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역시 금발은 너무해!
헐리웃영화 중에 금발이 너무해 라는 영화가 있었듯이, 대개의 서양인들은 밝은 금발머리 여자에 대한 몇 가지
편견을 갖고 있습니다.
그 편견 중 좀 멍청하지 않을까 라는 편견이 가장 큰 편견인 것 같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바비인형 같은 여성들을 미인이라고 선호하는 것 또한(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부정할 수 없는 서양인들의 미인의 선호도인것 같습니다.
그리스는 갈색 머리를 일부러 검게 염색하여 시크한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있는 반면에, 본래 머리카락
이 엷은 갈색의 경우 아예 샛노란 금발로 염색해서 이미지를 변신하는 여성들도 많습니다.
저희 시누이의 경우도 원래는 갈색 머리카락인데, 늘 짙은 블랙으로 염색해서 시크한 이미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든 그리스인들 역시 밝은 금발 머리 여성에 대해서 "좀 멍청하고 일처리를 잘 못하고 뭔가 공주스럽다"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데요. 특히 천연금발 머리에 대해서보다도 염색 금발머리 중, 지나치게 밝은 금발로 염색한 머리
카락을 갖고 핑크색 립스틱을 바르고 다니는 여성들에 대해서 그 편견이 더 심한 편입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이런 밝은 금발머리의 여성에 대해 편견이 더 심합니다.
그의 아버지가 덴마크인임을 감안하고 봤을 때, 북유럽 스타일로 이해가 되는 머리 색입니다^^
그녀는 유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혼혈이어서인지
눈코입이 큰 그리스인 여성이 금발로 염색했을 때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그리스의 미녀 연예인들입니다. (가운데 남성은 헤어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좀 특이하지요?)
왼쪽의 여성과 같은 밝은 금발의 경우, 실제 성격과 상관없이 그리스에서는 이런 편견을 피해하기 어려운 외모입니다.
머리카락이 염색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대개 눈썹 색깔과 머리카락 색깔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데요.
눈썹까지 염색을 했을 경우, 햇볕이 덜 닿는 뒷 머리 라인 쪽을 보면 원래 본인의 머리색이 조금은 드러나서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든 이 밝은 금발 머리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편견을 확인시켜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제가 병원에서 퇴원 수속을 하는 과정에서 링거 수액은 뽑고, 꽂았던 바늘을 손등에서 빼지 않고 있었는데요.
온 팔에 바늘 자국과 멍자국이 여기저기 있을 만큼 많은 바늘을 꽂았었던 터라, 저는 만약을 위해 마지막까지 뽑지
않았던 이 두꺼운 바늘을 얼른 뽑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퇴원 수속이 다 끝나도록 간호사들이 이 바늘을 빼 줄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마지막 무렵에 항생제와 다른 수액을 맞았었기 때문에 다 끝나면 뽑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저는 아팠지만 인
내심있게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제가 있던 층의 병동을 떠나야하는 순간이 되었는데도 오른 손에 꽂혀 있던 바늘을 뽑아 주지 않아, 저는
그 층 사무실에 있던 간호사에게 이 바늘 좀 제발 빼 달라고 부탁을 해야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위에 소개한 스칼렛 요한슨 같은 금발머리에 핫 핑크 립글로즈를 바른 간호사였는데요.
얼굴도 귀엽고 성격이 얼마나 쾌활하던지, 신나게 제 바늘을 뽑아 주더니 빠른 동작으로 솜과 밴드를 탁탁 붙여주
고 제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어떻든 저는 기운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바늘을 조심성 없이 확 빼버린 그녀에게, 아팠지만 살짝 웃어 보이고
매니저 씨와 함께 천천히 걸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층으로 내려와 또 한참을 걸어 주차장까지 겨우 도착했습니
다.
그리고 주차되어 있던 차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았을 때였습니다.
솜과 밴드를 붙여둔 제 오른손은 무슨 조폭 영화에서나 봄직한 듯 피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매니저 씨와 저는 너무 놀라서 얼른 뒤돌아 다시 병동으로 거슬러 올라갔는데, 제가 걸어왔던 주차장 길, 긴 복도,
엘리베이터 안은 온통 제 핏방울들로 길을 만들고 있었고, 저희는 몹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든 다시 병동층에 도착했을 때, 그 금발머리 핫 핑크녀는 없었고 다른 간호사가 침착하게 제 손을 찬 알코올로
소독하고 씻긴 후, 응급처리를 해주었습니다.
응급처리를 하고 다시 길을 돌아 내려오는데 청소부아주머니가 열심히 제가 흘린 낭자한 핏자국을 닦고 계셨는데,
그 핏자국을 따라 다시 천천히 주차장으로 걸어가는데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파서도 아니고 슬퍼서도 아니고, 그 핏방울들이 수술 전 부터 내내 참고 있었던 눈물의 도화선이 되어준 셈이지요.
그런 저를 보며 매니저 씨는 화가 나 툴툴 대면서 이미 안 보이는 간호사를 떠올리며 "이런 금발 같으니라고!"라고
내뱉었습니다.
집에 오니 가족 친척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늘 빼는 실수를 한 간호사 얘기를 매니저 씨에게 전해들은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런 금발 머리!" 라며 욕을 해대서 저는 웃겨서 더 침울해 할 수도 없었습니다.
저는 그녀가 금발머리라 그런 실수를 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요.
또 금발머리에 대한 편견도 없고요.
그렇지만 그렇게 밝은 샛노란 금발머리로 염색을 할 수 있는 여성들의 성격은
밝고 신나고 가볍고 경쾌한 것만큼은 틀림없단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그녀들의 자유분방한 성격이 부러워, 저도 한 번 재미로 이런 머리카락으로 염색해 볼까 넌지시 매니저 씨에
게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엄청난 손사래와 함께 "왜 멍청이들의 길로 들어서려하냐"는 비난만 제게 날아오는 것으
로 보아, 그리스인들의 금발 여자에 대한 편견은 다른 나라들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싶습니다.
일탈을 원할 때, 그리스에서는 싸고 흔하게 파는 금발 머리 가발이나 몰래 한 번 써볼까 생각해 보네요^^
일탈을 꿈꾸고 싶은 수요일
작은 노래, 작은 먹거리, 작은 소품 하나로 일탈을 느끼는
즐거운 하루 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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