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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그리스인 남편의 한국영화 '26년'에 대한 뜻밖의 반응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7. 5.

 

 

매니저 씨가 이 영화에 그렇게 놀랄 줄 몰랐습니다.

평소 영어자막이 올라오는 한국영화는 웬만하면 구해서 보는 매니저 씨라 그 동안 참 많은 한국영화를 봐 왔습니다.

가장 좋았던 한국영화는 유머와 규모가 있는 해운대였다고 말하는 매니저 씨는, 외국인들에게 영어자막과 함께

알려질 만큼 유명한 한국영화들이 좀 끔찍한 소재가 많지만, 추격자(김윤석, 하정우 주연. 연쇄살인사건 실화를

바탕로 만든 영화)바람의파이터(양동근 주연. 최배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좋았다고 꼽을 만큼

제가 권하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찾아 가며 동안 다양한 한국영화를 접해 왔습니다.

 

특별히 영화 '26년'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라, 저는 멀리 해외에서 이 영화가 제작비 부족으로 제작

지연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부디 제대로 만들어져서 해외에서도 이 영화를 구해 볼 수 있길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요즘 일베(일간베스트) 등에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이 개입해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주장이 떠돌고 있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어쩌자고 역사가 이렇게 왜곡되는가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지인들 중에는 광주 출신의 지인들이 유독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 중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제 베스트프렌드 중 하나는 지금도 양가 부모님이 광주에 계셔서 주기적으로 광주를 오가고 있습니다.

더욱이 저는 한국에 살 때, 일 때문에 년 이상 일 주일에 한 번씩 집적 운전해 광주 출장을 다녀오곤 했었습니

다. (총 150 회 이상 광주를 다녀 온 셈이네요.)

이런 사정이다보니 제가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직접 들은 이야기들, 직접 광주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남달랐다는

것에 대해서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드디어 영화 26년 파일을 일부러 돈 내고 다운 받았고...

....보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여건에 제작된 것이라 영화적인 완성도는 좀 아쉬운 면도 없지 않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빛났고, 이런

민감소재의 영화가 버젓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직도 일부에서는 전라도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언제부터 이런 지역감정의 편견이

깊어졌나 살펴보면 적어도 반 세기 전에는 이렇게 전라도에 대해서 오해하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조금만 오래된

신문을 뒤져보고 "태백산맥"등의 소설책만 읽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열 권이라는 함정이 있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과연 이 영화를 매니저 씨에게 권해도 좋은 걸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한국에 살았었다 해도 매니저 씨는 서울과 서울 근교가 활동 지역이었고, 영화의 소재가 되는 한국의 아픈

역사에 대해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 파일을 지우지 않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보여 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니저 씨가 해외영화를 다운받는 사이트에서 새로 나온 한국영화를 뒤지다가 이 26년 영화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갑자기 저를 불러서 이 영화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어떤 장르인지 영화 요약만 봐서는 정말 감이 안 오는 영화라

면서요.

한국 역사를 모르는 그리스인에게 이 영화를 어떻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야 할까...저는 몹시 고민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있는 사실 그대로를 알려주고 싶었기에 한국 근대 현대사에 대해 한국전쟁 이후부터 설명해야 했습니다.

군사정권에 대해 설명해야 했고, 연임했던 대통령에 대해(그리스에서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 언론에서

상당히 이슈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왜 한국사람들은 그렇게 싫다고 했던 독재 대통령의 딸을 다시 선출해야만

? 가 주제였지요.) 설명했으며 이미 해외언론에 소개되어 매니저 씨도 알고 있는 김대중 전대통령의 과거 정치행

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서는 영화를 일단 보고 이야길 나누기로 했습니

다.

 

영화를 다 본 매니저 씨의 반응은 숨길 수 없이 놀란 얼굴이었습니다.

평소 그런 표정을 잘 짓지 않는 매니저 씨이기 때문에 그 놀란 얼굴에 제가 도리어 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왜 그렇게 놀라?" 물어봐야 했습니다.

매니저 씨는 놀란 얼굴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난 잘 이해가 안 돼. 저 사람들이 나라에 심각한 피해를 준 테러리스트도 아닌데 어떻게 저렇게

죄 없는 일반인들을 무자비하게 막 죽일 수가 있는 거야? 그걸 당시 지도부가 은밀하게 지시했고

게다가 당시엔 언론에 제대로 보도도 되지 않았다고? 1950년대 이야기도 아니고 1980년에?

뭐 이렇게 이상한 경우가 다 있을 수 있는지 난 정말 이해가 안 돼..."

 

 26년 영화의 한 장면 - 5.18 민주화운동에서 사망한 고인들의 사진을 바라보는 주인공들

5.18 기념 재단 홈페이지는 여기로 http://www.518.org/

 

저는 영화에 대해서나 이런 사실에 대한 평가를 매니저 씨 몫으로 남겨 두고 싶었기 때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광주에 당시 있었던 사람들 이야기로는 실제는 영화보다 더 끔찍했었대.

영화에도 나왔던 내용이지만 죽이는 역할을 한 군인들도 명령대로 행동한 것이라 피해자 가족 만큼이나

수십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더라고.

영화라서 저 만큼 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거라고 하더라고..."

 

한국인으로서 역사를 알고 생각해도 그 일은 이상해 보이는데, 외국인 입장에서는 계엄군의 그런 무차별 민간인

학살이 정말 말도 안 되 보였던 것입니다.

누구라도 그 현장을 제대로 보고 들었던 사람이라면 지금 떠돌고 있는 북한군의 개입 같은 말도 안 되는 루머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아니, 광주를 몇 번만 방문해서 이런 저런 역사적 장소를 둘러만 봐도 그런 루머를 믿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중략..기사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이곳을 클릭 하세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30521152323 

 

 

끝으로 매니저 씨에게 저는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어느 곳이나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서로의 상반된 의견을 교환하며 성장해 나가야 하겠지만, 이런 아픈 역사를

많이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니만큼앞으로는 전쟁, 학살, 무차별 폭력, 왕따 등이 존재 하지 않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게, 뜬구름 잡는 일장춘몽이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되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여러분 감사합니다!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 이 글은 원래 좀 더 있다가 쓸 계획으로 미뤄 둔 내용이었는데 오늘 어떤 난독증 환자 같은 분이 기막힌 댓글로 저를 아주 자극해

 예정보다 빨리 쓰게 되었습니다. 저에 대해 어떻게 얘기했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 글에 달린 마지막 댓글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

. 2013/06/06 - [세계속의 한국] - 한국전쟁 참전용사셨던 나의 그리스인 시할아버님

 

* 이 글에 대해 혹 근거 없는 논리로 광주, 전라도, 혹은 민주화항쟁에 대에 예의 없는 욕설 비판을 하는 댓글은 승인하지 않겠습니

다. 저는 평소에는 싸우는 것도 화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나 그런 류의 근거 없는 욕설 비판에 대해서는 아이피까지 추척할 만

질긴 성격입니다. 건전하고 예의를 갖춘 의견 게재 아닌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싶은 분들은 아고라로 가서 억울함을 호소하시든,

일베를 도배하시든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