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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한국인에게 미국보다 그리스 이민생활이 어려운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6. 25.

 

 

어제 예고한 대로 미국 이민생활을 십이 년 한 동생이 그리스에 와서 느낀 부분,

제 블로그에 비밀댓글을 써 주셨던 그리스인과 결혼해 미국에서 이민생활 중이신 한국 여성분들,

역시 비밀댓글을 써 주셨던 그리스인과 미국에서 장기간 연애 중이신 한국 여성분, 남성분들의 그간 이야기, 

그리고 제가 그리스에서 한 경험을 종합해

한국인에게 미국 이민생활보다 그리스 이민생활이 어려운 이유를 밝혀 보겠습니다.

(우선, 미국과 그리스에서 동일한 상황에서 이민 생활을 할 경우를 비교해 쓴 글임을 알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그리스인들의 찐한 가족문화

 

미국 동부에 사는 동생의 경우 그리스인들이 여는 축제(Greek Festival) 현수막을 본 적이 있는데, 타국에서 조차

어찌나 그리스인들끼리 모여 파티를 하고 친목을 도모하는지 정말 놀라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리스에 와

서 저희 가족, 이웃의 가족 들이 파티를 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부분이 실감이 난 것입니다. 제가 모임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모임이 끝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일하고 치우는지 목격한 것이지요.

이는 그리스인과 결혼을 해서 그리스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겪을 수 밖에 없는 혀를 내두르는 과정인데, 미국에

서 한국인 시댁 친척 200명과 일 년에 한 두 번은 만나는 동생에게 조차도, 그리스인들이 가족끼리의 간섭과 자주

모이는 끈끈함은 큰 어려움으로 비춰진 듯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과 결혼해 미국에 사시는 한 독자님께서는 시댁인 그리스에만 휴가를 다녀오면 그 참견과

간섭 때문에 머리가 다 아파서 그리스에 안 살고 미국에 사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에 대해 토로하셨습니다.

 

그럼 한국인들끼리 그리스로 이민 올 경우, 그리스인들의 찐한 가족문화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한국인 이민가정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친구와 남, 이 두 가지 관계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참고글-2013/06/01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아무하고나 쉽게 싸우고, 쉽게 친구가 되는 희한한 그리스인들

그리스인들은 남인 사람에게는 사정없이 원칙주의를 고수하다가 친구인 사람에게는 갑자기 많은 것을 퍼주곤 합니다.

하물며 가족의 범주에 들어간 사람들끼리는 서로 많은 이익을 나누고 챙기게 되는 것이지요.

한국인들끼리 이민 올 경우, 그리스인들에게 특혜를 받기가 사실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2. 지나치게 융통성 없고 일 못해서 느려터진 그리스 공무원 행정

 

이 공무원 행정과 제도가 지금의 그리스 경제 위기에 한 몫 했음을 여러 번 말씀 드렸었는데요.

참고글-

2013/03/12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이럴 수가! 전 세계 어디나 노인 분들의 막무가내 호기심은 똑같다니

2013/01/2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 아테네 경찰관은 왜 한국인관광객을 폭행했을까?

2013/01/17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 가족들에게 오늘 한 턱 낸, 웃기시는 이유.

 

쓸데 없는 행정절차가 많고 기관 간의 업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리스 공무원 행정은 이민 절차에서도 적용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리스에 이민 오기 전에, 주한 그리스대사관에 비자 문제로 수 차례 직접 찾아갔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곳의 공무원들이 본국의 행정절차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역 행정이 주마다 다르니 여기서보다는 가서 비자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답답한 소리만 반복했습니다.

이는 그리스인인 매니저 씨와 함께 갔을 때 조차도 똑 같은 반응이었기 때문에, 제 언어의 문제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결국 저는 그리스에 와서야 영주 비자 절차를 밟았고, 그 영주 비자가 나오기 까지 엄청난 세월이, 그 후 다시 신분

증이 나오기 까지 엄청난 세월이 소요되었습니다.

아테네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는데요.

(단, 주재원이나 한국공무원으로 아테네에 근무할 경우 훨씬 신속하게 일 처리가 됩니다.)

이런 무능력한 행정절차 때문에 제가 영어 아포스티유를 그리스어로 번역하고 공증받은 서류의 양은 책꽂이 한 칸

을 꽉꽉 채우고도 남습니다. 그중엔 이름만 살짝 다르고 중복된 내용의 서류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스 행정에서 이 비자처리 때문에 여권 전면을 (도장이 없는 면까지도) 복사한 횟수는 30회도 넘습니다.

이민국에서 서류를 잘 못 알려줘서 헛걸음한 횟수는 몇 년간 수십 번에 달하며, 이민국에서 아침 8시부터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평균 시간은 두 시간입니다.

이민국에서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기보다 그리스어를 사용하길 권장하며, 그리스어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모욕을 주기도 합니다.

