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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인들이 연말을 보내는 좀 부담되는 문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2. 23.

 

 

그리스인들은 기본적으로 연말 연시를 가족들과 함께 보냅니다.

그렇기에 많은 가족 파티, 친척 파티가 여기 저기서 열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절 때 고향집으로 가든 부모가 자식의 집으로 오든 어떻게든 모이는 것처럼, 그리스에서는 가족과 함께 연말 연시 연휴를 보내기 위해 사는 지역을 떠나 가족이 있는 고향이나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유럽 OECD 국가 중 가장 긴 업무 시간을 자랑하는 그리스이지만, 일반 회사와 학교가 연말 연시 휴가를 최소 7일에서 10일 이상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점포 사업이나, 연말 연시에 가장 큰 매출을 올리는 업종은 예외입니다. 매니저 씨의 가게도 12월 25,26일 1월1,2일, 4일 밖에 쉬지 않습니다.) 

북미 지역처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연휴가 없는 그리스에서는, 이 연말 연시 연휴가 명절 빠스하(부활절) 연휴와 함께 가장 긴 연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설 연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따라서 연말 연시 업무 처리도 유럽과 한국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가족과 함께 연말 연시 긴 연휴를 보내는 유럽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기업의 경우, 간혹 유럽 거래처의 연말 연시 휴가 기간에 급하게 업무를 처리하려 해서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종무식 전에 업무를 꼭 마무리 해야 하는 한국의 문화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영국회사와 밀접하게 일을 한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 방식 대로라면 휴가보다 일이 먼저라는 개념이 있기에 당시 회사 이사님이 급한 서류를 이 연말에 영국 회사에 독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회사 담당자는 연말 휴가 때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전화를 해 오는 한국회사에 대해 무례하다며 화를 냈었고, 반대로 한국회사 입장에서는 영국회사가 업무를 나태하게 처리한다고 답답해 했습니다.

 당시 저 역시, 휴가 끝나고 일을 처리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이런 영국회사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리스에 이민 와 유럽 연말 연시 문화를 겪어보니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리스에 이민 온 후 어느 해엔, 저 역시 연말 연시에도 한국으로 부터 번역일로 독촉을 받아 그리스인들은 쉬는 연휴 내내 한국 방송국 번역 일을 해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저야 한국인이니 당연히 이런 한국의 업무에 대해 이해하고 연휴와 상관없이 일을 처리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럽회사와 업무교류가 았는 한국회사는, 연말 연휴 때 유럽회사에 일을 독촉하더라도 답이 늦는 것에 대해 상대의 업무 태도가 나태해서 그런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이렇게 한국보다 길고 일찍 시작되는 유럽의 연말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급한 업무를 서둘러 처리해 놓으면 더 편리하고 좋을 듯 합니다.

 

오늘 저는 딸아이 친구 알리끼의 생일 파티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전에 딸아이와 차에서 뽁뽁이를 터트리던 아이입니다.

다른 글에서 소개한 대로, 그리스에서 어린이의 생일 파티를 할 경우 부모나 형제가 함께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번 알리끼의 생일 파티는, 파티를 열 수 있는 음식과 놀이터 시설이 되어 있는 볼링장에서 열렸는데요.

파티에 온 아이들의 사기를 꺾지 않으려고

아이들이 게임하는 레인에는 공이 옆으로 빠지지 않도록 특수한 방어막 같은 게 갑자기 올라와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말 연시에 생일 파티를 할 경우, 이곳에 초대받은 누군가의 집에는 타지에서 온 형제나 부모 등의 가족이 연휴를 보내러 온 경우도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집에 연휴를 보내러 온 가족은 잠시 놔 두고, 초대받은 아이와 부모만 생일파티에 참석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의 경우, '연말 연시는 가족과 함께 보낸다' 라는 정의만큼 공공연한 정의가 있는데, 그것은 '나와 친한 친구의 가족은 내 가족이나 마찬가지이다.'라는 것입니다.

일 예로 남편 매니저 씨의 절친들은 저희 시부모님을 이모, 삼촌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매니저 씨는 그 친구들의 부모님을 이모, 삼촌이라고 부르는데요. 피가 섞이지 않아도 이렇게 친한 어른을 부를 수 있는 문화는 한국과 비슷한 문화라 처음엔 깜짝 놀랐었습니다.

