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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많은 설거지를 참 손쉽게 하는 그리스인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2. 3.

 

 

 

평소에도 집안 모임이 많은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명절은 참 많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입니다.

그리스 역시 한국처럼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들이 기차, 비행기, 배, 승용차를 타고 이동해 한 곳으로 모이게 되고, 명절 모임을 하는 집에서는 음식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여행으로 그리스에 들렀을 땐 이런 그리스의 명절 때라 하더라도 이곳에 대해 잘 모르니 대충 상차림이나 돕고 구경꾼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에 살게 되니, 이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명절 손님 맞이의 여러 가지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명절에 해야 하는 집안 일 중에 가장 제 눈에 신기하게 보였던 것이 바로 이들이 그 많은 가족이 하루 종일 먹고 남긴 그릇을 설거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교회나 단체 급식소에서 많은 양의 설거지를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저도 개수대에 따뜻한 물을 한 가득 받아 세제를 풀고 미리 그릇을 담가 두었다가 옆의 깨끗한 물에 애벌로 헹구고 또 한번 다른 물로 헹구는 형태로 다량의 그릇을 닦는 법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인들은 그 많은 접시와 볼, 다양한 크기의 그릇, 포크, 나이프, 숟가락, 유리컵까지 순식간에 닦아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스는 접시를 주로 사용하는 문화지만, 워낙 소스나 샐러드, 올리브 절임 종류를 많이 곁들여 먹기 때문에 한국처럼 밥공기, 국공기 크기의 오목한 그릇도 적지 않은 편입니다. 게다가 가족 모임을 하는 경우 식사를 한 후 앉은 자리에서 디저트까지 먹고 장시간 동안 식탁에 앉아서 먹고 또 먹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식기의 수가 많을 수 밖에 없는데도 말입니다.

혹시 세제만 대충 묻혔다가 한번 대충 헹구는 건가 싶어, 그리스인들이 없는 틈을 타 설거지 된 그릇을 손으로 살짝 문질러 봤을 정도였는데요.

뽀드득!

아니었습니다. 분명 깨끗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올리브유를 많이 사용하고 기름진 그리스 명절 음식을 담았던,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백 개가 넘는 그릇들이 모두 그렇게 빠른 시간에 뽀드득해지다니요!!

본래 식기세척기가 집에 있지만 손으로 꼭 설거지를 해야 성에 차는 이상한 성격을 가진 저는, 진심으로 이 방법을 알고 싶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명절의 손님들은 저희 집으로 몰려 오기 시작했으니까요.

 

그 때부터 저는 시어머님을 비롯하여 다른 그리스인 집에 갈 때마다 개수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그리스인들이 설거지를 하기 직전에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이 있었습니다.

크고 둥그런 볼이나 네모난 좀 큰 반찬 통 같은 빈 통을 꺼내는 것이 아니겠어요?!

 

 

자, 그리스인들이 기름기 많은 다량의 그릇을 손쉽게 설거지 하는 비법을 소개합니다.

 

1. 포트에 물을 끓입니다.

그리스인 가정에서도 대부분 이런 전기포트를 사용하는데요.

끓일 물의 양은 그날의 설거지 양과 비례합니다. 물양은 2번의 통의 크기에 맞추어 끓여 주면 되는데, 끓인 물 1리터로 그릇 60개는 닦을 수 있는 '세제 푼 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물이 끓는 동안 설거지 양에 따른 빈 통을 준비합니다.

볼이든 큰 반찬 통이든 모양은 상관이 없습니다. 설거지 양이 많을 수록 큰 통을 준비합니다.

이 통은 세제를 풀 통이므로 보통의 샐러드 볼 정도의 크기면 60개 이상의 그릇과 컵을 씻을 수 있습니다. 

 

보통 샐러드 볼 크기 / 중간 볼 크기 / 작은 반찬 통

 

3. 통에 세제를 담습니다.

밥 숟가락 2개 정도의 양의 세제로도 많은 양을 설거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방법의 장점입니다.

(고농축 세제의 경우 원액을 일반 세제의 2/3 정도 부어 줍니다.) 

 

  

저는 이날 이 양의 세제로 

냄비 3개, 프라이팬 1개, 접시 12장, 그릇 7개, 컵 12개 및 숟가락, 포크, 젓가락 등을 설거지 했습니다.

 

4. 끓인 뜨거운 물을 세제를 담아둔 통에 붓습니다.

