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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그리스 여행

외국인과 로맨스를 기대했던 내 친구에게 생긴 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22.

외국인과 로맨스를 기대했던

내 친구에게 생긴 일

 

 

 

 

 

 

 

 

저녁 무렵, 딸아이와 그리스인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갈리쎄아(Καλιθέα Kalithea)에 차를 마시러 갔습니다.

 

 

 어제 저녁 찍은 사진들인데, 저 뒷 모습의 여성은 제 일행과 상관 없는 그냥 관광객이랍니다^^

갈리쎄아(Καλιθέα Kalithe)

1928년 이탈리아가 그리스를 점령했을 당시, 피부를 치유하는 천연수가 샘솟아 바다와 연결되는 해변이 로도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탈리아 고위 관계자들은, 이 갈리쎄아를 이탈리아 고위 관계자들을 위한 휴양 장소로 개발하고 피크닉과 파티, 천연수 피부치료와 수영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장소로 갈리쎄아의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로도스 시에서 10km 외곽이라 시내에서 차로는 약 20~30분 떨어진 장소로, 현재는 이탈리아 양식 그대로의 건물을 유지하면서 카페테리아와 갤러리, 천연수가 나오는 해변, 선인장 정원 등으로 바뀌어 관광객과 현지인에게 사랑 받는 장소가 되어 있습니다.

이 피부에 좋은 천연수가 바다와 연결되어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여름이면 유난히 나이든 외국 관광객들이 수영을 하지 않더라도 물에 들어가 가만히 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카페테리아는 여름 성수기 7개월간 오픈하고 간단한 샌드위치 등의 식사도 할 수 있으며, 낮에는 이 곳 입구에서 입장료 3유로를 받는데, 이유는 안의 갤러리 관람과(오랜 사진들과 그림들이 이탈리아 아치형 건축물 안쪽으로 진열되어 있어 참 신비로운 느낌의 갤러리입니다.) 비치 의자 대여료 명목입니다. 밤에는 입장료를 받지 않으며, 카페테리아에서 맥주나 와인 칵테일을 은은한 조명속에서 즐길 수 있어 연인들의 인기 데이트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겨울철에는 크리스마스 바자회와 어린이 문화 학습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입니다. 현재 갈리쎄아 근처에는 방이 100개 이상 되는 큰 호텔들이 군집되어 있을 만큼, 이곳의 독특한 해안 절경 또한 멋있어서 사진작가들이 자주 찾는 장소입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그런데 오랜만에 갈리쎄아에 가서 "아, 여긴 언제 와도 아름 답구나.." 이러며 감탄하고 있는데, 주문을 받으러

온 남자 직원분을 보고 불현듯 몇 년 전 그 곳에서 있었던 한 사건이 생각나서, 그 이야기를 함께 간 친구와 나누며

즐겁게 웃을 수 있었는데요.

여러분께도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어느 여름, 한국에서 제 지인 두 명이 로도스로 여행을 왔습니다. 그녀들은 둘 다 아름다운 아가씨였고,

그 중 한 친구는 아름답고 성격 좋고 괜찮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바쁘게 사느라 늦도록 연애 한번 할 기회가

없었던 모태솔로였습니다.

우리는 함께 갈리쎄아에 갔었고, 함께 카페테리아에 앉아서 "아! 여긴 너무 아름답다!"를 연발하며 이런 저런 이야

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그 친구는 갑자기 제게 이런 고백을 해 왔습니다.

 

"그리스에 정말 어렵게 휴가를 내서 올 결심을 하면서,

여기에 와서 혹시 그리스인 남자친구 생기는 것 아니야?

라고 잠깐이나마 생각했었어요."

샤방3

 

라고 말이지요.

그런 그녀가 귀엽기도 하고 실제로 누구든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연애를 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혹시 모르지요. 여기서 있는 동안 정말 괜찮은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니까

사소한 인연이라도 그냥 넘기지 말고 잘 살펴봐요."

오키

 

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수줍은 듯, 이렇게 말을 이어 갔는데요.

 

 "왜, 영화 같은데 보면 젊은 여성이 여행을 와서

우연한 상황에 위기에 처한 자신을 도와준 남성과 사랑에 빠지고 그러잖아요.

정말 그런 일이 있으면 완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뿌잉3

 

"하하하하하하"

ㅎㅎㅎ하트3 우하하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영화 시나리오에 가까운 가상의 로맨스들을 지어내며 폭소를 하며

수다를 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였습니다.

