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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나를 4등신으로 느끼게 만든 그리스 이민생활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2. 20.

 

 

 

어제 글 말미에 제가 재미 삼아  어설픈 자화상 몇 개를 그려 넣었는데요.  

한 독자 분께서 이런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댓글을 재미있게 써 주셔서 빵 터져 한참 웃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내가 실제로 그림처럼 4등신인가? 난 나 스스로를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진심으로 순수한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제 키는 167cm라서 제 또래의 한국인 여성 중에는 큰 편이고, 그리스 여성들과 함께 있어도 큰 편에 속하는데요.

아무리 제가 한참 운동을 할 때에 비해 체중이 많이 늘었고 기본적인 덩치가 있는 형이라고 해도, 왜 나는 현재 스스로를 4등신처럼 여기는가 곰곰히 생각하다 보니 결론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아…이것은 상대적인 것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던 때의 저(오른쪽)와 헬렌 켈러라는 별명을 가진 한국의 제 절친(왼쪽)입니다.

 

 

생각해보니 블로그에 제 전신사진을 올린 적이 한 번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진을 찍히기보다 찍어 주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아무리 뒤져도 최근의 덩치 더 큰 전신사진은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한국의 동료들과 6년 전 쯤 출장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그러니까..

그리스인들 속에서, 그리스인들 혹은 인근 유럽에서 온 백인들만 보고 살다 보니

가끔 길을 가다 쇼 윈도우에 비친 제 전신 모습은 그들에 비해 이렇게 확연하게 차이 나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리스인들보다 나는 머리가 크다!'

 

엉엉

뭐, 저는 얼굴이 동그란 형이니 한국인들과 함께 있을 때도 얼굴이 갸름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 적어도 한국인들과 섞여 있을 때 머리가 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없는데요.(어쩌면 덩치가 머리 크기를 커버하는지도요..--;;)

그런데 그리스에 오니 백인들 사이에서 제 머리나 얼굴은 참 크게 느껴질 때가 많았던 것입니다.

당장 옆에 있는 매니저 씨나 시어머님, 시누이의 경우 그리스인 중에서도 얼굴이 더 작은 편이어서 제 한손으로도 얼굴이 다 가려질 정도이니, 함께 사진을 찍을 때는 저는 늘 고개를 습관적으로 뒤로 빼게 되곤 합니다.

  

과장이 아닌 정말 제 한 손에 얼굴이 다 들어가는 그리스인 가족들

그리스 로도스 스타벅스에서

사진에서는 표시가 잘 나지 않지만, 이 사진을 찍을 때도 고개를 매니저 씨 보다 살짝 뒤로 빼고 찍었는데요.

그래야 그나마 비슷한 얼굴 크기로 사진이 나온다는 슬픈 현실입니다.

 

 

 

대부분 사진으로만 매니저 씨를 보던 사람들이 실물을 처음 볼 때 놀라는 이유도 바로 얼굴 크기 때문인데요.

제 동생이 매니저 씨를 실물로 처음 봤을 때도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어머! 실제로 보니 얼굴이 정말 작으시네요! 덩치도 생각보다 큰 편은 아니시네요???"

 

 

 

하지만 그리스에 와서 바뀐 저의 자화상은 이 얼굴 크기 외에도 또 있습니다.

 

 '그리스인들보다 나는 다리가 짧다!'

 

역시 제가 한국인 중에 다리가 짧은 편은 아니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국에서 옷을 살 경우 바지 길이를 줄여 입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바지를 사도 바지 길이를 줄이지는 않아도 되었으니, 분명 다리가 그렇게 짧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리스에서 숱하게 바닷가를 오가며 그리스인들의 몸매를 보게 된 결과, 그들의 다리는 키에 비해 상상을 초월하게 긴 경우가 참 많았다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대부분 엉덩이가 심하게 업이 되어 있어서, 다리는 더 길어 보이는 것입니다.

소위 말해 키가 작아도 비율이 좋은 사람들이 그리스에는 참 흔한 것입니다.

 

다리가 긴 저희 시댁 가족 그리스인 여성들입니다.

 

 

이런 사람들만 매일매일 보며 살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 전신을 볼 때마다 나는 너무 머리가 크구나, 난 다리가 짧구나 느끼게 된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이런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부분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진 않아서, 평소 이런 문제로 크게 고민해 본적은 없었는데요.

그런데 어제 그림을 그리며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이런 현상을 무의식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제가 그려 놓고도 좀 놀랐습니다. (그림 심리에 대한 관점에서 보아, 그림을 그림으로만 받아들이진 못 했던 듯 하네요.)

 

게다가 만약 이런 그리스인들과의 생활 때문에 스스로의 자화상이 바뀌었다면 한국에서는 괜찮아야 하는데,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외모적인 이질감 없이 편하게 지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던 게, 머리가 그리스의 강한 햇볕에 부분부분 탈색되고 피부가 까맣게 탄 저를 본 한국인 중에 "다른 나라에 사시는 분이신가 봐요." 라고 물어보신 분들도 제법 되었었기 때문입니다.

 

해외에 나와 살다 보면 내면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외모의 정체성에도 혼돈이 크게 오는구나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제 사진이 찍힌 것을 보면 화장도, 옷도, 머리 스타일도 점점 그리스인들'화(化)' 되어가는 것 같은데, 스스로 머리는 크고 다리는 짧게 여긴다니… 참 이상한 외모 자화상입니다.

 

이는 마치 언젠가 제가 보았던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어느 오지 정글로 들어가 살게 된 한 사나이가 매일 벗고 사냥하는 부족들만 보다 보니 세월이 흐르며 그도 옷을 벗고 생활하게 되었지만, 세월이 흐른 후에도 그의 금발 머리와 푸른눈이 늘 그곳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지만, 4등신으로 자화상을 자각하더라도 결국 그게 제 모습이니 저는 그냥 당당하게 살려고 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가끔 4등신, 혹은 3등신으로 저를 표현한 그림을 올리게 되더라도 재미있게 봐 주실 거죠?

사실 현재의 덩치 면에서는 이 4등신 그림과 실제의 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하하하하..

  

여러분의 자화상은 실제의 모습과 얼마나 비슷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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