거다. 이렇다. 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시라, 제가 어머님이 저희 집에 들어 오실 때마다 특별히 내색하지 않고, 딸아이가 방학이 며칠 안 남아서 피곤하다고만 말씀드리자 그냥 그러니? 그러시며 집으로 돌아가셨는데요.

 

그리고 오늘 결혼식 피로연에서 시어머님과 저는 딱 마주보고 앉게 되었는데요.

시어머님 옆에는 길 건너 앞 집에 사시는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아주머님이 앉으셨습니다.

그런데 신랑 신부를 기다리며 에피타이저를 먹고 있던 시어머님은 갑자기 제게 말을 건네셨습니다.

"올리브나무야. 너 오늘 눈이 유난히 감겨 있는 게 피곤해 보이네? 졸리니?" 라고 말이지요.

그러자 옆에 앉았던 앞집 아주머님이 시어머님께 물어 보았습니다.

"올리브나무는 요 며칠 일이 바빴나 봐요? 피곤해 보이네?"

그러자 제가 이틀 동안 꼼짝도 안했고 사무실 일도 하지 않은 줄 알고 있는 시어머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올리브나무는 며칠 동안 아무데도 안 가고 집에만 있었는데? 우리 손녀 밥해 주느라 피곤한 걸 거에요. 바깥 일은 하나도 안 했어요."

 

느낌표아이쿠...우리 어머님, 내가 말을 안 하니 아픈 줄도 모르셨구나...

 

그렇지만 그게 어머님의 성격이라 저는 그냥 아주머님을 보고 어설프게 웃어 보였습니다.

 

물론 지난 겨울 제가 몸살이 났을 때도, 다 나아갈 때 쯤 알게 되신 어머님께서 "왜 말을 안 했니? 말을 하지..." 라고는 하셨지만, 사실 상대적으로 젊은 며느리가 어머님 앞에서 몸살 났다고 누워서 더 아픈 척 하기도 좀 민망한 일이라 그냥 말씀을 안 드렸던 것입니다.

 

어떨 땐 저희 시어머님같은 성격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단순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가끔 감수성도 폭발하듯 터져서 십대 소녀신가? 싶기도 하고요.

아마도 저희 시어머님 인생에 "미루어 짐작하다." 라는 단어는 절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오죽하면 아들인 매니저 씨가 이런 말을 할 정도입니다.

 

"올리브나무야. 우리 엄마 머리가 얼마나 작은 줄 알지?

그 머리 크기엔 많은 것을 담고 있을 수가 절대로 없어. 네가 이해해."

헉"그래도 어머님한테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뭐 어때. 사실인데. 아버지도 인정하신 일이라고."

커피한잔"...........하........................"

 

매니저 씨 말에 같이 웃기엔 좀 멋적어 어설프게 웃고 말았지만, 실제 저희 어머님 얼굴과 머리는 탁구채에 가려질 만큼 작으십니다.

어떤 이유로든 단순한 성격이라 스트레스가 적으니, 어쩌면 저희 시어머님은 그렇게 건강하신가 봅니다.

 

처음 보는 상대의 손의 움직임, 눈동자의 흔들림, 앉은 자세, 입의 움직임, 그때 그때의 말투 등만 보아도...상대의 지금 기분이나 성격, 기호를 대략 알아 버리게 되는 예민하기 짝이 없는 저로서는, 아니 저의 사정은, 저희 시어머님은 어쩜 평생 모르시겠구나 싶습니다.

이런 예민함은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상대가 어떤 일에 반응하는 것에 대해 알고 싶지 않은데 알아져서 불편할 때가 더 많다고 요즘은 느끼기에, 지금은 단점처럼 여겨지는데요.

그래서 시어머님의 단순함을 서운해 하지 말고, 도리어 좀 배워야겠다 싶은, 뭔가 초월한 마음이 드는 오늘이었습니다.

 

 

 

여러분, 며칠 동안 헛걸음하게 해서 죄송했고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저도 얼른 몸 회복 하겠습니다!

좋은하루

 

 

* 다음 포스팅에서 그리스 결혼식 시리즈와 노르웨이 손님맞이를 하며 알게 된 이야기들도 나누도록 할게요~

* 밀린 답글은 블로그에 처음 방문하신 분들에게 부터 천천히 쓰도록 할게요. 이해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