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를 찾지 않았냐는
그리스인들의 황당 질문
그리스에 첫 여행을 왔을 때, 그리고 로도스 공항에 첫 발을 들였을 때의 제 모습은 좀 웃겼다고 매니저 씨는 회상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여행 가방과 라면 세 박스를 짐을 옮기는 트롤리에 올려 놓고, 누가 봐도 동양인인 여자가 눈을 꿈뻑
거리머 두리번거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 당시 매니저 씨를 제가 본 첫 인상은 어땠을까요?
어느 해 여름에 찍은 매니저 씨 사진입니다.
이제껏 웃긴 얼굴 사진을 많이 투척했더니
멀쩡한 자기 사진을 올려달라며, "난 소중하니까.."를 외쳐서
네네..뭐 들어주기로 했답니다.--;
혹시 못 알아볼까봐 사진을 주고 받긴 했었지만, 실물로 본 매니저 씨의 얼굴 크기가 너무 작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양인들과 동양인들의 얼굴 크기에 대해 잘 몰랐던 저는, 사진으로 보고 대략 이럴 것이다 생각했던 기준이
있었던 것입니다. 아직도 얼굴이 작아 충격이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그 말을 하면 동그란 제 얼굴을 갖고 또
놀릴까 싶어서이기도 하지요^^
어떻든 로도스에 도착했던 저는 매니저 씨의 가족, 매니저 씨의 친구들을 매일 매일 만났는데요.
이 친척 가족 친구들이 모두 한국에서 온 매니저 씨의 인터넷메신저 친구 올리브나무에 대해 궁금해했기 때문입니
다.
워낙 뭉쳐 사는 그리스인들인데 당시 저는 본의 아니게 새로운 이슈를 제공한 셈입니다.
짧았던 로도스 첫 여행에서 만난 매니저 씨의 지인들이 몇 명이었는지 말씀드리면요.
놀라지 마세요. 대략 60명 정도 였답니다. 그것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불려다닌 셈입니다.
하지만 관광과 동시에 첫 여행부터 그리스의 가정집을 차례로 방문하게 되고, 그리스 일반 가정식과 그리스 커피를
맛 볼 수 있었던 참 신기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돈 주고 하기도 어려운 귀한 경험이라 생각했던 저는 낯선사람들이
좀 불편하긴 해도 이런 만남들에 대해 크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답니다.
모두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 주셨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도 없었고, 딱 붙는 수영복 차림으로 저를 맞이한 두 명의
남성 친구와의 만남을 제외하고는 (이 에피소드는 내일 소개하겠습니다.)크게 놀랄 일도 없었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들 중, 가족 대표라도 되듯이 집집마다 한 명 씩, 혹은 친구모임마다 한 명 씩, 제 호구 조사와
함께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듯 똑같은 질문을 던졌는데요.
바로 이런 질문이었습니다.
" 어머! 왜 남자를 찾지 않았어? 올리브나무?"
뭐?
왜 남자를 찾지 않았냐고??
남자 친구를 안 만들었냐도 아니고,
남자 친구가 왜 없냐도 아니고,
남자를 찾지 않았냐니???
그럼 싱글 여자라면 남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거야???
많은 생각이 오고 갔지만 딱히 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뾰족한 답변도 하지 못하고 웃음으로
무마하며 그 여행은 끝이 났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다시 그리스에 와서 살기 시작했을 때, 저는 그 때 제게 이 질문을 했던 사람들 중 한 명인 친척
끼끼에게 이 질문의 의도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제게 이렇게 설명 해 주었습니다.
"올리브나무. 그리스에서는 연애는 적극적이여야 한다고 생각들 해. 그리고 아무래도 남자든 여자든
지금 싱글이라면 과거에 어떤 연애를 했는지에 연연할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을 얼른 찾아야한다고 생각들을 하지.
그래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찾.아.야. 하는 거야.
적극적으로 찾지 않고 어떻게 나랑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겠어. 안 그래?"
"그..그..그럼, 나도 찾아 나섰어야 하는데 왜 남자 친구 없이 그러고 있냐는 의도로 물었던거야? 그때?"
"그렇지. 적당히 우연히 어떻게 만나. 찾아 나서야 하는데, 당시의 너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어 보였거든."
"당연하지! 그럴 생각이 없었다구!"
"그러니까 이상했다는거야. 뭐 크게 문제가 있는 애도 아닌데 왜 남자를 안 찾고 혼자 그러고 여행을
다니나 너무 이상했다고."
이..이..이상하기까지 했었어??
아아..저는 그때 그리스와 한국의 남친 여친을 만드는 문화와 개념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제대로 깨닫게 되었습
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남친 여친 사냥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가 그렇다고 볼 수 없고,
한국인들은 아직은 "인연" "내 짝"에 대한 기다림이나, 소개팅이더라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더 선호하는 것 같습니
다.
그래서 "짝"이란 프로그램 역시 어차피하는 그룹 소개팅이지만 자연스런 환경에서 서로를 관찰하고 알아가는 포맷
으로 자연스런 만남을 유도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당시 연애를 할 생각도 없었고 게다가 남친 사냥을 나서는 소수 성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이 그리스인
들의 연애의 시작점에 대해 뜨악했었는 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리스가 이런 문화이다보니, 어떤 땐 남자를 혹은 여자를 적극적으로 찾는 젊은이들이 활기차 보이다가도,
어떤 땐 좀 이질감에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서 여전히 이런 문화가 어색하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1. 지금의 곁에 있는 그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아 사냥하신 건가요?
2. 아니면 우연히 찾아온 인연이었던가요?
3. 하늘이 맺어준 운명이었던가요?
4. 눈깜짝할 사이에 사랑의 늪에 빠져버리셨나요?
5. 기타?
혹 지금 혼자이신 분들은
1. 새로운 인연, 자연스러운 만남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2. 하늘이 맺어줄 운명을 기다리는 중이신가요?
3. 어딘가 아직 만나지 못한 내 이상형을 기다리고 계신가요?
4. 아니면 보통의 그리스인들처럼 남친 여친을 사냥하고 계신가요?
5. 기타?
여러분의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지는 금요일이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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