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의 나라 그리스의
숨 넘어가게 꼼꼼한 의료절차
수술을 받기 전,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저는 정말이지 검사만 받고 수술을 못 받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게 이 하나의 수술을 위해 제가 받았던 검사 항목은 거의 백 여가지가 넘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검사를 '한 종합병원 안에서' 다 받았다면, 돈을 목적으로 이렇게 검사를 시킨다고 오해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의 일반적인 수술관련 검사 의료절차는 이렇습니다.
특별한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1. 일반 의사가 검진하는 개인분과병원 (외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을 찾아가 그 곳에서 간단한 검사를 받고,
의사가 볼 때 소견이 좋지 않다고 여겨지면, 상당히 긴 검사항목이 있는 진단서를 써줍니다.
2. 그러면 개인병원 행정직원이 진단서를 다시 의료보험 전산시스템에 입력해서 검사 항목별로 검사 원금, 의료보험
혜택 금액, 따라서 개인부담금이 얼마인지 자세히 나와 있는 종이를 프린터 해 줍니다.
3. 이 종이를 들고 임상병리만 전문으로 하는 개인병원으로 다시 찾아가 검사를 해야합니다.
4. 그 곳에서 진단서에 있는 모든 검사를 하고, 다시 그 결과를 들고 처음의 개인분과병원으로 가서 의사의 소견을
보고, 만약 수술이 필요한 경우 개인분과병원 의사가 연계되어 있는 종합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아마 미국의 경우도 비슷한 절차를 밟는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이렇게 개인분과병원과 종합병원이 연계되어 있고, 개인 병원 의사가 종합병원에서 수술 시에도 함께 수술에 참여하는
등의 시스템은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게 크게 낯설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숨이 넘어갔던 것은 위에 언급한대로 수술 전 검사 절차에서였습니다.
한국에서라면 피검사의 몇 번이면 대략의 통계가 나와 그 안에서 그냥 처리가 되고 수술을 했었을 정도의 절차를
그리스에서는 검사에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는 것입니다.
마치 돌다리도 두드리고 또 두드리고 또 두드린 후에 건너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제 경우의 예를 들어보자면요.
처음 필요한 피검사와 그 외의 수 많은 검사를 한번씩 다 했었고 수술하는 데에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해야 하는 부분 외에는 혈압이나 당뇨 등의 건강상의 문제도 없었고요.
그런데도 초기 피검사 40가지 항목이 부족했는지 추가 20가지를 더 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아테네의 의료센터로 보내
유전적 질병이 없나 검사까지 하게 하고, 그 외 검사들도 시차를 두고 호르몬 상태에 따라 두 번 세 번을 거듭하게 하는 것이
었습니다!
사실 검사 비용이 비싸긴 해도 의료보험 혜택이 있어서 검사비용이 줄어드니, 돈 때문에 계속 검사를 시키는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왜냐하면 검사를 하라고 진단서를 내는 개인분과병원과 임상병리개인병원 사이에는 아무 연계도 없는 상황이니
(소개가 아니라 개인이 임의로 임상병리병원을 알아서 찾아가는 것입니다.), 순수하게 수술 하나를 위해서 이렇게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는 것입니다.
드디어 모든 검사가 끝나고 모든 소견이 좋게 나와서 수술일정이 잡히게 되었을 때,
이제 검사가 끝났나 했더니 수술 전날, 종합병원으로 아침 일찍 오라고 해서 갔더니 이제껏 했던 모든 검사 결과 자료가 저절
로 종합병원으로 이전되어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또 피검사를 하고, 소변검사를 하고, 엑스레이를 찍고, 심전도를 하고,
제가 해야할 수술과 큰 상관도 없는 심장내과의를 만나서 소견서를 쓰고 하루 내내 검사를 새롭게 받아야 했습니다.
그리스는 의료 전산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의료보험증에 가족 모두의 사진까지 붙어 있을 정도로 꼼꼼하게 일 처리를
하는데, 그것도 모자라 검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궁금해 의사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1%의 의문점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확실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요. "
어휴...이해는 가는데 정말 검사 하다가 숨 넘어 가겠네요.
