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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20

그리스에서 1년만에 먹은 ‘남이 해준 한식’의 부작용 아테네로의 짧은 주말 출장이었지만, 가기 전부터 단 하나 저를 설레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이 해준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간 아테네에 무수히 갔건만, 늘 일만 보고 돌아오거나 머문 장소가 한식당과 거리가 멀어 들를 여유가 없거나 였습니다. 작년 7월에 한국에 다녀왔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14개월 정도를 제가 만든 한국음식 외에는 한식이라고는 접시 귀퉁이도 볼 수 없었고, 알다시피 그리스인들의 '요리 후에도 음식 냄새가 집에서 나면 안 되는' 민감한 후각들 덕에 그리스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저희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한식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된장찌개나 김치 등, 한식을 모르는 그리스인들이 맡으면 낯설고 향이 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할 수 밖에 없었고 더욱이 두부콩도 구할.. 2014. 10. 15.
한국 음악 덕에 참 이상했던 그리스 친구들과의 드라이브 어제였던 토요일 저녁 한 바탕 손님을 치르고 나니, 오늘 오후에는 남편도 일이 있어 외출을 해서 저는 정말 간만~~~에 한가했습니다.때마침 사진 작가인 갈리오삐가 전화가 와서 촬영 차 이곳 저곳을 가려는데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렇게 저와 딸아이, 디미트라, 갈리오삐는 여기 저기 들러 사진을 찍고 커피와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사진 속의 갈리오삐의 머리가 이렇게 날릴 정도로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두 친구는 물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그리스인으로서 몇 개월이라도 살게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지요. 저는 한국에 살 때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이런 저런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한국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2014. 7. 14.
낯선 한국어 표현에 당황한 그리스의 마리아나와 갈리오삐 그리스인 친구 갈리오삐는 혼자 큰 고민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한국어 숙제를 하다가 이런 한글 지문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꽃차를 자주 마십니다. 꽃차는 입으로만 마시는 차가 아닙니다. 눈으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맛도 좋고 색깔도 예쁘기 떄문입니다. (중략) 이 지문은 어떤 이가 '꽃차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쓴 내용인데, 한국인이라면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더라도 차나 다예, 다도 등의 문화에 대해 한번쯤은 TV를 통해서라도 접한 적이 있으니, 전통적으로는 차를 마실 때에 향을 맡고, 눈으로 빛깔을 보고, 입으로 맛을 음미하는 느릿한 과정을 통해 차를 마시곤 했다 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니 '차를 눈으로 마신다.'는 말이 '눈으로 차의 색을 보며 느낀다'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경험적으.. 2014. 7. 5.
여러분의 이웃 그리스 올리브나무 씨 단신(短信)들 한 독자님께서 얼마전, 제 블로그에 계속 들어오시다 보니 제가 독자님 댁의 이웃 어딘가에 사는 사람처럼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1년 넘게 댓글로 자주 뵈 온 독자님들께는 비슷한 기분을 갖습니다.) 실은 요즘 시아버님이 허리가 좋지 않으셨던 관계로 제가 평소 보다 하루 몇 시간 씩 추가 근무를 했었는데, 여름이라 일이 바빠지며 이 추가 근무 시간이 거의 고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되면서, 저는 지난 주 이번 주가 도대체 어찌 지났는지 밥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독자님들의 댓글에 변변한 답글도 못 쓰고, 이웃 블로거님들께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고 토요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담 주엔 댓글에 대한 답글도 좀 쓰고 이웃 블로거님들께도 방문해서 안부를 전하도록.. 2014. 6. 8.
한국 남자, 그리스 여성에게 매력 있는 상대적인 이유 제 주변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그리스인 여성들이 어김없이 제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 한국 남자들이 저래?" 그리스인 여성들이 말하는 "저래?" 라는 말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부분은 '요즘 한국남자의 성향'인데요. 물론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잘 가꾸어진 멋진 외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건 대부분 진짜 한류팬인 그리스여성들의 경우이고, 그냥 몇 번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접했을 뿐인데도 그리스인 여성들이 "한국 남자, 매력 있어!" 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1. 자상한 말투의 한국 남자 한국 드라마 속 자상한 한국 남자(사진 출처- MBC 금나와라 뚝딱) 몇 번 언급했듯이 그리스인 남성들은 '내 사랑' '내 아기' '내 심장' 등등 별별 미사여.. 2014. 3. 18.
엄마, 왜! 동계올림픽 한국에서 안 해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가 소치, 라는 사실에 대해 딸아이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한국TV를 볼 때 화면 오른쪽 귀퉁이에 D-20, D-10 날짜가 줄어 갈 때마다 "아! 곧 동계올림픽 하는 거야? 우와! 김연아 선수도 볼 수 있겠네! 아이, 신난다!" 라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올림픽이 임박하고 나서야 그 D-day는 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이 아닌 소치에서의 동계올림픽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그리스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데... "있지, 마리아나...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건데… 넌 이번이라고 생각했구나?" 뭐가 그렇게 서운한지 한숨까지 푹푹 내쉬는 딸아이에게, 저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눈치를 보며 .. 2014. 2. 7.
