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케이크와 석류의 재밌는 그리스 신년맞이

 

 

그리스인 가족들과 친척들은 신년맞이 준비로 한참 바빴습니다.

201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12월 31일 밤에 선물을 교환할 사람들은 선물을 사느라 바빴고, 각 가정마다 신년맞이 파티의 음식을 준비하느라 대형 마트 마다 이른 아침부터 만원 사례를 이루었는데요.

 

저 역시 약속한대로 '귀걸이라고 불리는 음식인 잡채'를 비롯하여 다양한 요리를 하느라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디저트 담당인 시어머님께서는 해마다 이 맘 때 구우셨던 신년맞이 케이크인 ‘바실로피타Βασιλόπιτα’를 올해는 어떤 모양으로 구울까 고민을 하셨습니다. 보통 한 가정에 바실로피타를 두 개 정도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가족들이 12월31일 밤과  1월1일, 이렇게 두 번 모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그리스 가정에서는 바실로피타를 만들지만, 제과점에서 사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것은 시어머님이 만드신 바실로피타이고 아래는 시누이가 만든 것입니다. 

이날도 요리는 제 담당이어서, 케이크는 이 두 사람이 만들었습니다.

 

 

왜 이 신년맞이 케이크의 이름이 '바실로피타'인지 말씀 드리자면요.

바로 새해 첫날인 1월1일이 '성인 바실리오스(바실리스) Άγιος Βασίλειος' 를 기리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재미있는 것은 그리스에서는 '산타클로스'를 '성 바실리스', 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연말선물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누기도 하고 성 바실리스의 날인 1월1일을 맞이하는 12월 31일 파티 때 나누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1월 1일은 이름 날(명명축일)로 바실리스Βασίλης, 바실리끼Βασιληκή 등의 이름을 가진 그리스인들은 새해 첫날부터 축하를 받게 됩니다.

이 이름은 얼핏 '왕'과 '여왕'이라는 그리스어 단어인 바실리아βασιλιάς, 바실리사βασίλισσα를 떠올리게 만들어, 어쩐지 카리스마 있게 느껴지곤 합니다.

 

그런데 이 '바실로피타'에는 새해의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만들 때 동전을 하나씩 집어 넣는 것이 전통인데요.

나중에 케이크를 먹을 때, 이 숨겨둔 동전이 들어간 조각을 받은 사람에게 새해엔 큰 행운이 따른다고 믿는 것이지요.

이 동전이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 어른 보다는 깜짝 선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가족 파티의 주인은 이 바실로피타에 일부로 동전을 여러 개 넣어두기도 하고, 동전을 넣은 부분을 기억해 두었다가 케이크를 잘라 나누어 줄 때 일부러 아이들에게 그 조각을 주어서 기쁨을 주기도 합니다.

 

 "우와! 내 케이크에서 동전이 나왔어!! 아이 신나!"

올해 저희 집엔 시어머님과 시누이가 만든 두 개의 바실로피타가 있었는데, 동전이 들어간 조각을 일부러 주신 게 아닌데도 딸아이가 그 케이크 조각을 받게 되어 무척 기뻐했습니다.

 

 

포일에 싼 동전이 보이시지요?

 

남편 매니저 씨는 딸아이를 보며, 자신이 어릴 때 바실로피타에서 커다란 드라크마(유로화를 사용하기 전의 그리스 화폐 단위) 동전을 찾고 기뻐했던 일들을 회상하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 

그리스인들은 1월1일 0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 모든 모인 가족 친척들이 현관 문을 열어 둔 채 카운트다운을 하는데요.

이는 0시 정각이 되었을 때, 석류(로디ρόδι)를 발로 밟아 터트리며 새해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예로부터 새해 첫날 이렇게 석류를 현관 밖에서 왼발로 터트리고 오른 발부터 집안으로 들어오면, 집안에 행복과 재물이 쌓인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이는 그리스 북부 지역 카발라에서 주로 행해졌던 풍습이지만, 현재는 많은 지역에서 이 석류 터트리기를 하며 새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석류를 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어, 마치 우리나라 한복 복 주머니처럼 생긴 씨를 가득 품은 석류 모형을 각 사업장이나 집에 놓아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새해를 석류를 터트리는 것으로 맞이한 후 집안으로 들어와 파티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뺨 키스를 하며 “좋은 새해!(Καλή Χρονιά!갈리 흐로냐!)”라며 새해 인사를 나누는 것입니다. 열 명의 가족이 참석한 파티라면 열 명 모두와, 스무 명의 가족이 참석한 파티라면 스무 명 모두와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것이지요.

 

2013년 높은 세금 등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2012년 보다는 모든 게 더 좋았다는 시아버님은, 2014년 새해 인사 후 내년엔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들 잘 되라고 덕담을 하시며 파티에 모인 사람들에게 새해 소원을 물어보셨고, 덕분에 가족, 친척들의 새해 바람에 대해 들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작년보다 더 건강하고 즐거운 일들이 많은

그런 2014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갈리 흐로냐! (좋은 새해!)

 

좋은 하루 되세요!

 

 

* 이날 파티에 만들어 대접한 요리들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 답글은 내일부터 또 열심히 쓰도록 할게요. 작년 한해 동안 혹시라도 의도치 않게 제 글이나 제 답글로 인해 마음 상한 분들이 계시다면, 부디 용서를 바랍니다. 저도 더 진솔하고 좋은 글들로 여러분과 함께 하도록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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