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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딸아이의 소원 스케이트, 그리스에서 타려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1. 17.

 

 

 

한국에서 아주 어렸던 딸아이는 겨울이면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눈썰매를 타러 다녔습니다. 가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단체로 눈썰매장에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그리스로 이민을 왔고 그 덕에 좀 더 큰 애들이 탈 수 있는 스케이트를 타볼 기회는 미처 없었습니다.

지난 여름, 이민 후 몇 년 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 했을 때 스케이트를 한번이라도 타 보고 싶었던 딸아이와 실내 스케이트 장을 찾았지만, 때 마침 기계가 빙판을 고르느라 휴장 중일 때였고 시간이 많지 않아 다른 것을 보러 이동해야 했습니다.

 

2013년 여름, 한국의 실내 스케이트장 앞에서 사진만 한장

 

딸아이가 이렇게 스케이트에 대해 아쉬움을 갖는 이유는, 비가 많이 와 습하게 춥지만 측정온도는 좀처럼 영하 1~2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지중해성 기후인 그리스의 날씨에서(그리스 아테네를 비롯한 대부분의 지역이 그렇지만, 북부는 좀더 추워 눈이나 얼음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그리스에서는 인기 종목인 축구, 농구뿐만 아니라 여름 스포츠인 수영이나 발리볼 등을 배울 수 있는 스포츠센터와 시설들은 정말 많지만, 겨울 스포츠인 스키, 스케이트, 눈썰매 등을 배우거나 즐기는 영구적인 시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 아이들도 겨울 분위기를 느끼며 짧은 겨울 방학을 즐기고 싶어하기에, 그리스의 도시 곳곳엔 이동식 임시 스케이트장이 생기곤 합니다.

도시나 마을 축제 때마다 이곳 저곳을 도는 대형 업체에서 겨울 방학을 맞아 이동식 놀이동산(루나 파크 λούνα παρκ)과 함께 스케이트장을 개장하는 것입니다.

 

2013-2014 겨울 그리스 데살로니키에 열렸던 크리스마스 마켓과 이동식 놀이동산 루나 파크.

이곳에도 임시 스케이트 장이 함께 개장했습니다. (사진출처- http://7imeres.gr/)  

 

 각 지역마다 정교회 축일로 축제가 잦은 그리스 내에는 이런 대형 업체들이 서로 경쟁을 하며 해마다 새로운 놀이기구와 식당과 먹거리를 보강하여 나타나는데요. 이런 업체들의 이동식 놀이동산과 먹거리에 대한 글은 화려한 여름 축제 때 자세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로도스 시 안팎으로도 겨울 방학 동안 두 곳의 임시 스케이트장이 개장했는데요.

방학이 끝나기 직전, 딸아이와 저는 시 근처 로디니Ροδίνι라는 지역에 개장한 이동식 놀이동산(개장 기간 2013년 12월 7일 - 2014년 1월 12일)을 찾았고 마침내 스케이트장에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중학생들이 많이 쌩쌩 타고 있어서, 딸아이는 겁을 잔뜩 먹고 결국 타보려고 시도 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비가 자주 오는 날씨 덕에 이런 스케이트장의 얼음 표면이 녹아, 작년에 학교 다른 학년 아이가 크게 넘어져 깁스를 하고 학교에서 불편하게 다니는 것을 보았었기에, 딸아이는 큰 아이들이 좁은 스케이트장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움짤의 왼쪽 학생도 처음 타는 듯 난간을 잡고 타다가 꽈당 넘어지고 있네요.^^;;)

 

무섭기는 하고, 타고는 싶고…

아이는 하염없이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별안간 결심한 듯 제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엄마! 내년엔 키가 더 크고 힘도 더 세질 테니,

나도 꼭. 꼭. 스케이트를 배워볼래! 정말 내 소원이야!"

슬퍼2

 

그리고는 스케이트장을 떠나 다른 놀이기구들을 타며 속상한 마음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놀이 동산에 있던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과 유명 작가와의 만남도 기웃거려 보고

 

 

    

 사진도 찍어 보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지, 마침내 좋아하는 트램펄린(딸아이 표현으로는 방방뛰기)을 찾아 열심히 뛰는 것으로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소원 성취를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맛있는 것을 사주며 다음 겨울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맛있는 것을 파는 가게들도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어요.

 

 

 

다음 겨울엔 딸아이가 스케이트를 경험해 보는 그 소원을 꼭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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