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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인 친구의 철없는 대머리 관리법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1. 2.

 

 

미할리스Μιχάλης는 이십 대부터 머리카락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느 유럽인들이 그러하듯 그냥 머리카락이 있는 뒷부분을 짧게 자르고 당당하게 대머리를 드러내 놓고 다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가 대머리라는 사실을 별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외모보다는 그의 성격이 늘 저를 고단한 삶으로 안내하곤 했으니까요.

미할리스는 주말마다 저희 집에 찾아오는 매니저 씨의 대표적인 친구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제 눈치도 좀 보곤 하지만, 이민 초기엔 일반적으로 그리스인 친척들이 남의 집에서 막 자고 가듯이 그렇게 자고 가곤 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살 때는 로도스에 들르기만 하면 저희 집에 그냥 와서 잤습니다. 아무리 매니저 씨의 어릴 때부터 친구여서 많은 추억을 공유한 사이라고는 하나, 그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데에는, 현재 매니저 씨와 쿵짝이 잘 맏는 온라인 게임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와 매니저 씨는 일단 집에서 뭉쳤다 하면, WOW(워크래프트) 부터 탱크게임까지 온라인으로 게임하며 바로 옆에 있으며 굳이 스카이프 같은 메신저에 접속해 서로 대화를 하며 게임을 하곤 합니다.

한번은 메신저의 접속상태가 좋지 않자, 한 명은 아래층 한 명은 위층에 앉아서 딸아이의 헬로키티 워키토키로 무전을 하며 게임을 하다가 결국 딸아이를 울리기도 한 철없는 남자 아이들...아니 어른들입니다. --;

 

2012년, 그리스 명절 빠스하 때입니다.

아직 다 구워지지도 않았는데 먹겠다고 저러고 있네요^^;;

 

 

물론 지금은 좀 그 정도가 덜합니다. 제가 잔소리를 엄청 퍼부었거든요. 일단 그렇게 둘이 시끄럽게 굴면 가족모임에 아이 공부도 봐줘야 해서 주말에 원래 쉬기 어려운 저의 피로는 더 가중되고, 먹고 어질러 놓는 정도가 엄청나서 다음 날 청소를 몇 시간씩 해야 할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제발 결혼이라도 해라! 아니 연애라도 해라! 미할리스야! 나의 숙원 기도 제목이다!"

 

슬퍼3

 

전에 올린 이런 사진 기억하시나요?

 딸아이의 가장무도회 가운과 가발을 쓴 매니저 씨와 미할리스입니다.--;

딸아이 리본 머리띠를 안경처럼 쓰고 스타트랙 놀이에 심취한 미할리스입니다.--;

 

 

이렇게 대머리에 리본 머리띠가 잘 어울리는? 미할리스가 며칠 전 저녁 저희 사무실에 잠깐 들렀습니다.

저는 딸아이 숙제를 봐주느라 당시 집에 있었는데, 매니저 씨로부터 제 휴대폰에 사진이 한 장 전송되었는데요.

"미할리스가 본격적으로 대머리 관리에 나섰어!!!" 라며 보내진 사진은 이랬습니다.

 

 그것은...!!

.

.

 

 

헉 

저 직원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청소용 세제와 기계 닦는 걸래?

마치 중요한 시술이라도 하듯, 정밀 기계를 고칠 때 쓰는 전등까지 켜 놓고 앉았네요...

우하하

 

"미할리스....너...언제 철들어서 연애하고 결혼할래? 응?"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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