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자 치고는 체력이 좋은 편입니다. 한국에 살 때 제 지인들은 네 체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고 말하곤 했지요. 더 젊었던 이십 대에 회사생활을 할 때에는 제가 그만 둔 자리에 두 명이 대신 일을 해야 했을 만큼 많은 양의 일을 해도 끄떡없는 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충만한 덩치에서 오는 힘까지 장사여서,(고등학교 때는 여학생들만 있던 학교에서 피아노를 옮길 때 제가 등에 피아노를 지고 옮겼고, 회사에서 냉온수기 물통을 뒤집어 꽂는 일은 저희 부서에서 당연히 제 일이었습니다.) 원래 한국에 사는 동안 체력과 힘으로 누구에게 밀린다고 여긴 적이 별로 없었던 것이지요.
아! 이영자 언니도 울고 갈 나의 체력이여!
갑자기 자랑할 게 없어서 힘 자랑을 하냐고 언짢아 하시기 전에 다음 얘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제가, 그리스에 와서 갑자기 허약체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자주 있어, 저는 이걸 모두 나이 탓으로 돌리고 싶었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잠깐 생활하며 다시 제 힘과 체력을 점검한 결과 제 연령에서 상당히 양호한 것을 확인하고는 이건 제 체력이나 힘이 약해진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그리스인들의 체력과 힘이 저보다 월등이 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낀 빈곤감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연 나를 이기는 그들의 체력의 비결은 무엇이란 말인가! 다른 나라보다도 일찍 출근해 노동량이 많아 피곤할 그들이 어떻게 그렇게 잘 버티는지 도무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관찰 결과, 몇 가지의 비결을 찾아 내게 되었습니다.
☆ 단백질 섭취량이 월등하게 높아요!
그리스 음식은 쌀이나 스파게티, 콩, 야채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요리가 있기 때문에 매끼 고기만 먹는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도 이제는 육류 소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이 이보다 더 고기를 먹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1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을 육류 메뉴를 주식으로 섭취하곤 하는데, 이 양이 한국인과 비교할 바가 안 되게 많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만약 그리스인들이 바비큐를 하는데 우리나라 스테이크 1인분에 해당하는 양만 먹는다면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왜 이렇게 적게 먹냐고 타박 받기 딱 좋습니다. 매니저 씨는 한국에서 양념갈비를 먹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정말 좋아하는 양념갈비이지만, 한 가지 불만은 3인분을 먹어도 고기만으로 충분히 배부르기엔 양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껏 그리스에서 보아 온 사람 중 채식주의자 친구들을 제외하고 고기 먹는 양이 제일 적은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지난 그리스 명절 빠스하 때, 한번의 파티에 올라왔던 고기요리들 기억하시지요?
게다가 앞서 쓴 대로 그리스 음식엔 콩요리도 종류가 많은데, 이 또한 주식 요리이다 보니 한번 섭취할 때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유제품인데요.
우유는 단 하루 유통기한의 신선한 것부터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까지 종류가 다양한데, 이 다양한 우유, 치즈, 요거트 등의 유제품을 통해서도 단백질 섭취는 충분히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 운동이 어릴 때부터 이렇게나 습관화되어 있다니요!
그리스 초등학교에서는 하루를 빼고 매일 체육수업이 있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거기엔 '어린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체력'이라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개념이 있기 때문인데요.
이 개념 때문에 그리스 어린이들의 사교육 1순위는 '운동'입니다. (2순위는 외국어, 3순위는 음악 미술입니다. 공부 관련 학원은 초등학교 졸업반 때부터나 다닌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공교육 숙제가 워낙 많아 숙제만 잘 하기도 버겁기 때문입니다.)
딸아이 반 아이들 18명 중 정말 형편이 어려운 경제약소국에서 온 이민자 아이들 한 둘을 제외하고는 모두 방과 후 늦은 점심을 먹은 후 (메시메리가 지난 후) 1개 이상의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이 아이들 중 학원을 하나만 다니는 아이들은 모두 '운동' 종류 학원을 다니는 것입니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수영, 발레, 리듬체조, 테니스, 스티보(달리기 종류), 유도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배우고 이 중 두 개 이상을 배우는 아이도 있습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축구, 농구, 수영, 유도, 태권도, 주지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배우고 있습니다.
(로도스 시 안에는 제가 알기로는 네 군데의 태권도 학원이 있는데, 모두 그리스인이 관장으로 있는 곳입니다. 유도나 주지수를 비롯해 다른 격투기 학원이 좀 더 많습니다.)
비단 딸아이 반 아이가 아니라도 제 지인들의 자녀 중 운동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특별히 형편이 어려운 경우뿐입니다.
