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첫째 주에 있었던 일입니다.
딸아이와 저는 비 속을 뚫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는 고갱 전시회를 갔었습니다.
저희가 한국에 왔을 때 마침 고갱 전시회를 하다니 참 좋은 기회구나 싶었습니다.
한참을 심취해서 고갱전을 보고 나니, 그 전날 부터 "우동 먹고 싶어~우동~" 노래를 부르던 딸아이에게 우동을 사 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시청 역 근처인 서울 중심에는 워낙 차를 편하게 주차할 만한 식당이 흔하지 않고, 특히 딸아이가 말하는 일본식 돈가스집에서 파는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미술관 근처에서 딱히 기억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아는 곳으로 가자 싶어, 제가 아는 주차 가능한 일본식 돈가스와 우동을 파는 가게를 찾아 여의도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딸아이는 그리스에서 먹을 수 없었던 그토록 사랑했던 우동을, 정말 그릇이 바닥이 보이도록 국물까지 박박 긁어서 맛있게 먹었고, 무척 행복해 했습니다.
그런데 우동을 먹다가,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좀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눠서 본의 아니게 내용을 다 듣게 되었는데요.
방송국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어? 그러고 보니 제가 갔던 우동집의 건너편이 바로 KBS 방송국이었던 것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에 가면 방송국을 한번 구경하고 싶다던 딸아이의 말이 절로 기억날 수 밖에 없었고, 저희는 일단 방송국 견학 프로그램을 알아보기 위해 방송국 안에 주차를 했습니다.
알아보니 KBS의 경우 30인 이상의 단체 견학은 예약을 해야 하지만, 개인 견학의 경우 예약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주차권에 요금 할인 도장도 찍어 주었고요.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5층까지 연결된 견학 코스가 방송국 옆에 별도로 마련되어 있어서 방송 녹화나 진행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견학을 하고 성우나 아나운서 등 다양한 체험을 해 볼 수 있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딸아이는 뜻밖의 행운에 정말 기뻐했고, 덤으로 견학코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보이는 라디오 부스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 홍진경 씨와 프로그램 진행 스텝들의 얼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즐거워하는 딸아이입니다.^^
그런데...
딸아이와 한참을 그렇게 신나는 견학 체험을 한 후 어떤 층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는 한류팬 외국인들의 견학을 겨냥한 한류스타들의 사진이 크게 세워져 있었습니다.
오오!
어쩐지 큰 사진을 보고 있으니 마치 이 스타들을 직접 만난 듯한 착각이 들었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에서는 한국에서 흔한 연예인들이 광고하는 제품의 포스터나 입간판 같은 연예인 사진을 볼 일이 없었으니, 이렇게 큰 한국 연예인 사진을 볼 기회는 몇 년간 당연히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비록 사진의 인물들이지만 제가 평소 좋아하는 2PM 사이에서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하지 말아야 할 생각까지 하게 되고야 만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실물크기 사진일 거라고, 저는 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요?
분명 180cm가 넘는 큰 키의 멤버가 많은 2PM이, 그렇게 제 눈 높이로 보일리가 없을 텐데 말이지요..
그리고 그런 착각 속에, 저는 세워져 있던 사진 뒤로 가서 제가 노래할 때의 목소리를 가장 매력있게 생각하는 우영군 옆에 서서 셀카를 찰칵 찍었습니다...
그리고...
사진은 이렇게 나왔습니다...
안 그래도 얼굴이 주먹만한 아이돌인데, 게다가 실물크기 사진도 아닌 얼굴의 바로 옆에! 제 얼굴을 과감하게 들이밀었으니...
우영의 얼굴 사진은 살짝 제 얼굴에 눌렸고, 제 얼굴은 그의 두 배나 되게 나온 것입니다...
사진을 보고 절망스런 얼굴로 서 있는 저에게, 그 때까지의 상황을 지켜보던 딸아이는 조용히 다가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왜....그런 일을 하고 그랬어...."
말을 더듬더듬 이어가며 눈을 깜빡이는 그 녀석의 얼굴은 웃음을 참지 못해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저는 서둘러 견학을 마치고 나와야 했습니다.
딸아이의 뒤에는 2PM과 사진을 찍으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저처럼 멤버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지 않고 차분하게 옆에 살포시 서서 사진을 찍으며, 사진이 실물 크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로 보였기에, 더 창피했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토요일 되세요!
* 매니저 씨가 그리스 고양이들 소식을 알려 주었는데요.
창 문 밖에서 미옹 거리며 단체로 모여서 저를 찾는다고 하네요.ㅠㅠ
그러다 매니저 씨가 문을 열고 나가면 겁이나 또 확 흩어졌다가, 잠시 후 쳐다보면 다시 모여 있곤 한다네요.
저를 꼭 밥 주는 사람이라서 좋아한 것 만은 아닌가 봅니다^^(크헉, 감격의 눈물이ㅠㅠ)
그리고 회색이가 지붕에 올라올 줄 알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 주었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그리스로 돌아가니 반가운 녀석들의 얼굴을 볼 날이 머지 않았네요~ 사진도 막 찍어 올려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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