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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그리스 여행

에게해 여름 해변에서 몸개그 작렬인 한국인 모녀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7.

 

 

 

저희 딸이 좀 특이한 면이 있다는 것은 이제 많은 분들이 아실 것입니다. (약간 4차원)

그런데 저는 적어도 딸아이 보다는 평소에는 상당히 정상적(?)으로 행동하나, 잠을 잘 못 자고 많이 피곤할 때에는

갖은 몸 개그를 보여주며 창피한 행동을 하게 될 때가 참 많습니다.

며칠 전 해변에서 이런 저의 창피한 행동과 딸아이의 4차원 행동이 더해져 빛을 발하며,

몸개그 작렬에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야 말았습니다.

 

엉엉울고 싶다규...

 

 

보통 그리스에서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해변과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해변이 좀 구분되어 있습니다.

현지인들에게 해변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관광이 아닌, 정말 더위와 과도한 업무에서의 쉼을 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그날 저희 모녀도 관광책자에는 없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알려져 있는 작은 해변을 찾았습니다.

다른 그리스인들처럼 저희도 여름이 되면 큰 타월 몇 개와 파라솔, 물놀이 도구, 선 크림 등은 항상 차에 싣고 다니

기 때문에, 그날은 학교가 끝난 딸아이를 데리고 시내에서 간단한 점심을 사서 바로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딸아이는 그간 다른 아이들이 이미 여러 번 바다에 다녀올 동안 바쁜 부모 때문에 한번도 바다에 가지 못했었는데,

그날 드디어 올해 들어 첫 해수욕이라고 완전히 신이 나, 차에서 콧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딸아이와 약속만 아니었으면 저는 집에 와서 뻗어 자고 싶을 만큼, 몸이 많이 피곤한 상태였는데요.

해야 할 업무와 집안일이 많았던 터라 며칠 동안 두 세 시간 밖에 못 자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던 것입니다.

이런 몽롱한 상태에서는 꼭 판단력도 흐려지고, 했던 행동 또 하고 했던 말 또하는 이상한 상태가 된다는 것을 알면

서도 딸아이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그냥 바다로 가게 된 것입니다.

샤방

어떻든 우리는 바닷가에 도착했고, 파라솔을 땅에 팍팍 꽂아 펴 두고 돌들을 모아 잘 고정시켰습니다.

파라솔 아래 큰 타월을 깔고 딸아이 선 크림을 발라 주고 준비운동을 시켜 바다에 들여보냈습니다.

저는 오늘 피곤하니 해변에 앉아서 커피나 마시고 책이나 보자 싶어 파라솔을 더 단단히 고정시켰습니다.

대부분의 그리스 해변에는 눕는 비치의자와 파라솔, 작은 테이블 등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파라솔을 챙겨 다니지 않아도 되지만, 이 시설을 사용하는 데에는 적게는 1인당 2.5유로(약 3,700원)에서 많게는 5유로(약 7,500원) 까지도 사용료를 받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경우 주 2~3 회 이상 해변을 잠깐씩 드나들며 가족단위로 더위를 식히는 입장이라, 이 사용료를 쓰는 것이 아까울 수 밖에 없어 파라솔을 직접 챙겨 다니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바로 옆의 사람들도 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타월만 깔고, 수영할 준비를 하고 있네요. 

그리스인들은 이렇게 한 두시간 반짝 쉬다가 다시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하는 일상으로 복귀하곤 합니다.

 

그리고 신이 난 딸아이를 바라보며, 저는 사 온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간만에 우아하게 샐러드 포장을 열어 포크로

막 신선한 양상추 하나를 집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엄청난 강풍이 불면서 땅에 단단히 꽂아 두었던 파라솔이! 휘리릭~! 하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졸지에…저의 해변에 앉아 우아하게 샐러드 먹는 코스프레는 막을 내렸고, 샐러드와 포크를 던져 버리다시피 하고

후다닥 일어나 파라솔을 잡으러 뛰어갔는데요.

헉 

아뿔싸.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으니…

저희가 그날 찾은 해변은 모래 해변이 아니라 작은 돌멩이들이 많은 해변이었습니다. 사실 돌멩이 해변이 모래

해변보다 덜 덥고 나중에 옷에 모래가 덜 붙어서 좀 배기긴 해도 자주 찾는 편인데, 그날은 한 낮이었기 때문에

돌멩이들이 완전 맥반석처럼 뜨겁게 덥혀져 있었던 것입니다!

신나2

평소에 안 뜨거울 때도 런닝맨 지압 판 만큼이나 아!, 우!, 아!, 오! 를 나도 모르게 반복해 내뱉으며 걸어야 하는

돌멩이 해변인데(이상하게 그리스인들은 평생 단련이 되어서인지 아무렇지도 않게 잘도 걸어 다닌답니다. 무서운

사람들이야…), 게다가 맥반석처럼 뜨거워져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 하고 그 위를 뛰었으니…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한번의 강풍이 불더니 파라솔은 더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저의 우아함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 되었고,(제 베프의 표현대로라면 옛날 꽃날에 사라졌고.) 이 누가 봐도 동양

여자인 제가 한국말로 "엄마야, 아이쿠, 앗 뜨거! 어머 내 파라솔 어디로 가는 거야?!" 를 말하며 돌멩이가 뜨거

 뒤뚱뒤뚱 뛰어가는 모습은…아아..상상하기도 싫은 모습이었습니다.