제가 놀랐던 것은 딸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작년에, 딸아이 반에 축구를 배우는 남자아이들 중 한 축구교실 아이들 몇 명이 터키로 원정경기를 갔을 때였습니다. 만 일곱 살 아이들이, 그냥 취미로 배우는 축구인데 아무리 가까운 해외라지만 실력을 겨루기 위해 축구 원정경기라니, 그걸 허락하는 부모들도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딸아이가 다니는 체육센터인데, 재단 규모가 큰 곳이라
금액이 다른 곳의 절반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지금 딸아이 리듬체조가 끝나길 기다리며, 체육센터 로비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운동을 해온 그리스인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운동을 손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만이었던 성인이 체중이 줄자, 어릴 때 운동했던 덕에 몸에 숨어있던 근육이 드러나는 경우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경우도 몇 번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인들에게 운동은, 잘 하기 위해서나 경기에 이기기 위한 특별한 특기라기보다, 그냥 일상적이고 열정적으로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그리스인들은 신선한 과일과 생 야채를 참 많이 먹어요!
그리스 아이들이 아침 식사를 도시락으로 싸 갈 때 과일을 싸서 간다는 말씀을 드린 적 있는데요.
저녁에 운동을 하고 돌아온 아이들은 역시 (점심을 매인 식사로 먹었기 때문에) 간단한 저녁식사와 우유, 과일을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식사 후 과일을 먹기도 하고, 식사가 샌드위치라면 함께 과일을 먹기도 합니다.
물론 한국은 기본 식단이 나물이나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것이라 집밥만 잘 먹는다면 그리스인들보다 더 많이 야채 섭취를 하겠지만, 한국도 서구화된 식단과 바쁜 현대인들의 잦은 외식으로 신선한 야채류 섭취량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실정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생활 패턴 특성상 점심식사 시간이 길고 그래서 바빠도 집밥을 상당히 선호한다는 것이,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스인들의 집밥 선호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한번 쓰도록 할게요.)
저는 그리스에 와서 김치, 콩나물, 취나물 등을 못 먹는 대신에 평생 먹은 것보다 이민 후 몇 년동안 더 많이 먹은 것들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추, 당근, 토마토, 레몬입니다. 이유는 이것들이 그리스 가정식 요리에 상당히 많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이 밖에도 그리스인들의 낮잠에 대한 이야긴 드린 적이 있는데요. 물론 여름이 긴 그리스에서 낮잠을 잘 수 없다면 이들의 체력을 이렇게 유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체력관리도 결국 스트레스가 앞선다면 병을 부르기 마련이고,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은 체력관리 덜해도 오래 장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그리스에 와서 초반 적응 기간 동안 스트레스가 워낙 심해서 결국 병을 얻고 수술까지 했지만, 이제는 이들의 관리 비결을 보며 저 역시 햇볕을 진심으로 즐기며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았어! 다시 힘녀로 거듭나 보는거야!"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체력을 자랑하는 그리스인인 저희 시어머님께서, 저를 보시며 '유연성'만큼은 한국인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시게 된 사건이 있었는데, 충만한 덩치로 그런 말을 듣게 된 웃기는 사건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관련글
2013/05/06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춤추고 먹다 지쳐 쓰러지는 그리스 명절 24시
2013/05/02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 최대 명절 빠스하(Πάσχα)의 신기한 풍습들
2013/09/2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낮잠이 게으름의 상징이라고 오해하면 안 되는 그리스 문화
2013/04/05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 초등학교에서 과일상자를 나누어 준 특별한 이유
2013/05/16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피자헛을 몰아낸 그리스식 이탈리안 식당 '피차리아'
2013/10/01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한국 방문 중, 가장 먹고 싶었던 뜻밖의 그리스 음식
2013/05/2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효과 확실한 그리스인들의 다이어트용 먹거리
'신기한 그리스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냄새에 민감해도 너무 민감한 그리스 문화 (76) | 2013.11.06 |
---|---|
그리스인 친구의 철없는 대머리 관리법 (29) | 2013.11.02 |
남유럽인과 북유럽인의 영어 발음, 완전히 다른 이유 (36) | 2013.11.01 |
마피아를 방불케 하는 그리스인들의 지독한 가족애 (42) | 2013.10.22 |
한국처럼 손자 손녀를 만나면 돈을 주는 그리스 문화 (38) | 2013.10.15 |
그리스 신나치 황금새벽당, 테러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유 (21) | 2013.10.08 |
자다가 그리스인 남편으로부터 당한 어떤 봉변 (34) | 2013.10.06 |
한국과는 정말 다른 그리스의 ‘첫 번째 비’의 의미 (30) | 2013.10.03 |
친한 사이엔 일을 미루는 속 터지는 그리스인들 (32) | 2013.10.02 |
가을 소식이 줄을 잇는데, 여긴 아직 여름이에요! (36) | 2013.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