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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재밌는 유로비전, 유럽 최근 동향도 한 눈에 보여!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20.

재밌는 유로비전,

유럽 최근 동향도 한 눈에 보여!

 

 

 

 

 

 

 

그리스 시간으로는 5월 18일 토요일 저녁 10시, 작년 1위 국가였던 스웨덴에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화려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Eurovision Song Contest)는 유럽방송연맹(European Broadcasting Union) 회원국 시청자 앞에서 노래, 춤 등 자신의 기량을 뽐낸 뒤 순위를 가리는 유럽 최대의 음악 경연 대회입니다.

1954년 첫 발족된 이 대회는, 1956년 스위스에서 처음 시작되어 ABBA, 셀린 디온 등을 배출해낸 역사적인 유럽인의 축제입니다.

우리에게 징기스칸 송으로 한글 번역된 곡의 원곡 징기스칸 Genghis Khan 역시 1979년 유로비전의 독일 출전곡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꿋꿋한올리브나


그리스로 이사온 첫해에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이하 유로비전)를 보기 전까지, 사실 저는 유럽음악에 대해서 크게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유로비전을 하는 날, 그리스인들이 온통 낮부터 저녁에 어느 집에 모여서 TV를 볼 것인지, 뭘 먹으며 볼 것인지 난리들이었고, 저는 이런 풍경이 낯설기만 했는데요.

 

'무슨 축구시합도 아니고 올림픽 경기도 아닌데 꼭 온 식구가 모여서

메뉴까지 미리 골라서 먹으며 봐야 하나?'

요리

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해가 거듭되면서 이 유로비전 시청이 몹시 기다려지는 것은, 이 유로비전이 정보와 재미, 두 가지를 다 주는 놀라운 유럽인의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유로비전이 어떤 유익한 정보를 주는 지 살펴보자면요.

유로비전 하나만 제대로 시청해도, 유럽의 최근 동향 (경제, 정치외교, 문화, 패션)이 한 눈에 보입니다!

 

'아니, 단순한 음악 축제인 줄 알았던 유로비전에 그런 정보가 숨어 있다고요?'

??

 

1. 유럽의 경제 동향이 보여요!

유로비전의 우승이 되면 다음 해에 이 행사를 치러야 하는데요, 제 작년 우승국이었던 아제르바이잔이 작년 유로비전 행사를 치르는데 들어간 돈의 약 두 배를, 올해 스웨덴에서는 행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는 우승을 하더라도 다음 해에 행사를 치를 돈이 없기 때문에 우승할만한 곡과 가수 퍼포먼스를 일부러 내보내지 않는 소극적 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유럽 경제가 휘청거리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고 보았을 때, 작년 우승국 스웨덴, 올해 우승국 덴마크라는 점은 그냥 '좋은 노래로 잘 불렀으니까 우승했겠지' 라고 만은 말할 수 없는 결과인 것입니다.

게다가 그리스처럼 경제를 위해 일종의 꼼수를 두는 경우도 있는데요.

경제가 더 어려웠던 작년엔 우승하기엔 부족하지만 체면은 유지할 만한 가수를 내보내더니, 긴축 재정과 혈세로 경제가 조금씩 살아난 올해는 코믹한 요소가 강해 우승하기엔 무리가 있지만(우승하면 큰일나므로), 유로비전 후 몇 년간 CD와 음원이 날개 돋힌 듯 팔리는 유로비전의 인기곡으로서는 충분해 경제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 유럽의 클럽이나 바에서 틀어주면 딱 좋은 곡을 선보여서 6위의 적정선을 유지했습니다.

그리스의 곡 제목은 "Alcohol is free" 입니다. (제목만 들어도 딱 감이 오시지요?)

정말 노래가사가 어이없지만, 많이 웃으며 봤답니다. 나름 전통 악기는 다 사용했네요^^

 

그리스 보다 한발 늦게 경제 위기에 접어든 스페인은 작년의 그리스처럼 훌륭한 가수, 훌륭한 곡이지만 크게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곡으로 엄청난 돈이 드는 우승의 위기(?)를 잘 넘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입니다.


 

2. 유럽의 정치, 외교 동향이 보여요! 

한국일보 국제 뉴스

[View]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보이지 않는 손' 정치방정

2012.06.01 기사 중

사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가 정치색을 강하게 띈 것은 올해뿐 만이 아니다. 심사위원 평가와는 별도로 참가국 시청자들이 자국을 제외한 외국팀에게 점수를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우열을 가리다 보니 당시 유럽 내 정치이슈에 따라 우승자가 결정된 적이 많았다. 2003년 미국과 함께 이라크 전에 참가한 영국은 시청자 점수에서 0점을 받은 반면, 미국의 기지사용 요구를 거절한 터키는 우승을 차지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2009년에는 조지아가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조롱하는 가사가 허용되지 않자 불참했다. 아제르바이잔과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아르메니아 역시 올해 출전을 거부했다.(한국일보 이태무 기자)

위 기사에도 언급된 것처럼, 해마다 유로비전은 예선 참여국이 있고 본선 진출국이 있습니다.

올해는 유럽의 경제 위기를 보여주듯 작년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의 국가가 예선에 참여 했는데요.

39개의 국가가 예선에 참여했고, 접전 끝에 26개의 국가가 본선에 진출했는데요.

 

 

왼쪽은 예선 심사 참가국이고 오른쪽은 본선 진출국입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홈페이지(http://www.eurovision.tv/page/timeline)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선에 진출한 26개의 국가의 노래가 다 끝나고 나면, 예선에 참가했던 39개의 국가가 자국을 제외하고 문자 투표를 할 수 있습니다.

