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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독백

여러분의 이웃 그리스 올리브나무 씨 단신(短信)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6. 8.

 

 

 

한 독자님께서 얼마전, 제 블로그에 계속 들어오시다 보니 제가 독자님 댁의 이웃 어딘가에 사는 사람처럼 친근한 느낌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저도 1년 넘게 댓글로 자주 뵈 온 독자님들께는 비슷한 기분을 갖습니다.)  

실은 요즘 시아버님이 허리가 좋지 않으셨던 관계로 제가 평소 보다 하루 몇 시간 씩 추가 근무를 했었는데, 여름이라 일이 바빠지며 이 추가 근무 시간이 거의 고정으로 이어지는 분위기가 되면서, 저는 지난 주 이번 주가 도대체 어찌 지났는지 밥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정신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때문에 독자님들의 댓글에 변변한 답글도 못 쓰고, 이웃 블로거님들께도 자주 방문하지 못하고 토요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담 주엔 댓글에 대한 답글도 좀 쓰고 이웃 블로거님들께도 방문해서 안부를 전하도록 노력해 볼게요.ㅠㅠ)

포스팅 시간도 들쑥날쑥 이라 독자님들께 죄송한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글을 쓰고는 있다는 사실을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있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저의 최근 소식들을 짧은 단신들로 모아서 써보았습니다.

각각 하루 하루 포스팅으로도 자세히 쓸 수도 있는 내용들이지만, 어쩐지 여러분 이웃의 소식을 전하듯 제 소식을 단신들로 모아서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의 이웃 지구촌 그리스 지역에 사는 올리브나무 씨네 소식입니다.

 

 

 

▶ 육성으로 "올리브나무 님!" 이라고 듣는 날이 오다니!

 

지난 주 어느 아침, 저는 로도스 시 관광객이 많이 있는 어떤 장소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것이 있어서 근처 벤치에 앉아 이것 저것을 노트북에 적고 있었는데, 한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한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분에 몇 번이나 제 옆을 왔다 갔다 하다가, 제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기...혹시 올리브나무 님 아니세요?"

 

헉저는 너무 놀라서 말을 다 할 수가 없었고, "아 네 맞아요. 반갑습니다..."고 인사를 하고는 냅다 자리를 떴습니다.

(그렇게 행동해 죄송합니다...너무 놀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답니다...)

블로그에 제 얼굴 사진을 다 보이게 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는지 정말 많이 놀랐는데요.

로도스가 워낙 동양인이 드문 곳이라, 간혹 로도스에 여행 왔던 분들 중에, '혹시 저 분이 올리브나무님일지도 몰라' 이러며 로도스의 거리를 걸을 때 저를 두리번거리며 찾아보았던 분들이 있었다는 이야긴 간혹 댓글로 들은 적도 있었고, 그렇게 애정을 가져주시니 정말 감사하기만 하지만, 로도스가 손바닥만한 곳도 아닌데 실제로 누군가  저를 알아 보고 제게 그렇게 말을 건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저는 정말 크게 놀랐습니다.

물론 그분도 저를 부르시며 민망하셨겠지만, 저도 누군가에게 글자가 아닌 육성으로 "올리브나무 님" 이란 소린 처음 들어보았기 때문에 그 어색함이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것은 마치 스무 살 종로의 영어회화학원에 다녔을 때 학원 친구들과 외국인 선생님과 밖에서 밥을 먹기로 했던 날, 저 앞에 가는 친구를 부르려는데 순간! 그 친구의 한국 이름을 제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자꾸 빨리 걸어가는 그 친구를 붙잡기 위해 누가 봐도 한국인인 그 친구에게 "아놀드!"라고 불러야 했었던, 또 그 친군 제 영어 이름을 부르며 대답을 해야 했었던,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들이 "쟤들 뭐니?" 라며 쳐다 봐서 서로 민망했었던! 그런 기분과 조금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껏 블로그를 운영하며 제가 한국과 교류가 많지 않은 나라에 살아서인지 방송 출연 제의를 두 번 받았었는데, 모두 사양했을 만큼 저는 낯가림이 있습니다...(동수 씨는 몹시 아쉬워했지만 제가 극구 안 된다고 했습니다.)

물론 댓글을 통해 자신의 속 얘기나 사는 얘기도 자주 해주신 오래된 독자님들에 대해서는, 아마 직접 뵙게 되어도 분명히 반갑게 인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치 늘 보던 이웃처럼 말이지요.

 

저를 알아봐 주셨는데 당황해 미처 통성명도 하지 못 했던 한국인 젊은 여성분, 미안해요!!

제가 보기보다 낯을 가리는 데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그랬답니다. 

로도스 잘 여행하시고 돌아가시길 바랄게요!!

