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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그리스 여행

그리스 선인장을 다른 것으로 오해하고 엄청 좋아했던 내 한국인 친구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9. 2.

 

9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굿모닝

여전히 그리스는 아직 한창 여름이지만 조금은 덜 더울 9월이 되니 문득 몇 년 전 이 맘 때 그리스에 여행 왔던 친구와의 재미있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 친구는 그리스가 처음이었고, 사실 저도 당시 이민 온 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기 때문에 이곳 정보나 지리에 대해 그렇게 밝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저와 친했던 다른 친구와 동행했던 이 친구는, 이민 전 저와 알게 된지 오래된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아직 이 친구의 성격도 다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저는 이 친구를 맞이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시크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은근히 엉뚱한 매력이 있었던 이 친구를 데리고 섬 안내를 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운전하는 차 안에서 주로 뒷 좌석에 제 딸아이와 앉았는데, 딸아이가 가르쳐 주는 그리스 단어를 중얼중얼 암기까지 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웃기던지 풉하고 웃을 때가 많았는데요.

"뭐라고? 마리아나? 응? 귀걸이는 스꿀라리끼아, 가방은 찬다, 자동자는 아프도기니또, 식탁은 뜨라뻬지, 안녕 인사는 이야수? 응? 또 까먹었다. 한번만 다시 얘기해줘봐. 귀걸이는 스꿀라리끼아..."

이런 식으로 무한 반복하는 것이었습니다.

ㅎㅎㅎ

그렇게 여행이 무르익을 무렵, 그녀는 지중해성 고온저습한 여름 기후에 이곳 저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리스 선인장들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무척 반가운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어머! 저것! 여기도 있네!"

"어머나! 이렇게 흔하게 많다니!"

"여기 또 있다니! 그리스에는 귀한 나무도 귀한 식물도 참 많네요. 이렇게 귀한 것이!!! 아이고. 누가 뭐라고만 안 하면 좀 잘라서 썼으면 좋겠는데.."

샤방3

 

<그리스 로도스 몬테스미스의 해질녘>

그리스 남부지역(로도스, 도데까니소스, 크레타)에서는 이 사진에서 처럼 선인장도 흔하게 볼 수 있지만,

'정글의 법칙'에서 등장했던 이 희소성 있는 나무도 쉽게 볼 수 있답니다.

 

 

저는 몇 번을 그런 반응을 보이는 그 친구를 보다 보니 도대체 왜 그렇게나 선인장을 반가와 하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요.

결국 며칠 지난 후에 궁금함에 그녀에게 묻게 되었습니다.

 

"아니, 왜 그렇게 저 식물을 반기는 거에요?"   

      (당시 저도 이민 초기라 그 선인장이 도대체 어떤 종류의 식물인지 잘 알지 못했었습니다.)

"아...네. 사실은 조금 잘라서 쓰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겠지요?"

"아니, 그걸 왜 잘라서 쓰려고 하는데요??"

"그게요. 제가 피부가 안 좋아서요..."

"응? 저 식물이 피부에 좋은 건가요???" 

"알로에 잖아요. 한국에서 저렇게 큰 알로에 식물은 정말 비싸고 구하기도 어려운데, 저 잎을 좀 잘라서 피부에 문지르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HAAA

 

친구는 그리스에 오기 전, 이런 정보를 미리 들은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

 

아래는 진짜 알로에의 사진들인데, 위의 로도스 선인장과 한번 비교해 보세요.^^ 

    

 알로에 역시 다육식물이고, 친구의 사전 조사 내용처럼 그리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당시 저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뾰족한 답을 해 줄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것을 잘라서 쓰는 것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스 내에는 국가 보물로 지정된 동물도 있고 식물도 있기 때문에 아무 것이나 막 뽑거나 자르는 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지요.

 

"그건 안 될 것 같아요. 에휴. 피부 걱정을 많이 하는군요. ㅎㅎㅎㅎ"

 

그 후로도 그 친구는 돌아갈 때까지 알로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돌아갔는데요.

ㅋㅋㅋ

나중에 매니저 씨와 함께 운전해 그곳을 지나가다가 "저게 알로에야? 그때 왔던 친구가 저걸 잘라서 피부에 바르고 싶어했었어." 라고 말하자 매니저 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하하..저건 알로에와는 다른 선인장이야. 지중해성 기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선인장이라고. 

그걸 잘라서 얼굴에 바르면 가시가 엄청 박히고 독이 오를 수도 있을 텐데, 원하면 그러라고 해. 하하하하하..."

 웃겨

아이쿠...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저에게 반갑다며 밥을 사 주던 그 친구에게 이 중차대한(?) 사실을 말 해 주려 했는데, 요새 피부과를 다니며 피부가 좋아졌다며 행복해 하는 천진난만한 얼굴에 차마 그런 충격을 줄 수 없어서 그냥 말을 안 하고 말았답니다.

아마 다음에 또 그리스에 놀러 온다면 그 때는 진실을 말해 주어야겠지요?^^

 

여러분 즐거운 9월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