이 투표 결과를 각 국가의 아나운서(혹은 MC)와 유로비전 사회자가 화상통화하며 발표하는 장면을 볼 때가 어쩌면 가장 흥미진진한 장면일 수 있겠는데요.

 

리투아니아의 MC가 온라인으로 자국 내의 국민 문자 투표를 한 결과대로 점수를 발표하는 장면입니다.

(아제르바이잔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네요. 두 나라 모두 구 소련 연방에 속해있던 공통 분모가 있는 나라들입니다.)


대개 대중성과 음악성을 고루 갖춘 노래에게 각국의 문자 투표로 12점인 최고점을 주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외교관계가

서로 좋은 국가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경우도 상당히 흔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나라라서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고 하기에

는 편향적인 투표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아서, 이 투표 결과만 잘 살펴보더라도 지금 현재 유럽 각국의 정치와 외교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일 예로 얼마 전 외환위기를 맞은 키프로스(사이프러스)의 경우, 올해는 본선 진출국은 아니었는데요.

외환위기 상황에 발벗고 나서 준 그리스에게 당연하게 최고점인 12점을 주는 국민 투표 결과가 나왔답니다.

그 밖에도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처럼 가까운 국가들은 서로에게 점수를 많이 주었습니다.

제가 안타까웠던 것은 본선 진출국이 아니었던 알바니아의 투표결과였는데요.

그리스인들이 그렇게 인종차별을 하고 불법 체류 중인 알바니아인들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데도 불구하고, 알바니아 국민들은 이웃나라 그리스에게 최고점 12점을 보내주었습니다. 

 

 

3. 유럽의 문화 동향이 보여요! 

유로비전에서는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퍼포먼스가 뛰어난 곡이 1위 우승곡이 되는데요.

아무래도 음악 콘테스트니만큼 해마다 참가곡들을 보면 유럽의 유행음악과 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항상 전년 우승곡과 비슷한 흐름의 곡들을 다음 해 유로비전에 다른 나라 참가곡에서 꼭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는 문화 양상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특이한 퍼포먼스 보다는 작년 우승곡처럼 고음이 많고 시원한 창법으로 부르는 화려한 곡이 많았고, 늘 그다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던 영국 조차도 왕년의 유명가수 Bonnie Tyler를 내세워 유럽인들의 향수를 달래주었습니다.

 

올해 영국 참가 가수 보니 타일러 Bonnie Tyler

유럽의 경제가 위축되어 유럽인들의 마음이 어두운 만큼, 올해는 밝고 경쾌하며 좋은 가사를 갖고 있지만 무난하고 독창성이 없어보이는 의 참가곡(Tomorrow)이 의외로 선전하여 8위를 차지했고, 예년 같았으면 좀 더 하위권이지 않았을까 싶은 그리스의 코믹한 곡 역시 6위를 차지한 것만 보아도 유럽인들의 현재 음악 문화적 동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문화적 동향대로 올해의 1위부터 4위까지의 곡들은 작품성이나 가창력도 나쁘지 않았지만 상당히 대중성이 있는 곡들로 선정되었습니다.

 

올해의 1위 우승국 덴마크의 가수와 퍼포먼스 팀 (우승곡 Only Teardrops) 

 

사실 5위를 차지한 러시아 참가곡에 대해 "저 곡이 최고다!" 라고 말했던 제 취향을 무색하게 만든, 유럽인들의 현재 취향을 반영한 결과인 것입니다.

 

올해 러시아 참가곡 What if  (혹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한번 들어보세요.)

(그러나 자료 조사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러시아 곡은 예선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뽑은 예상 1위 곡이었다고 하네요. 그래 봤자 1위는 인형 같은 외모의 좀 더 대중적 가수가 차지한 걸 보면, 제 귀가 예민한 건 가족들 코고는 소리를 확인할 때나, 멀리서 누군가 나에 대해 뒷얘기 할 때나 소머즈처럼 이용되는 큰 쓸모 없는 능력이지 싶습니다. )


 

4. 유럽의 패션 동향이 보여요! 

대회 진행 상황을 보여주는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 역시 현재의 유럽의 패션 흐름이나 색깔 흐름을 따라서 색 배열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많은 돈이 들어간 만큼 특히 나비에 국기 모양을 그러넣는 화려한 그래픽을 이용했고, 각 본선 진출국으로 직접 찾아가 참여 가수의 인터뷰를 만들어서, 작년처럼 아제르바이잔 홍보로 가득 찼던 동영상에 비해 다양한 볼거리가 사이사이 많았는데요. 그런 과정에서 유럽 각국의 패션들을 엿볼 수 있었고, 본선에 참가한 가수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팀들, 밴드의 의상을 통해서 요즘 유럽 전반에 유행하는 패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은 이렇게 함께 하는 행사들을 통해 나라간의 유행 패션의 간극을 줄여가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가수들이 입고 나온 의상들은 그리스에서도 요즘 유행하고 있는 파티의상들과 비슷했습니다.

 

  

유로비전 홍보 자료에 소개된 마지막 사진을 보니, 현재 유렵에 유행하는 근육일까요?ㅎㅎㅎ

 

 

이렇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여러분께서도 한번 찾아서 보시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총 시간은 각국의 투표 발표 시간까지 약 세 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작년 2012 유로비전 우승곡으로 1년 내내 그리스 라디오에서도 틀어주어 외울 지경인 스웨덴 곡 EUPHORIA와

1979년 유로비전 참가 곡이었던 독일의 징기스칸 동영상을 소개하며 오늘의 긴 글을 마무리 합니다.

 

 

 

 

 여러분 신나는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내일은 저를 무척 폭소하게 만든 '참 독특하고 코믹한 그리스어 유로비전 중계 해설'에 대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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