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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12

살짝 정신 줄 놓게 했던 아테네에서의 사흘 -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2 아테네 베니젤로스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였습니다. 호텔 식당이 열리려면 두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는 공항에서 긴장상태로 대기하느라 새벽에 로도스 공항에서 파이를 먹은 뒤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호텔 건너편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팔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호텔방에 앉아 먹으며, 이 갑자기 주어진 2박 3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 미국에 도착했다면, 저희는 천천히 결혼식 준비를 돕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주어진 아테네에서의 2박3일은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 2013. 10. 28.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1 2012년 작년 10월, 꼭 이 맘 때였습니다. 미국 유학 중이던 막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습니다. 막내 동생을 못 본 지 오래였고, 미국에서 12년째 이민 생활을 하고 있던 다른 동생을 못 본 지도 5년이나 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그리스에 사는 저희가 대서양을 건너간다면, 부모님까지 모두 한 자리에 5년 만에 모이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영주비자 확인 종이 서류는 있는데 그리스 정부 개편으로 영주권 신분증이 1년 반 넘게 나오지 않으면서, 이런 제가 미국으로 출국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아니다 라고 번복 주장하는, 일 못하는 그리스 이민국의 직원 때문에 맘 고생을 많이 했었고, 결국 책임자까지 만나 가며 어렵게 미국 행을 준비했습니다. 결혼식에 입을 우리의 옷과 구두,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 2013. 10. 27.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이 놀이, 알고 보니 지구촌 놀이였어?! 저는 얼마 전, 미국에서 소포를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이웃 블로거이신 이방인 님으로부터 온 소포였는데요. 아마 이방인 님의 블로그(http://strangerca.tistory.com)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아시겠지만, 제가 그분 블로그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이벤트 선물과 자필 편지를 제게 보내주신 것입니다. 사실 진작 소포의 내용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워낙 이방인 님이 인기 블로거이시기에 제가 이 선물을 자랑하는 것이 이방인 님의 다른 애독자 님들에게 아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게 만들까 싶어서 자랑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는데요. (여전히 소포 내용물에 대해서는 저 혼자만 알고 있을 생각이랍니다. 소포를 받고 많이 좋아서, 감동이 물결쳤었기 때문에 그 기분을 혼자 간직하고 .. 2013. 10. 16.
911테러 때 내가 미국에서 겪은 이상한 난민 생활 2. 끝. 시카고 아주머님 댁에서 지낸 지 사흘 째 날이 밝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색은 점점 이상해져 갔는데요. 샤워를 한번 하려 해도 한 두 시간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의 인원이었기 때문에 씻는 것도 대충할 수 밖에 없었고, 가방 안에는 열흘 미국 일정 동안 입었던 구겨지고 세탁하지 못한 정장들만 잔뜩 들어있어, 대부분 일행들은 시카고에 도착하기 열 시간 전, 버스를 탈 때 입었던 장거리 비행을 위한 트레이닝 복에 가까운 복장으로 나흘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결국 냄새 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집주인 아주머님의 아들이 고등학교 때 입다가 버리려고 놔둔 살짝 구멍 난 바지, 소매가 늘어나고 빛 바랜 후드 티 등을 얻어 입게 되었습니다. 세탁기를 쓰라고는 하셨지만 속옷만 겨우 여자 것 따로 남자 것 따.. 2013.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