 우하하옆의 아저씨들은써 웃음을 참고 있는 듯 했습니다...

겨우겨우 파라솔을 찾아 돌아와서, 이번에는 더 단단히 고정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샐러드를 겨우 반쯤 우아 모드로 돌아와 먹고 있는데, 놀던 딸아이가 물에서 제가 먹는 모습을 보더니 본인

도 급 배가 고팠던지 걸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이 아이도 맥반석 상태의 돌멩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나오다가 놀라서 어기적 거리며 걷는데, 그 모습이 정말 얼마

나 웃긴지 방금 제 행동은 잊어 버리고 깔깔거리고 웃자 딸아이는 조금 창피한 표정으로 "엄마, 웃지마!" 이러는

입니다.

 ㅋㅋㅋ1분도 안 되서, 웃었던 아저씨들이 완전 이해가 되다니..미안해..딸.....ㅋㅋ

 

어기적 거리는 딸아이 - 딸아이 표정이 정말 솔직하지요? ㅋㅋㅋ. 몸을 가려달래서, 숙녀 몸을 가려주었어요^^

 

이쯤에서 이날 일이 마무리 되었다면 그래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했을 텐데, 딸아이는 점심을 먹다 말고 강풍

부는 이 상황에 본인의 음료수를 세워 둘 곳이 마땅치 않다 여겼는지, 그걸 학교에 신고 갔다가 벗어둔 운동화에 턱

하고 꽂아 두는 것이었습니다!

 

 

"야! 더럽게. 왜 그걸 신발에 꽂아??"

 

"엄마. 뭐 어때. 엄마가 신발 자주 빨잖아."

?? 

"아니 그래도 그렇지…"

ㅎㅎㅎ

"그럼 이 상황에서 이 보다 더 좋은 컵 홀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엄마. 난 괜찮아.

엄마도 필요하면 한 짝 더 있으니까 사용해도 좋아."

헐

 

 

그 신발을 어이없게 쳐다보며 프라뻬 한 모금을 마시며 마음을 진정 시키고 있는데, 어머나…갑자기 어마어마한

강풍이 불면서 휘리릭 하고 파라솔이 또 날아가 버렸습니다!

딸아이는 "엄마, 내가 도와줄까?" 하면서도 자신의 음료수를 확인해 보더니, "역시 내가 컵홀더를 잘 골랐어." 이러

고 있었고, 저는 다시 파라솔을 향해 뒤뚱거리고 뛰어가기 시작했는데요.

이렇게 겨우 잡아 온 파라솔은 그 후에도 두 번이나 더 날아가버렸고, (이 날 바람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마지막엔 결국 바다에 풍덩 빠지고야 말아서, 한 비키니 할머님께서 "아이고, 어떻게 한데... 아까부터 보고 있었

데 진짜 안 됐구려. 오늘은 파라솔이 안 될 것 같으니 그만 접어버리지." 하시며 물에서 건져주셔서 더 창피

했습니다.

시무룩해서 파라솔을 들고 나와 그만 포기하고 접으려는데, 몇 번을 날아가버렸던 파라솔 접는 부분 버튼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으며 작동을 안 하는 것이었습니다!

헉

저는 용을 쓰다 쓰다 못해서 큰 돌멩이를 집어 들어 그 버튼 부분을 내리 쳐 가며 십 분을 씨름한 뒤에 겨우 파라솔

을 접었고, 그 때까지 수영도 한번도 안 했는데 1킬로미터는 수영하고 돌아온 만큼 몹시 피로감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그냥 돈을 내고 기존 시설을 이용하자 싶어, 옆의 고정되어있던 파라솔과 비치의

자로 모든 짐을 옮기고 한숨을 돌리려는데, 빠진 물건 없이 잘 챙겼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어머나…내가 미쳐! 다 먹은 샐러드 포장 용기, 내 커피 컵, 딸아이가 먹은 햄버거 종이, 포장 쇼핑백, 샐러드

포크…모두가 바람 때문에 사방으로 흩어져서 제가 주워주길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꺅

저는 마치 초등학교 때 쓰레기 줍는 단체 봉사활동을 하던 때처럼 맥반석 돌 위를 정신 없이 돌아 다니며

아!, 우!, 앗 뜨거!, 소리를 내며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쓰레기 통에 잘 버렸습니다.

이제 무엇도 할 힘이 남아 있지 않던 저는 힘없이 비치 의자에 앉아 관리인 아저씨에게 사용료를 내려는데,

그 때까지 모든 상황을 지켜보셨던 아저씨, 제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아휴. 오늘은 돈 안 받을 테니 그냥 좀 쉬다가요." 이러시는 게 아닙니까.

엉엉 

제가 얼마나 몸개그 작렬이었으면 돈까지 안 받으시겠다고..

그리고 그러는 사이 벌써 물에 몇 번 들어 갔다 온 딸아이는,

"엄마.그래도 신발에 꽂아 둔 내 음료수는 무사해서 다행이지?" 라고 얘기했고,

"그래. 담엔 바람 부는 날엔 파라솔 들고 나오지 말자." 라며 그날의 해프닝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잠시지만 비치의자에 누워 책을 보며 꿀 휴식을 즐기다가, 결국 저는 물에 한번도 못 들어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답니다.

 

잠시 쉬며 제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딸아이입니다^^

바다에 누워있는 딸아이를 바라보다, 책을 보며 짧은 꿀 휴식을 취하는 저 입니다^^

 

 

여러분 즐겁고 신나는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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