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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에도 한국처럼 중국 식당 사장이 중국인이 아니라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1. 7.

 

작은 딤섬 한 개(1인분이 아닌)에 2,500원쯤 파는 중국 식당에 매니저 씨가 처음 가자고 했을 때 뭐 이런 식당이 다 있나 싶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진짜 중국요리와 비슷하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로도스 시에 있는 중국식당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 중국 식당의 요리들은 분명 아시안 푸드 느낌이 있긴 있고 맛도 있는데, 한국에서 정말 중국인이 하는 중국식당의 맛과는 아주 다른 요리들을 선보였습니다.

일반적인 정통 중국 요리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덜 달고, 좀 더 짜고, 고기 요리 종류와 샐러드 요리 종류가 많은 그런 요리랄까요. 그런데도 그 식당을 찾는 그리스인들은 늘 만원사례를 이룹니다.

 

로도스 시 안팎의 이런 중국 식당은 제가 알기로는 열 군데 정도나 되는데요.

그게 좀 이상한 게, 로도스는 그렇게 많은 중국인이 살고 있진 않습니다.

물론 로도스 시 외곽의 뜨리안다Τριάντα 라는 지역에 중국인들이 모여서 산다고는 하나, 그 지역을 왔다 갔다 해도 하루에 한 두 명 만날까 말까 할 정도로 적은 수가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로도스의 중국인들은 대개 그들끼리 똘똘 뭉쳐 옷 가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도스 시 안팎으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저렴한 옷 가게가 열 다섯 개가 넘습니다.

그렇다면 그 적은 수의 중국인이 대부분 옷 가게를 한다는 이야기인데, (대부분 대형 옷 가게를 하기 때문에 한 옷 가게에 일하는 중국인 직원들은 5~10명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국 식당은 도대체 누가 운영한다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보통 중국 식당들은 최소 종업원이 10 명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어디서 온 중국인일까 싶었습니다.

저희 가족이 가끔 가는 로도스 시 외곽의 중국 식당입니다.

 

그리스에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중국 옷가게에서 중국 이민자들을 관찰하던 저는, 이 궁금함을 꼭 해결하고 싶었고 마침내 중국 식당에 가게되자, 그리스에 사는 중국인이라 하기엔 그리스어를 잘 구사하는 식당 직원에게 이 이유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그리스 내의 중국인들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그들만의 세계에 살기 때문에, 그리스어를 잘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질문에 대한 그 직원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아, 이 식당의 주인은 베트남 사람이에요."

"어머, 중국인이 아니었어요?"

"네. 그냥 중국 요리를 할 뿐이지, 중국인이 사장님은 아니랍니다."

"그럼 당신도 중국인이 아닌 건가요?"

"전 필리핀에서 왔지요. 호호. "

그러고 보니 그 직원의 외모는 중국인 같진 않아 보였습니다.

마침 그 옆을 지나는 다른 직원이 있어 그를 눈으로 가리키며 그녀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저 분은 중국인이신가요?"

"아니에요. 저 사람도 베트남 사람이에요."

"그럼…다른 중국 식당들은 어떤가요?"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베트남 사람이 사장이랍니다. 직원들도 다양한 동남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에요."

그 직원의 설명을 들어보니,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인들에게 중국 요리를 배웠고, 그것을 그리스인 입맛에 맞추어 덜 달고 덜 기름지게 바꾸었고, 그래서 인기 식당들로 자리잡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스의 베트남 사람들은 관광 철에 파트타임 일자리가 많은 그리스로 이주한 경우가 많은데, 임금이 베트남 보다 훨씬 높고 날씨 역시 베트남 보다 살기가 낫기 때문에, 인종차별을 심하게 느끼지만 눌러 앉은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베트남이 프랑스식민지였던 과거 역사 때문에, 유럽의 문화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편하게 느끼는 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제가 베트남에 갔을 때 호치민 시의 일부 건물 형태가 남유럽의 건물 형태와 좀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날의 중국 식당 직원과의 대화는, 아시아와 거리가 먼 서양국가에는 당연히 중국인이 중국 식당을 운영할 거라는 저의 고정관념을 바꾸어준 계기가 되었는데요.

중국인이 중국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에서는 한국이나 그리스나 비슷하구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왔던 시간이었습니다. 음식이 현지화 되었다는 점도 그렇고요.

(물론 아테네에는 중국인이 운영하는 중국 식당도 있는데요. 맛이 좀 현지화 되었다는 점은 역시 같습니다.)

 

몇 달 전 결혼기념일에 중국 식당에서 열심히 딤섬과 닭요리를 먹는 딸아이입니다.

외쪽에 살짝 보이는 닭요리는 우리나라 교촌치킨 맛과 비슷해서 딸아이가 참 좋아하네요.^^

 

결국 정통 중국 요리와 조금은 비슷하지만 현지화된 한국의 일반 중화요리집 음식과, 중국 요리와 조금은 비슷하지만 현지화된 그리스의 일반 중국 식당의 음식은, 완전 맛이 다른 전혀 다른 음식임을 밝히고 싶습니다^^ 물론 미국의 흔한 중식뷔페와도 완전 다른 맛이랍니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이 맛있다는 점이고, 딤섬 만큼은 우리나라 물만두 맛과 비슷해서 한 개에 2,500원이라도 일 년에 한 두 번은 특별한 날, 고국을 그리워하며 사 먹게 되네요.~

네 개에 10,000원인 딤섬입니다. 한 개의 크기는 한국 밥 숟가락 보다 작아요.

 

여러분, 맛있는 것 많이 드시는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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