물론 국립종합병원의 경우 비용이 거의 무료라서 워낙 환자가 많고 응급환자들도 많기 때문에, 국립종합병원과 연계된 개인
분과병원의 경우 이런 절차가 조금은 덜 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누이와 시외할머님이 국립종합병원에 잠깐 입원했을 때, 병간호를 했었기 때문에 국립종합병원의 시스템 또한
지켜 보았는데, 그곳 또한 검사 절차가 많았고 검사절차도 융통성 없이 꼼꼼하게 진행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늘 느끼게 되는 부분은 그리스의 모든 부분의 행정절차는 융통성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로 빠르게 진행될 수가 없습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좀 합리적으로 대충 넘어가도 될 부분도 있는것 같은데, 법으로 정해진 부분에 대해서 융통성 없이
계속 절차를 밟아가는 모습을 볼 때는 속이 터질 때도 많습니다. 마치 행정을 위한 행정 같다고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이 의료 절차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 살 때도 피 검사를 자주 했었고 친구 중에 임상병리사도 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꼼꼼한 검사 절차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저와 똑같은 수술을 받았던 지인도 있었기에 더더욱 이런 복잡한 검사 절차가 불필
요해 보이고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예전에 한국 아버지의 세 차례의 수술 후에 아버지를 위해 호스피스 과정을 일부러 수료하셔서 웬만한 병원관련 절차나
검사에는 놀라지도 않으시는 저희 엄마 조차도, 이번에 그리스의 이런 의료 검사 절차를 보시고는 혀를 내두르셨습니다.
도대체 그 정도 규모의 수술에 어떻게 그런 많은 검사를 할 필요가 있는지, 그래서 몇 달의 시간을 들여서 검사를 해야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료 절차의 장점은 수술이나 치료에 대해 환자에게 확신을 준다는 것입니다.
히포크라테스의 나라 그리스가 지금은 의학의 아버지의 출신 국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세계 최고의 의학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꼼꼼하게 인체의 안전을 생각하는 의료절차만큼은 히포크라테스의 후손들임을 자랑스러워 해도 될만하
겠구나 싶습니다.
저 역시 이런 의료절차 덕분에 수술한 부분 외에도 이번 기회에 몸 전체의 상태를 다 파악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히포크라테스 (Hippocrates)
B.C. 460년경에 태어났으나, 사망 연도는 확실하지 않고 그 생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소아시아 이오니아 연안의 코스 섬 출신으로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우며, 『히포크라테스 전집』(Corpus Hippocraticum)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그의 학파의 소산으로 보인다. 병에 대한 그때까지의 주술적 미신적 요법이나 사변적인 의학을 배척하고 경험적 실증과학으로서 의학을 창시하여 그 학파의 지도적 인물이 되었다.
임상적 관찰을 중시하고 환자의 성격, 체액의 혼합 상태, 연령, 생활 환경 등을 분류, 집적된 자료를 기초로 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릴 것을 주안점으로 하였다. 치료법에는 자연의 생명력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자연요법, 식이요법 외에 동물 실험을 통하여 외과적 분야도 개척하였다. 환자에게 성실, 비밀 엄수라는 '의사의 윤리 규정'을 서약한 최초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철학사전 중원문화>
그리스의 꼼꼼한 의료절차, 재미있게 보셨나요?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 히포크라테스의 고향 Kos 섬은 이 곳 로도스와 같은 행정구역 도데까니소스에 포함되어 있는 섬으로 로도스에서는 배로 2시간 정도 거리이며,
작고 휴양하기 좋은 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름 성수기에는 매일 두 세 차례 Kos로 가는 배가 로도스 항에서 출발한답니다.
로도스에서 아테네로 왕복하는 Blue Star Ferry를 탈 경우, 이 Kos 섬에 한 시간 정도 정박하기도 합니다.
크루즈 배 Blue Star Ferry의 올 여름 시간표와 노선도는 다음에 한번 자세히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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