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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숫자를 셀 줄 아는 놀라운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26.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숫자를 셀 줄 아는 놀라운 이유

 

 

 

그리스에서 여름에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를 찾아갈 경우, 저는 어김없이 관광객 취급을 받습니다.

아무리 현지인처럼 옷을 입고 있어도 말 한 마디 안 하고 조용히 있을 경우 누가 봐도 아시아인 얼굴이기 때문입니

다.

그런데 지난 주에 매니저 씨와 한국인은 당연히 없고 아시아인이 정말 살지 않는 지역으로 장거리 출장을 갔을 때,

커피를 사러 카페에 들렀다가 "러시아인이세요?" 라는 말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헉내, 내, 내가 어딜 봐서 러시아인이란 말인가!!!

이렇게 쌍커풀 없는 눈의 러시아인이 다 있단 말인가?! 이제 듣다 듣다 별 소리를 다!!

혹시 중앙아시아인을 말하는 것인가?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다 못해 이제 중앙아시아인으로 까지 오해받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 얼굴을 국제적으로 아시아 대표 얼굴!?

어기야 디야~♬ 경사 났구나~~♪

 

짧은 찰나에 이런 생각을 했을 만큼 어이가 없는 질문이어서, 아저씨에게 거의 속사포 그리스어로 내 국적을 설명

하니, 아저씨는 좀 민망했던지 "아~주 맘에 드는 눈을 가졌어요! " 라고 괜히 허허 웃어 보였습니다.

 

이렇듯 관광객 취급을 받으며 엉뚱한 질문을 받는 일이 요 며칠 부쩍 잦은데요. 동생네 가족을 데리고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니 더더욱 희한한 질문을 다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이민 초창기에 이렇게 한국인도 아시아인도 드문 그리스에서 받은 깜짝 놀랐던 한 가지 질문이 생각나서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분명 그리스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갔는데, 주문을 받으러 온 한 그리스인 남자는 주문을 다 받자 마자,

"하나, 둘, 셋, 넷! 이렇게 세는 것 맞지요?" 라고 또렷이 한국어로 물어보는 게 아니겠습니까!

 

헉이 사람 지금 한국어 숫자 센 거야???????????????

 

저는 깜짝 놀라서 어떻게 그리스인이 한국어 숫자를 셀 줄 아냐고 물어 보았는데, 그는 뜻 밖에도 제게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 태권도를 배웠습니다."

아....

그러니까...

태권도에서 구령을 외칠 때 한국어로 된 구령이 전 세계에서 사용되니 그 구령대로 태권도를 배운 그리스인이라면

한국어를 단 한마디를 배워 본 적이 없고, 한국인을 단 한 번 만나본 적 없더라도 적어도 숫자 열까지는 한국어

 셀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2010년에 "시작" 등의 구령은 국제 경기에서 영어로 사용하는 것으로 세계태권도연맹의 규칙은 바뀌었지만,

적어도 이 숫자 만큼은 2013년 현재까지도 그리스에서는 여전히 한국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야길 듣고 보니 과거 유도 선수 였던 그리스인 친구는 일본을 가 본 적도, 일본인을 알지도 못 하지만

일본어로 숫자 열까지를 셀 줄 알고 있었던 게 생각났습니다.

 

저에게는 이 사실이 상당히 충격이었는데요.

왜냐하면 로도스 시내에서 태권도 학원 세 곳을 발견했었지만 모두 그리스인 사범이란 것을 알게 된 후, 속으로

'뭐, 그리스인들이 태권도를 가르쳐봤자 얼마나 잘 가르친다고 태권도 학원들을 열고 그런데?'

이렇게 선입견을 갖고 은근히 이상하다는 마음을 가졌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인이 없는 지역에서 단지 태권도라는 한국 운동을 배웠다고 해서 그리스인이 한국어 숫자를 셀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으니 말이지요.

 

이런 경험은 그 식당 직원의 사례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후 제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사람 중에 태권도

를 배웠다며 제 앞에서 한국어 숫자를 자랑스럽게 세 보이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작년 유럽 태권도 챔피언십 여자 46kg급 경기에서 그리스가 1위를 차지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2012년 유럽 태권도 챔피언십 1위. 그리스의 요아나 Ioanna Koutsou (Greece)

2위. Elaia Torrontegui (Spain) 3위. Rukiye Yildirim (Turkey) and Jessica Alair (Sweden)

 

 

스포츠 분야에서의 태권도의 세계적 위상이 결국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지역 사람들에게조차 우리말을 알게 만들

게 되었구나 싶어서 정말 감동이었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소중한 댓글에 대해 천천히, 하지만 꼭 답변 해 드릴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