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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국장인 식겁하게 만든 외국사위가 전한 딸의 안부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4. 22.

한국장인을 식겁하게 만든

외국사위가 전한 딸의 안부

 

 

 

 

 

 

 

여러분! 덕분에 수술을 잘 마쳤습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을 줄 알았다면 굳이 수술한다고 말하지 않았어도 되었겠다 싶기도 하지만,

수술한다는 소식을 전한 덕에 또 이렇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할 수 있게 되었네요.

 

입원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입니다. 참 멋진 곳에 병원을 지었네요.

 

원래 세 시간으로 예정되어 있던 수술은 네 시간 넘게 진행 되어 끝이 났습니다.

음..진단할 때 알 수 없었던 것이 수술을 시작하니 알아져서 더 복잡한 수술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어떻든 무사히 마쳤습니다.   오키

 

 

저는 토요일 아침 병원에 입원해서 낮 12시로 예정되어 있던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저를 담당했던 의사가 갑자기 응급 수술이 잡히면서 제 수술은 오후 2시 반이나 되어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12시부터 3시까지 세 시간 동안 수술이 진행된다고 알고 계셨고,

실제 수술은 2시 반에서 6시 반 조금 넘어까지 진행되었던 것입니다.

저희 엄마는 지금 막내 동생 출산 때문에 미국에 계셔서, 한국에는 아버지 혼자 계시는 상황인데요.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저희 아버지는 영어 울렁증이 심하셔서 사위인 매니저 씨와 한국어로만

대화를 하신답니다.

그런 한국 아버지께서 오후 4시쯤에 제 수술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매니저 씨에게 전화를 하셨던 것이지요.

 

영어를 잘 하시는 엄마도 옆에 안 계시는 상황에, 이 한국 장인 외국인 사위 매니저 씨

100% 한국어로 진행된 대화를 소개해봅니다.

 

"올리브나무는 괜찮은가?"

"어, 괜찮아요. 괜찮아요."

"수술은 끝났는가?"

"아직 안 끝났어요."

"왜 아직도 안 끝난 거야? 뭐가 잘못된 거야?"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리스어로 혼잣말 - 뭐더라 그 단어가 뭐였지??)"

"이 보게. 옆에 손녀딸 없나? 통역이라도 부탁해야 하는데..."

"딸아이는 지금 고모 집에 있어요."

"아, 그래. 그렇구나...그럼 언제 수술이 끝나는 거야?"

이 때 매니저 씨는 두 시간은 더 있어 끝난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시간, 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도저히 안 나더랍니다. 사실 매니저 씨도 갑자기 길어진 수술 때문에

대기실에 앉아 초조해 하고 있을 때라 더더욱 한국어가 떠오르지 않았겠지요.

잠시의 고민 끝에 매니저 씨는 이 단어가 맞는 것 같다...라는 확신이 드는 한국어 단어가 있어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 수술은 20년 후에 끝나요. "

 

 

헉"뭐, 뭐라고????"

 

아버지는 식겁하셨고, 뭔가 잘 못됐구나. 딸에게 문제가 생겼구나 싶어, 일단 사위랑 말이 안 통하니 전화를 끊은

후에 미국의 엄마에게 동생에게 번갈아 전화하며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안습

이런 난리가 난줄도 모르고 마취에서 깨어난 저의 첫 마디는

                     "수술실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러브미 텐더를 틀어줬어...아주 좋았어..."

이런 말이나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정말 병원비가 엄청나게 비싼만큼, 수술실 시설과 오디오 시스템은 끝내줬습니다.)

어떻든 담당 의사가 변수가 있었던 수술 상황을 제게 설명하는 것이 끝나자 마자, 매니저 씨는 저를 붙잡고 아버지

와의 통화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버지께 20년 후에 수술이 끝난다고 얘기했는데, 잘 말한 거야?"

헉뭐?  20년이라고 했다고? 왜 그랬어. 한국말로 20년은 이꼬시 흐로냐.(그리스어로 20년이란 단어)

                라는 뜻이야!

 

"뭐? 어떻게 하지???"

"아이구..우리 아버지 난리 나셨겠네. 얼른 전화해 드려야겠다."

 

다행히 그 즈음에 미국의 큰 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동생에게 얼른 아버지께 전화해서 수술 잘 끝났다고 말씀 드리

고 했습니다.

동생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가 매니저 씨의 20년이란 실수담을 듣더니 전화기 밖까지 웃음소리가 들리게

웃었고, 곧 이어 전화 온 저희 엄마도 이 20년이란 말 때문에 웃느라고 정신을 못 차리셨습니다.

ㅎㅎㅎ우하하

그게 평소에 매니저 씨의 말투를 알기 때문에 얼마나 확신에 차서 얘기했을 지 눈에 보였기 때문이지요.

 

입원실에서 이런 표정으로 저를 웃겨주는 매니저 씨와 늦게 까지 간호해 준 시누이 입니다.

(이봐요...얼굴이 너무 이상해...--;)

 

아무튼 온몸에 링거며 이런저런 줄을 네 개나 주렁주렁 달고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매니저 씨 한국어 실수 덕분에 

신나게 웃을 수 있었답니다.

물론 아버지는 식겁하셔서 아직도 놀란 가슴이 진정이 안 되신다고 하시지만 말이에요~

 

여러분 덕분에 수술이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토닥토닥(이렇게 마음으로나마 hug를 보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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