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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아이들이 영어가 쉽다고 말하는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3. 15.

그리스 아이들이

영어가 쉽다고 말하는 이유

 

 

 

 

 

 

 

 

그리스에서 매니저 씨 친척 소년 스타브로스를 처음 만났을 때, 저는 깜짝 놀랐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 아이가 얼마나 영어로 대화를 잘 하는지, 속으로 '이 아이는 분명 영어 조기교육을 잘 받은 공부를 아주 잘 하는 아이인가보다.'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는 공부에 통 흥미가 없는 아이였었습니다.

 

작년에 우연히 친구의 딸인 에브도끼아가 영어 학원 교재를 읽는 모습을 보았는데,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기 수준이 우리나라 고등학생 정도여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스에서 아주 특별한 케이스는 아닙니다.

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 하냐고.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영어는 쉬운 언어잖아요."

 

매니저 씨의 친척 중 저와 동갑인 끼끼저를 처음 만났을 때, Yes No 외에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런 그녀를 1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유창하진 않더라도 제게 영어로 말을 걸어오고 기본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했던 그녀이기에,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영어를 말 할 수 있게 되었냐고 묻자 돌아온 대답이 더 놀라왔습니다.

 

"올리브 나무. 영어는 배우기 쉬운 언어잖아."

"…………………………………………………….."

뭥미

영어를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를 하면서 영어를 쉽다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저이기에, 이들의 대답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 아이들에게, 혹은 그리스인 친척 끼끼 처럼 공부할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던 사람에게까지도,

우리가 쉽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십 수년을 공부해도 외국인을 만나서 입한 번 떼기가 어려운 영어가

이들에게는 왜 쉬운 언어인 걸까요?

그 이유를 그리스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영어는 그리스어에 비해 문법이 쉽다.

          그리스어는 문법이 참 복잡합니다. 동사 변화, 시제 변화, 관사 변화, 형용사 변화, 단수 복수 변화가 무지막지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 프랑스어를 제2외국어로 잠깐 배우면서 뭐 이렇게 어려운 언어가 다 있나 했었는

          데, 그리스어는 한 술 더 뜨는 아주 놀라운 언어입니다. 그런 그리스어를 이미 모국어로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

          면, 영어는 그 보다 훨씬 단순한 동사 변화, 단순한 시제 변화와 형용사나 관사가 뒤의 명사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아주 심플한 언어인 셈입니다.

 

 

      2. 영어에는 그리스어와 비슷한 단어들이 있고, 그리스어에 비해 필요한 어휘 수가 적다.

         계속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영어와 그리스어에 정확하게 몇 개의 단어가 존재하는지는 알 지 못하지만

         한국어가 영어보다는 더 표현 어휘가 다양하듯이 (빨간, 붉은, 불그죽죽한. - red / 미안해, 죄송해요,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유감이네요. 유감스럽습니다. 유감이야.-I am Sorry.) 그리스어 역시 한국어 못지 않게 표현 어휘가 다양

         하며, 존댓말 반말이 동사마다 존재합니다.

         게다가 영어 단어 중 어원이 그리스어에 있는 단어들도 많기 때문에, 이런 단어는 그리스어와 영어가 발음이 비슷해

         쉽게 기억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철학'은 그리스어로는 필로소피아φιλοσοφία - 영어로는 필로소피Philosophy)

 

 

     3. 그리스에서는 영어를 일찍 배우기 시작한다.

        이것은 조기교육의 열풍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는 관광이 주 수입원인 국가이다 보니 외국어 교육은 어떤 다른 종류의

        교육보다 중요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스에서 영어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정규 과목이며, 재미있

        는 그림 그리기와 함께 진행되는 영어 수업에 아이들은 흥미를 느낍니다. 예를 들어 고양이, 라는 단어를 배울 때는

        고양이를 그리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또한 여름 시즌에는 어디를 가더라도 관광객들이 넘치기 때문에 영어를 듣고 말할 기회가 문 밖에만 나가면 주어지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 딸아이도 저희 부부가 영어를 가르치려 할 때는 시들해 했던 영어에 대한 열정이, 스타벅스에 근무하는

        루마니아 아가씨 리나가 딸아이에게 영어로 몇 마디 질문했는데 알아 듣지 못하는 질문이 있었고, 그게 계기가 되어

        혼자 영어에 열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어 제자 갈리오삐와 영어 단어 맞추기 게임을 하고 있는 딸아이>

 

        그리스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서 학교 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초등학교 3~4학년부터 프랑스어나 독일어 중 선택하여 제2외국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이 역시도 그리스인 입장

        에서는 그리스어보다는 쉬운 언어라고 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가 다 어려운 언어인데 말입니다.--;)

     

     

    4. 영어를 처음 인식할 때, 공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사 소통을 위한 언어로 받아들인다.

 

       그리스인들은 영어를 가르칠 때도, 배울 때도 문법보다는 '말을 알아듣고 대답하는' 의사 소통의 기능을 더 강조

       니다. 물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문법이 등장하고 이 때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문법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영어를 말하고 알아듣는 것은 재미있어하며 계속 배워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위에 소개했던 친척 끼끼의 경우에도 영어 쓰기와 문법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영어를 배운 도구는 오직 TV였다고 합니다.

       TV의 미국 드라마나 영국 채널들을 보면서 그냥 따라서 말하다 보니 쉽게(--;) 익혀졌다고 합니다.

       문법에 맞나 안 맞나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배운 것입니다.

       언어에 대해 그리스인들이 갖고 있는 이런 개념 때문에, 그리스어로 말하는 저에게 그리스어를 읽고 쓸 줄도 아냐고

       묻는 사람이 상당히 많습니다. 처음엔 그리스어를 이렇게 말할 줄 알면 당연히 읽고 쓸 줄도 알아야 하는데 왜 저런

       이상한 질문을 하나 했는데, 그리스인들의 언어에 대한 개념을 이해하고 난 뒤로는 이런 질문을 받아도 그냥 자연스럽

       게 "네. 읽고 쓸 줄도 알아요."라고 별일 없다는 듯 대답합니다.

 

       뭐든 배우길 좋아하는 그리스 사람들이 굳이 알 필요 없는 한국어에 대해서도 인사말이라도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는

       잦은 질문을 받으면서, 이렇게 한국어를 접근하는 그리스인들에게는, 문법을 따지지 않고 본다면 다른 외국인들이

       그렇게 어렵다 하는 한국어조차도 쉬운 언어가 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저도 그들의 언어 개념대로 그리스어를 다루어 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문법이 이해가 안 되면 입 밖으로 표현이 안 되는 이 굳어버린 뇌가 말을 잘 듣질 않습니다.

       그래도 몇 년 살다 보니 처음 그리스에 왔을 때 문어체 같이 말하던 그 어색함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요즘은 한국의 아이들도 조기 영어 교육으로 유창한 회화를 구사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데요.

부모가 문법부터 공부했던 언어개념으로 그 아이들의 영어를 대하게 된다면

숙제를 봐주기도 버거운 상황이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언어 개념이 이미 문법위주로 굳어버린 뇌를 가졌다 할지라도

그리스인들처럼 그냥 영어는 쉬운 언어라고

(분명히 제3자 입장에서는 영어가 한국어보다는 배우기 쉬운 언어이므로)

한번 호기를 부려보는 것도 영어를 배우는데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