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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신나치 황금새벽당, 테러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0. 8.

 

 

최근 국제 뉴스에서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살인에 이어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간 이에 대해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그리스 정부는 결국 뒤늦게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 세력에 의해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점차 커져 가는 것을 저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내 연합뉴스에서도 이에 대해 자세히 기사화했습니다.

 

최근 제게, 도대체 왜 신나치 정당이라고 불리우는 황금새벽당이 이런 행태를 강행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있어, 이유를 밝혀보겠습니다.

 

사실 황금새벽당의 이런 과열된 행보는 작년 그리스 대선이 있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것인데요.

그간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이민자를 극도로 배척하는'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이념을 내새우던 이들이, 아무리 자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아 콧대 높은 그리스인들에게라 하더라도 과연 지지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라던 여론이 컸던 것을 과감하게 뒤엎고, 예상 외의 득표를 한 것이 이들에게 자신감을 실어 주게 된 것입니다.

 

이런 자신감이 과열 되어 최근 결국 이 황금세벽당이 테러에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 원인은 이렇습니다.

 

▷ 국민 체감경제의 어려움이 극에 달해

최근 B 등급 이상으로 경제 지수가 상향 등급 되어 경제 위기의 밑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그리스이지만, (최근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4일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B-'로 확인한다고 밝혔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했습니다.)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압박은 사실 그 어느 때보다도 현재시점이 가장 어려운 상태입니다.

분명히 국가 경제가 회복되면서 관광객 수는 다시 예년 수치로 돌아왔으나, 국가 경제가 회복되기까지 EU유럽연합을 비롯한 IMF 등에서 요구한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들이 국민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10월, 그리스인들은 지난 한해 동안의 수입에 대해, 전 국민이 소득세 고지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비해 대부분 두 배의 세금이 적힌 고지서를 받고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는데요. 높아진 세율로 인해 피해갈 수 없는 상황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작년에 이미 높아진 세율로, 세금을 내며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많은데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되니 당황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겨울철 5개월 동안 일을 할 수 없는 관광업에 종사하는 상당수의 국민들의 고용보험 비율이, 작년에 이어 현저하게 낮아진 것입니다.

이는 경제회복을 위한 외부의 요구조건에 의해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조정한 부분이라고는 하나, 그리스의 고용현실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받아들인 조건이기 때문에 당장 눈앞에 다가온 겨울을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한 국민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발원지 그리스, 이제는 파업 문화가 힘을 잃어

 

원래 그리스는 오래된 민주주의 제도에 의해 국민들의 파업문화가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나라였습니다.

제가 처음 이민 왔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단 파업을 하면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모든 업종에서 지나치게 잦은 파업이 있어 문제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했다가 갑자기 담당교사가 파업을 해서 수업을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고, 파업 예고제로 학교가 휴교한 날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해 국가부도를 막기 위해서는 유럽연합이나 IMF 등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이행할 수 밖에 없어진 그리스 정부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파업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실질적 힘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정부의 부정부패가 원인이 되어 국가 경제가 추락했는데, 정부를 향한 파업 시위만으로는 아무 결론도 없는 상황에 이르자, 여론은 황금새벽당처럼 강경하게 대응하는 정당쪽으로 몰리게 되었고, 억울함이 과열되어 결국 폭력으로 이어져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폭력의 대상이 정부 관료 뿐만 아니라 지난 사례처럼 인종차별 금지 발언을 했던 랩퍼에게 처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할 때도 있어 과열된 이들의 행동이 국민들의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불똥은 불법체류자와 이민자에게로

 

다른 정당도 아닌 신나치주의를 주장하는 황금새벽당에게 힘이 실린 이유는 그리스가 다른 유럽국가에 비해 불법체류자가 많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에 불법체류자가 많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1. 그리스 이민국의 비자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습니다. 그리스 이민국의 콧대는 미국 이민국 보다 더 높다는 말이 있을 만큼, 그리스 정부의 잘못된 관행대로 지나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며 직원들이 이민자에게 고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비자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불법 체류해버리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2. EU 국가 안에서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기에 일단 입국은 할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

3. 관광시즌에 파트타임이나 임시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연령, 국적 제한을 크게 두지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경제약소국인 인근 국가에서 가족 전체가 불법체류하는 경우가 상당히 흔합니다.

4. 어린이의 경우 비자 없이 여권과 건강사항만 확인되면 초등학교 입학을 허가합니다. (올해 딸아이 반에 새로 알바니아에서 온 전학생이 있는데, 이 아이는 반 아이들 보다 두 살이 더 많고 알바니아에서 막 넘어와 그리스어를 잘 몰라 낮은 학년으로 입학했다는 것과 부모가 학교에 잘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가족은 불법체류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

 

이렇게 불법체류자가 점점 많아지며 이들이 그리스인들의 부족한 일자리를 빼앗고 세금은 내지 않으며 그리스 내에 거주하는 것에 분개하는 여론이 지배적이 되며 애꿎은 합법 체류자나 세금을 납부하는 이민자에게까지 불똥이 튀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아테네의 경우, 외모만으로 이민자라는 것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외국인은 어두운 밤에 혼자 다니다가 봉변을 당한 사례가 최근 심심치 않게 보도 되곤 하는데, 이를 넘어 최근엔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는 집회가 황금새벽당 열성 당원 주체로 전국 대도시의 시청에서 열리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이들이 집회를 열거나 테러를 강행할 때 "하이 히틀러!"를 외치는 당원들도 있어, 그리스 자국민들 조차 이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부에 대한 과열된 불만으로 이들이 뭔가 현재 상황의 돌파구가 되어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일부 국민들은, 이번 인종차별 반대 발언으로 살해당한 랩퍼 사건에 대해 "이는 황금새벽당이 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황금새벽당을 견제하여 비밀리에 저지른 일이다!" 라고 음모론 제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 로도스 시청 앞 역시 이 집회가 지난 주 열렸는데, 집회를 홍보하는 황금새벽당원들의 행동이 지나치게 격해서 합법 이민자인 저까지도 괜히 긴장하게 되었습니다.

로도스 시청 앞에서 집회 중인 황금새벽당원들의 모습입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이들을 공권력을 통해 폭주하는 것을 진압했다고는 하나 사나워진 민심이 수그러들긴 당분간 어려워 보이는 요즘, 그리스에 사는 한인들이나 그리스를 혼자 배낭여행 하는 한국인들은 아테네를 비롯한 대도시의 밤거리는 특별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의 그리스는 겉으론 국가 경제가 나아진 듯 보이나, 작년 아테네에서 있었던 한국인 관광객 폭행사건 때보다도 2013년 겨울을 앞두고 전국민이 세금폭탄을 맞은 현재가 민심이 더 흉흉해진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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