 

 

 

▶ 태어나 김치를 처음 맛본 디미트라, 갈리오삐, 이로 아주머님

 

이민호를 좋아하시는 이로 아주머님께서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셨습니다. 로도스 신문에 실릴 만큼 큰 사고였고 100% 상대방 과실이었는데, 어떻든 이로 아주머님의 차는 폐차를 해야 할 지경이 되었고 아주머님은 발을 수술 받으셨습니다. (안전벨트 덕에 발 외의 다른 곳 부상은 경미해서 다행입니다.) 

 

소식을 듣고, 저는 아주머님이 얼마 전부터 드시고 싶으셨다는 김밥과 계란밥부침을 해서 늦은 밤 병문안을 갔습니다.

가기 전 냉장고를 보니 지난 주 만든 김치가 아주 조금 남아 있었는데, 이전부터 김치가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했던 디미트라가 생각이 나서 김치도 조금 싸서 함께 들고 갔습니다.

 

물론, 한국에 가면 제 김치보다 정말 더 맛있는 김치가 많다는 이야기도 빼 놓지 않고 덧붙였지요.

태어나 처음으로 김치를 맛 본 그 세 사람의 반응은?

 

"정말 맛있어요!!!! 좀 맵긴 하지만 그래도 자꾸 먹고 싶어요!!!"

 

동수 씨와 마리아나 때문에 보통 한국 김치보다 덜 맵게 담은 것인데도

아무래도 처음 먹어본 사람 입에는 매웠던 모양입니다.^^

 

그 세 사람은, 제가 너무 조금 들고 간 것이 민망할 만큼 음식과 함께 김치 그릇을 싹싹 비웠습니다.

 

 

 

 

역시 한국을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이라서 처음 먹어 보는 김치까지도 그렇게 잘 먹어주니 저도 기뻤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만들어서 갔다 드리겠다는 제 말에 이로 아주머님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그러지 말고, 내게도 담는 법을 알려줘! 정말 맛있어서 나도 만들어 먹고 싶어!"

이로아주머님의 빠른 쾌차를 빕니다!! 파이팅

 

 

 

 

▶ 내 어린 시절 이야길 들은 마리아나의 결정적 한 마디

 

어제 오후 사무실에 함께 있던 마리아나가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저의 어릴 때 이야길 해주었습니다.

 

"막내 이모가 태어났을 때, 한국 할머니는 몸이 약해 많이 힘이 드셔서 엄마를 엄마의 외할머니 댁으로 보내셨어. 난 서울에서 4시간이 떨어져 있는 그 곳에서 6개월 가까이 지냈다고 해.

그 때 참 심심했는데 이웃 언니를 알게 되어서 함께 자주 놀았어. 그 언니의 엄마는 핸드백이 많았는데 그걸 집안에서 서로 들어 보며 어른인 척 놀이를 했는데, 내가 다섯 살 때 일인데도 아주 잘 기억이 날 만큼 즐거운 추억이야.

그 때 외할머니 댁은 옥상에 청록색 기와 지붕이 있었는데 난 가끔 거기 올라가 동네를 내려다보곤 했었어. 높은 지대에 있던 할머니 댁 옥상에서는 온 동네 집들이 다 내려다 보였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리스의 주황색 지붕들을 보고 있으면 그 때 생각이 가끔 나곤 해.

 

할머니 옆 집 아저씨가 흰 런닝셔츠를 입고 아침마다 마당에서 국민체조를 하던 생각도 나고. 하하. 아주 재미있는 아저씨였어. 

참, 그 때 엄마랑 매일 놀던 그 언니는 그 이후로 그 지역이 재개발 되면서 이사를 했다는데, 방학 때 내려가도 다시는 볼 수가 없었지.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을까..."

 

제 이야기를 다 들은 마리아나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결정적인 한 마디를 제게 날렸습니다.

 

"엄마? 왜 그 언니 전화 번호를 안 땄어요?

전화 번호를 땄으면 연락을 계속 할 수 있었을 텐데요?"

??

헉

"하하... 그 때는 휴대폰도 없는 시절이었는데? 그런데, 넌 전화 번호 딴다는 말은 어디서 배운거야? 전화 번호를 '따다' 보다는 '물어보다' 라는 표현이 더 예쁜 말이야. 마리아나."

"아, 한국 TV에서 봤는데, 그게 예쁜 표현은 아니에요?? 몰랐어요!"

슬퍼2

한국 TV로 배우는 표현을 실생활에서 사용할 기회가 적은 마리아나, 엄마에게 제대로 한번 사용해 주었네요. ^^;;

"하지만 앞으로는 더 예쁜 말을 써주렴. 마리아나!"

 

 

 

그럼, 저는 월요일에 또 다른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여러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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