세제 위에 끓인 물만 부어도 저절로 거품이 일어납니다. 이 때 물을 준비한 통의 1/2 지점 까지만 부어 주어야 세제의 적당한 거품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을 지나치게 많이 부을 경우 잘 닦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5. 약간의 식초를 뿌려줍니다.

그리스인들은 설거지나 주방청소를 할 때 식초를 상당히 많이 사용해서, 주방에 아예 싼 식초가 주방 세제와 함께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식초는 기름을 제거해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튀김 등을 요리한 후 주방청소를 할 때에도 이렇게 끓인 물에 세제를 풀어 식초를 넣어 싱크대나 오븐 주변을 닦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이 물에 설거지용 스펀지를 담가 놓고, 접시와 그릇 컵 숟가락 등을 일단 종류별로 정리를 한 뒤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정리하는 동안 물이 좀 식기 때문에 손을 담가 설거지 하기 좋은 정도의 온도가 됩니다. 뜨거운 걸 못 견디시는 분들은 찬 물을 조금 섞습니다.

이 세제 물을 컵 -> 냄비 -> 접시 -> 그릇 -> 숟가락 순서로 식기에 발라가며 설거지를 해 나갑니다.  

이 순서대로 끓인 세제 물을 발라 나가면, 좀 마르거나 눌어 붙은 것들도 비교적 쉽게 닦여서 이 세제 물을 충분히 식기에 바른 후 헹굴 때 뜨거운 물이 아닌, 찬 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헹궈도 뽀드득 헹궈져서 온수도 절약할 수 있습니다.

 

7. 이렇게 설거지를 하고도 세제 물이 남는 경우, 여기에 더러워진 행주를 빨아줍니다. 

8. 깨끗해진 식기들을 마른 행주로 닦아 정리합니다.

(그리스의 여름은 워낙 건조하고 뜨겁기 때문에, 여름엔 그냥 식기들을 설거지해서 놔두기만 해도 순식간에 물기가 말라 버리기도 해서 마른 행주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식초(ξύδι)를 설거지나 주방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이유

 식초는 기본적으로 기름기를 제거해 주고 불쾌한 냄새와 곰팡이를 제거하고 소독하는 기능이 있어, 설거지나 주방 청소용으로 사용된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자국 세제 브랜드 중엔 아예 식초가 첨가된 설거지 세제 종류도 있고, 식초가 들어간 비누도 있는데, 이런 것만 보아도 그리스인들이 설거지나 주방 청소를 할 때 식초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초가 첨가된 설거지 세제(ξυδι / XYDI 라고 쓰여진 식초라는 표기를 볼 수 있습니다.) 

 

식초가 첨가 되어 있는 올리브 비누

   

 그런데 그리스인들이 식초(혹은 먹고 남은 레몬)을 주방 청소용으로 사용하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그리스의 수돗물을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식수로 사용이 가능하지만,스의 국토 모양이 폭이 좁은 반도 지형이라 다수의 지역의 수돗물에는 자연스럽게 염분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지중해와 에게해의 바닷물은 상대적으로 염도가 높은 편인데요.

 이런 이유로, 그리스인 가정에서 물을 끓이는 포트나 짙은 색의 식기는 물기를 자주 닦아 주지 않으면 염도 높은 수돗물에 의해 깨끗한 상태임에도 하얀 물 얼룩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물에 식초를 넣어 포트를 한번씩 끓여 주거나 식기를 닦아 주는 경우 소금기 있는 하얀 물 얼룩을 없앨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초와 물을 섞어 가끔 끓여 주지 않으면, 마치 우유를 끓인 것 처럼 하얗게 물 얼룩이 생기는 저희 집 포트입니다. 로도스는 섬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도 이런 증상이 더 심각합니다. 

 

 

한국도 이제 명절 연휴는 끝났지만 아직 잡채나 전 등 여러 기름진 명절 음식들이 남아 있는 가정이 많을 듯 한데요.

그리스인들의 설거지 법을 이용해 설거지하기 귀찮은 기름진 그릇들을, 적은 세제와 적은 온수로 손쉽게 닦아보시면 어떨까요?

 

 

건강한 월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원래 이 포스팅은 토요일에 발행될 예정이었으나 제가 몸살로 며칠 눕는 관계로 명절이 지난 후에야 발행하게 되어 아쉽지만, 제게 태산 같은 설거지를 손쉽게 해 준 방법이라 꼭 소개하고 싶어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그간의 댓글에 대한 답글은 오늘 오후 부터 또 열심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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