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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외국인 남편에게 한국에서의 가장 기뻤던 선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22.

 

 

 

목요일은 매니저 씨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아버님께서 약물 알러지로 갑자기 입원하시는 바람에, 매니저 씨는 밤 늦도록 가게에서 잠시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했습니다.

저도 많이 피곤했지만 매니저 씨가 좋아하는 햄버거 스테이크와 버섯파프리카 볶음을 급히 만들고 직원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조각 케이크를 사서 갖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생일 선물로는 다리품을 많이 팔아 다행히 착한 가격의  컴퓨터 책상을 사 줄 수 있었습니다.

HAAA나...너무 좋은 아내 아닌감...??  이라고 말했다가,

하하  뭐야, 저 자아도취는?? 이라고 비웃음만 사는군요...ㅠㅠ

 

 

이 책상과 거의 비슷한데 키보드 놓는 부분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이제껏 제가 매니저 씨에게 해 주었던 선물 중에 가장 기뻤던 선물이 어떤 것이었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이제껏 시계처럼 비싼 것 부터 매니저 씨가 한결같이 사랑하는 게임인 워크래프트의 티셔츠까지 정말 다양한 선물

해 왔기에, 저는 사뭇 진지하게 물어보았습니다.

 

 

아직도 여름이면 매니저 씨가 자주 입는 이 티셔츠의 문구 때문에, 처음엔 시아버님께서 상당히 기분 나빠하셨답니다.

당시 새 버전의 게임 내용 때문에 씌여 있던 영어 문구인데(Succeeding you, Father),

 본인을 놀리려고 사서 입었다고 오해를 하신 것이지요.^^

ㅎㅎㅎ

 

"내가 이제껏 해 준 선물 중에 어떤게 최고로 기뻤어?"

"여태 뭔지 몰랐구나?"

"응. 모르겠는데...뭐였는데?"

"한국에서 함께 갔던 콘서트..."

"응? GUNS N' ROSES 콘서트 말이야?"

"응. 정말 최고였어!"

 

 

제게 프로포즈를 했을 때도 GUNS N' ROSES 음악 중 하나를 골라 불렀던 매니저 씨는, 정말 이 그룹과 이들의

노래를 원래 많이 좋아했는데요.

매니저 씨가 그리스로 다시 들어오기 직전에 마침 한국에 최초로 이들의 내한 공연이 있었고,  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 스텐딩 티켓을 구해 함께 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특별한 설명도 없이 예정 공연 시간보다 두 시간 반이나 늦게 나타난 이들에게 정말 화가 났었지만

(저희는 무대 바로 아래 스탠딩 티켓이었기에 서서 두 시간 반을 기다려야 했습니다.ㅠㅠ) 

공연이 시작되자 매니저 씨뿐만 아니라, 객석을 가득 채운 GUNS N' ROSES의 오랜 팬들이 열정적인 무대에 맞춰

합창을 하고 환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신기해서 저는 무대보다 환호하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는데, 뜻밖에도 스탠딩 자리에 촘촘하게 서

있던 사람들의 대다수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미국영어, 그 옆에서는 영국영어, 저기서는 프랑스어, 다른 곳에서는 네델란드어...다양한 외국인들이

춤까지 추며 GUNS N' ROSES의 무대와 호흡을 맞추는 모습은 정말 신나다 못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그들이 한결같이 했던 말은, 두 시간 반을 기다렸어도 GUNS N' ROSES니까 봐 준다는 얘기였고

그들의 소원이었던 GUNS N' ROSES의 무대를 자국이 아닌 한국에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봐서 특히

좋았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매니저 씨도 그랬던 것입니다.

도리어 그리스가 아닌 한국에서 한국인인 저와 다양한 국가에서 온 GUNS N' ROSES 오랜 팬인 사람들과 그

무대를 코 앞에서 함께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그래서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하더군요.

 

매니저 씨가 오래 전 '이제 지난 세월 힘든 시간은 잊고 더 이상 울지 말라며' 제게 불러주었던 GUNS N' ROSES

노래 "Don't cry"를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여러분 좋은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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