(심지어 각 나라 외국인이 줄 서서 기다리는 이민국의 안내문은 모두 그리스어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 이민이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이상한 과정을 겪지는 않고 상당히 합리적인 기다림의 과정을 겪게 되므로

이 두 가지 행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리스 이민국은 상종 못할 곳인 것입니다.

그리스 이민국의 이런 행정처리 때문에 이민국 앞에서 싸움이 일거나 눈물을 흘리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을 목격할 수 있는데요.

제가 이민국 복도에서 흘린 눈물도 모으면 샤워 몇 번은 충분히 할 정도가 되겠네요.

심지어 그리스인과 결혼해 나름 신분이 보장된 저에게도 이런 일이 있을 정도이니, 한국인 가족이 이민을 오는

경우 만일 도와주는 친인척이 없다면 그 난감함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3. 대놓고 인종차별

 

동생은 그리스인들의 표정이 정말 이상하다고 말했습니다. 동생 표현으로는 미국인들은 친절한 척 하는 데에는

'가식 쩌는' 사람들이라 속으로 아무리 인종차별을 해도 겉으로 만큼은 아닌 척 생글거리며 미소를 날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는 블로그 이웃이신 이방인http://strangerca.tistory.com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동생이 본 그리스인들은 억지로 웃지 않고 감정에 솔직하고 표정이 도도하다고 했습니다.

(정말 정확하게 봤다고 말해주었지요~)

언젠가 그리스인들이 칭챙총을 말하며 인종차별 발언을 한다는 말에, 한 독자님께서 쿵푸팬더에서 무술할 때 내는

소리처럼 그냥 재미로 내는 소리를 제가 오해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요.

저는 정말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참고글-

2013/03/29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국제결혼 커플이 서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말들

2013/02/07 - [소통과 독백] - 인종차별의 끝판왕인가. 자격증 획득에서 두 번째 미끄러지다.

2013/01/25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에서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2013/01/23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에서 겪은 최악의 인종차별 사건.

그리스인들은 일단 동양인은 어려운 그리스어를 모를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눈 앞에서 비아냥거리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쌀밥이 주식이라는 말 한마디를 했다가 "너는 중국인이냐? 왜 맨날 쌀밥만 먹냐? 엉덩이 막힐라~쌀밥은

시멘트 개어 놓은 것처럼 찐득거리잖아."라는 놀리는 노래를 몇 번 들어봤습니다.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아

한 동안 밥 해 먹을 때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이 있으면 밥그릇을 감춘 적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스에는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에 칭총챙총 칭총~ 칭총챙총 칭총~ 이렇게 변형해 부르는 버전이 있습니다.

그리스인들끼리의 생일 파티마다 이 노래 버전이 중국 생일 파티 노래, 라며 반드시 등장하는데 제가 만약 중국인

이라면 얼굴 벌개질 정도로 놀리는 억양을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바로잡기 위해 중국어도 아닌 놀림용 노래를 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하지 말자고 가는 곳 마다 말했고,

제가 중국인인줄 알고 이 노래를 더 불러댔던 그리스인들 조차 이제는 제가 가는 생일 파티에서는 이 노래를 부르

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위에서 설명한 친구가 되어 버렸으니 절대 놀릴 수 없는 것이지요.

 

대놓고 인종차별 받지 않는 최고의 방법은 완벽한 그리스어를 구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어는 배우기가

상당히 어려운 언어라 이렇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요한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 다른 소소한 이유들도 있지만 대표적인 이유만 설명해 보았는데요.

어느 나라든 이민생활을 한다는 것은 장소를 불문하고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좀 더 고생스러운 곳과 상대적으로 덜한 곳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그리스의 한국인 이민자 숫자가 그것을 증명하는 셈이지요.

저는 가끔 생각합니다.

제가 다 알지 못하는 이 세상에는 한국인으로서 그리스에서보다 더 이민생활하기 어려운 나라들도 존재할 거라고요.

어느 나라에서든, 그 곳에서 이민 생활한 햇수가 얼마나 되었든

쉽지 않은 결정으로 이민을 택해 고생하는 많은 한국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네가 선택해 놓고, 좋은 나라에서 뭘 고생한다고 엄살이냐고, 라고 말하는 분들에게는 꼭 이민생활을 한번은 생으로 경험해 보실 수 있는 쿠폰을 끊어 드리고 싶습니다.

그런 말을 아무렇게나 내뱉는 것은 마치 상사에게 엄청 깨지고 울며 하소연 하는 사람에게 대놓고 "네가 선택한 직장이면서 왜 엄살이냐?" 라고 면박 주는 것, 아내와의 불화로 맘 고생 중인 사람에게 대놓고 "네가 선택한 결혼인데 뭘 고생스럽다고 그러냐?"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