옆 바다에서 오리발까지 끼고 멀쩡히 수영을 하던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이, 갑자기 발에 쥐가 난 듯 물 속으로

꼬르르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장소에서 벌어졌던 일인데요.

 

그 옆에 함께 온 일행은 자기 수영하기에 바빠 그것을 눈치 채지 못했고, 그 상황이 바로 저희 테이블이 있던 옆에

서 벌어진 일이라 저는 벌떡 일어나 마침 옆에 있던 남자 직원을 큰 소리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키 큰 남자는 순식간에, 정말 0.5초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입고 있던 유니폼 반팔 티셔츠를 벗어 던지고,

허리에 차고 있던 주문서가 들어 있는 가방과 운동화를 벗어 던지더니, 마치 박태환이 올림픽에서 출발신호음에

맞추어 물 속으로 뛰어들 듯, 포물선을 그리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헉

그리고 물에 꼬르륵 빠져 이미 물을 많이 먹어 위기에 처해 있던 여성의 목을 팔로 낚아채서, 익숙하게 수영해

쉽게 땅 위로 끌어 올려 인공 호흡을 시도했습니다.

몇 번인가 반복하자 그녀는 물을 토해내며 호흡이 돌아왔고, 그는 신속하게 전화로 구급차를 불렀습니다.

그제야 그 상황을 파악한 그녀의 일행들이 수건을 덮어주며 그녀를 돌보기 시작하자, 그는 일어나 벗어두었던 옷과

가방 신발을 들고 카페 안쪽으로 사라졌습니다.

 

그 짧은 순간, 어이 없게도 저희 세 사람은 그 남자의 복근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그게 정말 훤칠한 키에 빚은 듯 식스 팩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ㅎㅎㅎ

하트3

 

어떻든 그 남자가 사라지고..

제 친구는 그 남자가 너무 멋있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길 하였고, 한번 만나보라고, 전화번호를 받아보라고

다른 친구와 저는 그녀를 마구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도 휴양지에서의 로맨스를 꿈꾸던 그녀는, 그냥 그의 전화번호를 받아 장거리 연애 혹은 짧은 로맨스

를 시도하기에는, 뒤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반듯한 성격인데다가, 마냥 어리지 않은 나이어서 인지

결국 아무 시도도 하지 못했고, 그 곳에서 그 남자를 하트 나올 것 같은 눈동자로 바라만 보다가 나와야 했습니다.

안습

한국에 돌아가기 전에 언제라도 다시 생각나면 저라도 전화번호를 받아다 주겠다고 말을 했지만, 결국 그녀는 모험

하는 자신에 대해 허용하지 못했고 그렇게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은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 가끔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길 나누며 웃곤 하는, 풋풋한 에피소드가

되어버렸습니다.

 

여전히 미혼인 그녀는 얼마 전 연락이 와, 불현듯 시작된 어떤 사랑 때문에 힘들다고 기도를 부탁한다고 했는데요.

저는 기꺼이 그녀의 사랑을 지지하고 멀리서지만 열렬한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고, 그래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어려운 감정에 휩싸여 있다는 그녀.

그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그 누구가 되더라도, 그녀가 오랫동안 바라고 기다려왔던 그런 그녀와 꼭 맞는

남자와 함께 마주보고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꼭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갈리쎄아에서 그 때 그 남자분을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는데요.

그는 여전히 친절하고 정직해 보이는 미소를 날리며 주문을 받았습니다.

 

옷 깃을 세우고 사라지는 남자의 뒷 모습입니다.ㅎㅎ 키가 190cm은 되어보이는 사람인데

아마도 이 곳에서 일하기 위해서 전문 인명 구조 훈련을 받은 듯 하네요^^

(딸아이는 저를 사진 찍고 있습니다. ㅎㅎㅎ)

 

그러나 그런 미소에 반응할 변변한 새도 없이, 딸아이가 주문한 밀크쉐이크를 그 곳 터줏대감 고양이가 와서

맛있게 핥아 먹고 물을 폭풍 할짝대는 것을 보며 웃느라고, 어제 우리는 정신이 없었답니다.

(밀크쉐이크 먹는 고양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 쓸게요^^) 

 

 

목하 열애 중인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혹은 풋풋한 추억 하나 떠올리며 한 줄기 바람처럼 힘을 얻는 여러분들을요.

여러분 예쁜 수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갑자기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이라며, 요일 계산 잘못해 비오는 화요일에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제게 장미를 사와서 타박 받고 돌아간

샌님 대학 선배 얼굴이 새삼스럽게 떠오르는 건, 오늘이 수요일이고 그 일이 제게도 웃을 수 있는 풋풋한 추억이기 때문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