이렇듯 절친한 친구의 가족이 내 가족 같다 보니, 오늘 제가 참석했던 생일 파티에는 참석한 아이들의 부모뿐만 아니라 그들의 집에 연휴 동안 방문한 친정 엄마, 남동생, 오빠 가족, 여동생 가족이 함께 참석한 경우가 4가족이나 있었습니다.

 

 

아테네에서 온 친정 엄마와 남동생 가족과 함께 생일 파티에 참석한 나탈리 / 오빠, 여동생 가족과 함께 참석한 엘레니

 

사실 그리스의 어린이 생일 파티는 전에 소개한 대로 밖에서 장소를 빌려 치러지는 경우가 많고, 등골이 휠 정도로 돈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1인당 식비를 생각한다면 내 친구의 여러 가족들까지 내 아이의 생일파티에 참석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반갑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추가 가족이 함께 가는 경우, 파티에 참석하기 전에 식사 주문 양을 생각해서 기본 초대장 하나에 3~4명으로 여겨지는 초대인원에 더 많은 인원이 함께 간다는 정보를, 파티를 주최한 가족에게 꼭 알려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에서는 만약 그 주최자가 나와 아주 친한 친구일 경우, 내가 우리 집에 방문한 다른 형제나 부모를 더 데리고 간다고 해서 싫어하거나 오지 말라고 하는 분위기가 아니란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저희 집에 연말 연휴라고 제 동생 가족이나 부모님이 다니러 왔는데, 제가 친한 친구 생일파티에 가면서 그들을 함께 대동한다고 해도 환영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결국 연말 연휴가 시작 되자마자 있었던 오늘 생일 파티엔, 이렇게 친척들까지 온 경우가 많아 아이들과 어른까지 7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참석했습니다.

물론 파티 주최자인 알리끼 엄마 마리아가 워낙 인맥이 넓다고는 하나, 만약 아이들과 부모만 참석했다면 50명이면 되었을 파티에 더 많은 인원이 추가 된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에서도 수 백 명이 참석하는 결혼식 피로연의 경우, 비싼 식사 주문을 위해 식사 제한 인원이 적힌 표를 청첩장을 줄 때 함께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추가 가족들이 더 오는 것이 싫어서 파티 참석에 제제를 가한다면 이는 그리스식 파티라고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는 집에서 하는 파티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대 받은 친구의 가족이 함께 오든 다른 친구가 함께 오든,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함께 오는 것에 대해 전혀 정색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이 그리스식 파티인 것입니다.

하물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연말 연시에 열린 파티인데, 이는 말할 것도 없는 것이지요.

저 역시 저희 집에서 연말 파티를 할 때, 오기로 한 친척의 예기치 않은 사돈 가족 손님이 더 추가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처음엔 이런 갑작스런 추가 손님에 당황스러웠고 그 인원이 많을 땐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럴 경우를 대비해 음식은 늘 넉넉하게 준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생일 파티는 볼링장에서 열렸던 만큼, 원래 참석인원에게 한 게임에 한해 볼링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인원이 정말 많다 보니 저를 비롯하여 첫 게임에 참석하지 못했거나 게임을 더 하고 싶었던 친구들은, 오늘 큰 돈을 쓴 주최자인 마리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각자 돈을 내고 추가로 게임을 했답니다. 저는 15년 만에 볼링을 쳐서 공이 옆으로 빠지고 점수도 형편 없었지만 좋은 친구들과 함께 치는 볼링은 지친 생활의 큰 활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또한 파티에서 돌아오니, 뒷집 시어머님 댁엔 오늘도 역시 가족과 함께 보내고자 하는 많은 시댁 친척들이 모여 계셨고, 저는 오늘 이 생일 파티 덕에 가사노동에서 하루나마 제외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휴라고 어쩌다 방문한 가족과 함께 생일 파티에 간 친구들과 달리, 매일 가족과 붙어 있어 어쩌다 가족과 떨어져 생일 파티에 간 제 모습이, 참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하루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연말 연시는 가족과 함께,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내일부터 또 매일 매일 시댁 가족들과 만나고 또 만나고 또 만나고를 반복할 테니까요.

그렇게 매일 만나도 할 말이 많은, 참 끈끈하고 신기한 우리 시댁 가족들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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