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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열여섯 살 연상 유부녀에게 대시하는 그리스 남자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8. 19.

 

 

 

 

그리스인들의 연애와 대시법에 대한 글을 시리즈로 엮어서 쓴 적이 있었습니다.

애독자님들이라면 알고 계시지요?

(관련글들은 글 가장 아랫부분에 링크해 두겠습니다.)

그런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 일들은 그때 그때 일일이 블로그에 다 소개할 수 없었지만 여전히 제 주변에 계속 생기고 있답니다.

몇 달 전에는 저희 시누이의 오랜 친구가 매니저 씨에게 SNS를 통해서 집에 커피를 마시러 혼자 오라고 작업을 시도했었고, 그게 공교롭게도 당시 노트북이 고장 나 매니저 씨 데스크탑을 쓰며 일을 하던 저에게 딱 포착이 된 적도 있습니다.

그녀는 딸 둘을 키우는 싱글맘인데 저와도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그녀를 응징했을까요? 아닙니다. 그리스에서 우리나라 드라마에 나오는 뻔뻔한 비밀연애들을 워낙 목격하다보니, 매니저 씨에게만 그녀를 SNS에서 차단하라고 따끔하게 말을 했고, 저는 앞으로도 그녀와 오다가다 만날 때 더 친한척하며 지낼 생각이랍니다. 

적이 적인 줄 모르고 가까이에 뻔히 있는데 남편과 바람난 직장 동료 여성에게 속고 있는 몇몇 그리스 여성들을 보아왔고, 그리스인들의 정서상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만한 일로 호들갑을 떠는게 오히려 웃겨 보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제게도 SNS에서 한 남자가 틈만나면 1:1 대화를 걸어오며 대화 첫마디부터 너와 만나보고 싶다, 로 시작하는 말을 남겨서 차단해 버린 경우가 있었는데, 기막히게도 그는 매니저 씨의 지인이랍니다. 즉 저와 매니저 씨에 대해 그럭저럭 알고 있는 사이인데도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약간의 호감만 있다면 밑도 끝도 없는 대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리스인들의 대시법을 또 한번 확인해주는 사건이 며칠 전에 일어났었는데요.

딸아이와 시부모님, 그리고 오스트리아 고모님 이렇게 네 사람이 로도스 시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한 지역으로 드라이브도 하고 해산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돌아온 날이었습니다.

저와 매니저 씨는 전날 파티에서 늦게 돌아간 사람들 때문에 너무 피곤해 함께 가지 않았는데요.

그렇게 저희 집에서 그날도 주무신 고모님께서는 다음날 아침 커피와 간단한 쿠키를 드시며 저와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전날 해산물 식당에서 있었던 이야길 해 주셨습니다.

한 젊은 남자가 고모님께 접근해서 (딸아이의 증언으로는 상당히 잘생긴 남자였다고 하네요.) 당신과 커피 한잔 하고 싶다며 요청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고모님께서 "오스트리아에서 왔고 남편이 거기에 있다"고 아무리 얘길 해도 막무가내였다고 하네요.

결국 더 이상 응대 하지 않자 남자는 고모님의 휴대폰을 잠깐 써도 되겠냐고 부탁하며 선수처럼 신속하게 전화번호를 얻어갔다고 하네요.

헐

그는 로도스 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남자였는데 고모님 보다는 무려 열 여섯 살이나 어린 남자였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고모님께서는 고모님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 고모부님을 스무 살에 만나 결혼해 오스트리아로 이민을 가셨습니다.

이제 오십이 되신 고모님께 삼십 대 초반의 남자가 대시를 해 온 것이지요. 딸인 마사가 서른이니 자식과 별 나이차이도 없는 남자인 것입니다.

어떻든 고모님께서 그렇게 나이차에 대해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의 대시는 그 식당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그날 저녁 고모님께서 친구와 만나고 있을 때에도 계속 문자를 보냈고, 늦은 밤이라도 좋으니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내내 요청을 해 온 것입니다.

고모님께서 제게 보여주신 문자 내용을 보니 시종일관 "내 사랑" "내 아기" 등의 닭살스런 호칭을 붙여가며 열심히도 문자를 보냈더라고요.

ㅎㅎㅎ

 

저는 고모님께 말했습니다.

 

"고모님께서 예쁘시고 매력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남자, 고모님 나이를 밝혔고 결혼했다고 말했는데도

계속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 건가요?"

"물론이야. 올리브나무. 그런 것 따위는 정말 상관없다는 거야. 이 사람 왜 이러는 걸까?"

"아휴. 그냥 차단해 버리세요. 계속 귀찮게 할 수도 있는데..."

"그래. 그러는 게 낫겠지?"

 

그런데 도대체 열여섯 살이나 어린 남자에게 대시를 받으신 고모님의 소감이 궁금했습니다.

고모님은 제 물음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삼십 년이나 결벽증 환자 같은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었는데,

이 나이에 그런 대시를 받으니까 솔직히 기분은 좋아.

그리고 또 한가지 저돌적인 그 남자를 보고 느낀 것은, '내가 역시 그리스에 있구나' 였어. 하하하...

잊지 못할 여행 추억이 되겠지?"

하트3ㅎㅎㅎ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사진 출처는 google.gr이며, 이 사진 속의 남자는 제가 좋아하는  '사키스 루바스Sakis Rouvas'라는 그리스의 국민 가수로 두 딸과 가정을 일구고 잘 사는 남자로서 본 글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 고모부님의 대단한 결벽증에 관한 내용은 다음에 오스트리아에서 겪언던 일에 관한 글을 쓰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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