그리스인을 수줍게 하는 한국의 칭찬 도장 그리스인들은 일반적으로 공문서를 비롯한 중요 서류에 서명(사인)을 하고 인감 등의 개인 도장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도 은행 업무를 볼 때나 회사 일을 할 때 사인을 해야 할 일이 자주 있었지만, 아예 개인 도장을 사용하지 않는 그리스에 오니 더욱 사인을 할 일이 많아졌는데요. 처음엔 그리스엔 아예 도장이 없나 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 생활에 익숙해지고 공문서를 다루는 서류 업무를 할 일이 많아지자, (특히 그리스 관공서는 불필요한 서류를 많이 구비하도록 체제화 되어 있어 아주 연세가 많으신 노인들께서도 제출용 서류철을 들고 다니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일반 회사 명판, 관공서 고유 명판 등은 레이저를 이용한 기계로 판 도장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보통 좀 규모.. 2014. 1. 11.
그리스에선 응답할 수 없을 줄 알았다 1994 이제 단 한 회만을 남겨 놓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 드라마가 시작되었을 때 바쁜 중에도 굳이 찾아 보았던 것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드라마가 1994년 신촌의 대학생들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 드라마도 아닌데, 얼마나 역사적 고증을 잘 하나 보자 라는 말도 안 되는 시선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의 저는 나정이, 칠봉이, 삼천포, 빙그레, 해태, 윤진이, 쓰레기 오빠 처럼, 거의 매일을 신촌에 있었던 대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가 연세대 학생이었고, 제가 다녔던 대학교에서 연세대까지는 버스로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렇게 저와 그 친구는 1994년, 1995년을 연.. 2013. 12. 28.
김탄과 차은상, 키스 왜 이래? 묻는 한류팬 아줌마 오늘 한국어 수업을 하러 갔는데, 이민호 팬인 그리스인 이로 아주머님께서는 수업이 끝나길 눈 빠지게 기다리는 눈치셨습니다. 요즘 한국어 능력 검정시험 토픽 기출문제를 푸느라 수업이 좀 늦게 끝날 때가 많은데, 아주머님은 정말 궁금해 참을 수 없겠다는 표정으로 저와 디미트라를 살피셨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고, 아주머님은 빛의 속도로 옆에 다가와 앉으시더니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있지, 올리브나무. 김탄과 차은상은 왜 그렇게 밖에 키스를 못 하는 거야? 응? 왜 그런 거야?" 저는 순간 무슨 말인가 멍해졌다가, 아! 드라마 상속자들 이야기를 물어보신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아주머님은 답답해 죽겠는지, 극 중 김탄과 차은상 역할을 하고 있는 이민호와 박신혜의 키스 장면을 담은 사진을 굳이 태블릿P.. 2013. 11. 9.
이민호 덕에 혼자 한글을 깨친 그리스 아주머니 한달 반 만에 디미트라 양과 한국어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그리스는 새 학년이 시작되며, 디미트라 양 직장인 대형서점은 참고서와 새 학년 준비물을 준비하는 손님들로 꽉 차 야근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그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수업 후에 마음이 막 시원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디미트라 양의 집에 들어서니 그녀 어머니 이로Ηρώ 아주머님께서 저와 딸아이를 반겨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딸아이가 보고 싶다고 굳이 같이 오라고 하셨던 이로 아주머님이십니다.) 언제나처럼 제 기호에 맞는 따뜻한 커피가 내려져 있었고, 쿠키와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인 접시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려고 막.. 2013. 10. 19.
첫 시행되는 한국어능력시험(TOPIC)에 포부를 밝힌 그리스인 아마 한국어능력시험인 TOPIC(Test of Proficiency in Korean)에 관하여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능력시험에 TOEIC, TOEFL이 있는 것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유학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국내,외에 위치한 한국 회사에 취업을 생각하는 경우, 혹은 한국어에 대한 능력을 점검해 보는 의미로 응시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TOPIC 시험을 주관하는 대한민국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립국제교육원에서 밝힌 이 시험에 관한 개요 및 활용에 관한 내용입니다. 한국 내에 사는 외국인은 물론이고 최근 국외에 사는 외국인들 중에도 한류의 열풍 등으로 한국어를 좋아하고 공부하는 것을 넘어, 이렇게 토픽 시험을 치르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그.. 2013. 8. 24.
한류팬 그리스인 아줌마에게 최고의 한국 선물 한국을 방문 하는 동안, 저는 그리스인 가족들과 친척, 친구들의 선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 가기 전에 시어머님은 제 부모님께 드리라며 많은 선물을 챙겨 주셨고, 친구와 친척들은 떠나기 전에 만나자고 해서 특별히 잘 다녀오라며 환송을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간 그리스에서 보낸 시간이 헛된 게 아니었음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생판 모르는 사람 천지였던 타국에서 산 몇 년 사이에, 제가 고국을 방문한다고 저를 챙겨 주는 사람들이 생긴 것입니다. 사실 저는 사뭇 감동하기 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저를 가장 감동 시킨 사람이 있었는데요. 바로 제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디미트라의 어머니인 '이로Ηρώ' 아주머니였습니다. 현대 그리스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고대 그리스에.. 2013.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