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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자다가 그리스인 남편으로부터 당한 어떤 봉변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0. 6.

 

딸아이의 장난감 천사날개와 천사봉을 착용하고 본이이 더 신이나, 딸아이와 요정놀이를 하던 매니저 씨입니다.

 

 

 

언젠가 그리스인 남편 매니저 씨가 잠꼬대를 한다는 이야길 드린 적이 있습니다.

(관련글 : 2013/05/0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항상 폭소를 부르는 나의 외국인 시할머니)

딸아이와 매니저 씨는 둘 다, 잠을 자며 실제로 꿈을 꾸는 내용을 입밖에 내서 얘기할 때가 있어 정말 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요.

딸아이는 이 실제상황 같은 잠꼬대 때문에 남의 집에서 자는 것을 살짝 두려워할 정도입니다.

사촌 미카 집에서 처음 자던 날은 새벽에 "이렇게 놀자! 아~ 신나겠어. 그리고 이것도 먹자!" 이런 말을 큰 소리로 해서, 자다가 화들짝 놀란 미카의 엄마인 끼끼 고모가 무슨 일인가 싶어 방으로 뛰어들어갔던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ㅎㅎㅎ

어떻든 이 두 사람의 잠꼬대 덕에, 안 그래도 이민 초기 1년 넘도록 낯선 환경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했던 저는 자주 자다가 놀라서 깨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살 때 찍은 사진 중 하나인데요. 이렇게 보니 또 멀쩡해 보이지만, 곧 정체를 밝혀드리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남편 매니저 씨가 잠꼬대도 없이 깊이 자길래, 피곤한가 보다 싶어 저 역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 한밤중에, 깊이 잠들어 있던 얼굴에 갑자기 차가운 물이 분무기로 촤악 뿌려지는 기분 들어 깜짝 놀라 눈을 떴는데요.

그 느낌이 정말 강렬해서 거의 "악~~~"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상황인지 채 파악하기도 전에, 역시 놀란 매니저 씨도 벌떡 일어나더니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미안해~ 어휴. 미안해. 내가 꿈을 꿨어. 정말 미안해."

 

응? 이게 지금 무슨 상황…

정신이 들지 않은 채로 얼굴에 뿌려진 물을 손으로 닦아내는데, 어머나…분무기로 뿌린 물인 줄 않았는데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건…

그건…

그것은!

헉

분명히 침 냄새였습니다!!!

저는 너무 당황해서 매니저 씨에게 물었습니다.

"지, 지, 지금 나한테 침 뱉은 거야????!!!!!!"

그러자 매니저 씨는 부끄럽고 미안한 목소리로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도대체 왜! 왜 자다 말고 나한테 침을 뱉었어???"

"그게 사실은 꿈을 꿨는데…"

 

그의 꿈 내용은 이랬습니다.

어떤 나쁜 악마들이 많은 어떤 지역을 제가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매니저 씨는 저를 혼자 보내자니 마음이 정말 놓이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리스인들이 사람들을 축복할 때, 하는 행동을 꿈에서 제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동방정교회의 종교 형태의 하나로, 그리스인들은 어떤 사람이 잘 되길 바랄 때, 상대에게 십자가를 그어주며 축복의 성수를 뿌리는 행동을 하는데, 실제로 성수가 없을 때는 입으로 성수를 뿌리는 소리를 "투, 투, 투, 투.." 내며 십자가 모양을 상대의 얼굴 앞에 만들어 보이는 행동을 하는데요.

매니저 씨는 악마의 소굴로 걸어 들어가는 저를 지나치게 걱정한 나머지 꿈에서 세차게 "투, 투, 투, 투" 소리를 내며 성호를 그었는데, 그만 실제로 자고 있는 제 얼굴에 침을 투, 투, 투, 투 하고 뱉어 버린 것이지요..

엉엉

자기도 그런 짓을 해 놓고 웃긴지, 잘 자다가 침 세례를 받고 화장실 가서 세수까지 하고 온 저에게 거듭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올리브나무~~~" 라고 말은 하면서도 혼자 계속 "아하하하, 진짜 웃긴다. 그치? 그치?" 라며 연신 웃어댔습니다.

저도 어이가 없어 같이 웃다 보니, 나중엔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나서 한참을 둘이 낄낄거리고 웃었습니다.

아하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

우하하하하 

웃다 지쳤고, 이제 다시 자야 했으므로 저는 마지막으로 매니저 씨에게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워킹데드 같은 좀비 시리즈는 그만 좀 봐. 그런 걸 계속 보니까 그런 꿈을 꾸는 거야.

살다 살다 누가 내 얼굴에 침을 뱉은 건 처음이야. 넌 나에게 모욕감을 주었어!"

 

 

ㅋㅋㅋ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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