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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졸지에 시어머니의 샴푸가 된 그리스인 시아버지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8.

 

 

 

 

시어머님께서 1주일의 여행에서 돌아오셨습니다. 시어머님의 어머니이신 외할머님의 고향 섬에 친척분들을 모시고 다녀오셨는데, 그간 제가 아버님 식사를 챙겼던 것이 고맙다며 오늘 거하게 요리를 해서 함께 먹자고 하셨습니다.

마침 국경일이었던 오늘, 저희 가족과 시부모님, 시누이까지 모여 식사를 하는데 틀어둔 TV 에서는 그리스의 유명 여성 MC인 엘레니가, 올해 유로비전에 그리스 대표로 출전할 남자 가수와 토크쇼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리스 유명 TV쇼 MC 엘레니 메네가끼 Ελένη Μενεγάκη 

  

2014 년 올해, 유럽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에 그리스 대표로 출전 준비 중인 

코스타스 마르따끼스 Κώστας Μαρτάκης

 

 
 
코스타스의 출전곡인데 올해는 노래가 아주 특이하네요. 
 
<노래 제목이 "누구도 나를 멈추게 하지마! Κανένας Δεν Με Σταματά" 입니다.>
 
노래보다는 가수 눈이 자꾸 먼저 보이네요^^;; 

 

 

20년 넘게 MC로 여러 방송사에서 활약해왔다는 엘레니는 현재 자기 이름을 내 건 토크쇼를 진행 중인데, 저도 가끔 보며 참 몸매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인가보다 싶어 평소 대단하다고 생각해왔었는데요.

그녀가 오늘따라 토크쇼에 바비Barbie 인형 스타일로 꾸미고 나왔기에, 신기한 마음에 저는 밥을 먹다 말고

 "어쩜 저렇게 핑크로 치장을 했을까요?" 한 마디를 하게 되었습니다.

 

 

엘레니와 바비 - 정말 비슷하게 꾸몄네요^^

그리스 TV에 나오는 여자 MC들 중엔 의외로 금발을 유지하며 이런 바비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몇몇 있어서

이런 여성의 모습을 그리스에 와서 처음 봤을 때 저는 정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시어머님은 마치 평소 그 여자의 사생활을 다 꿰고 있던 사람처럼 그녀에 대해 별별 이야길 다 늘어놓으시는 거였습니다.

 

"있지, 저 여자는 결혼을 18세에 한 거야. 근데 바로 이혼을 했어.

그리고 또 아주 유명한 남자 MC와 결혼을 해서 애 셋을 낳았는데, 또 이혼을 했지.

그리고 또 다른 남자를 사귀는 중이라니까!"

소근

저는 깜짝 놀라서, "아…네…그래요??" 라고 대답을 했는데, 어머님은 그걸로 부족했던지 또 여러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저 여자가 집이 세 채인데, 엄청 부자야. 집 한 채가 가격이 어마 어마 하대.

그리고 쇼핑을 하잖아? 그럼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바로 뒤에서 덩치가 산만한 보디가드 두 명이

그 쇼핑백을 들고 저 여자를 쫓아 오더라고.

정말 놀라운 여자야!"

요염

 

 

 

바로 이런 사진과 기사들을 그리스 gossip 잡지나 TV에서 보신 것입니다.

(사진 출처 http://www.peoplegreece.com/  &  http://www.tlife.gr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님 표정이 정말 옆집 아줌마를 흉볼 때의 표정과 비슷해서, 저는 어쩐지 어머님이 정말 귀엽게 느껴져서 웃으며 다시 여쭤보았습니다.

 

"어머니, 혹시 저 여자가 부러우세요?

그렇게 덩치 큰 두 보디가드가 뒤에서 쇼핑백 들고 따라다녀 줘서요??"

즐거워


 

어머님은 제 말에 깜짝 놀란 듯, 이렇게 대답하셨는데요.

 

"아니, 아니야! 내가 왜 부러워? 전~~혀! 나는 이미 두 보디가드가 있는 걸?"

호호

 

그러며 옆에 앉아 계신 시아버님과 맞은 편의 아들 매니저 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셨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매니저 씨는 정색을 하며, "어어~ 왜 이러세요? 난 빼줘요. 내가 왜 엄마 보디가드에요? 난 사양할래요. 싫어요. 아버지 혼자 하라고 하세요." 대답을 해버렸고,

저는 '그럼 그렇지. 말이라도 예쁘게 못하고 저렇게 꼭 툭툭 얄밉게 말하니까 어머님하고 둘이 서로 자주 싸우지. 어머님이 그렇게 아들을 사랑하는데 어쩜 저렇게 얄밉게 말 할까. 속으론 안 그러면서 꼭 표현을 저렇게 하더라. 으이그.' 싶은 마음에 매니저 씨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 아들의 말에 살짝 서운해 하는 어머님을 바라보던 시아버님께서 얼른 이렇게 대꾸하셨는데요.

 

"뭐, 괜찮아. 데스피나. 내가 덩치가 크니까 보디가드 두 사람 몫을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서운해 하지마."

슈퍼맨

 

어머님은 얼굴이 샐쭉해지셔서

 신상"그래도 당신은 한 사람인데 어떻게 두 사람 몫을 하겠다는 거에요?"

 

라고 대답하셨는데요.

 

이에 답하는 아버님의 마지막 말에, 그 식탁에 있던 모든 가족이 빵 터져서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당신의 샴푸라고 생각해. 투인원 샴푸 알지?

하나 만 사용하면 샴푸와 린스 두 역할을 같이 하는 거.

내가 바로 두 보디가드 몫을 하는 당신의 투인원 샴푸가 되면 되잖아??"

 

 

시아버님과 시어머님

 

막 머리에 샴푸를 바르는 시늉까지 하시며 당신께서 어머님의 투인원 샴푸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새우를 열심히 까먹던 마리아나까지 깔깔거리고 웃기 시작했습니다.

우하하ㅋㅋㅋㅎㅎㅎ

 

머 넘치는 아버님 덕에 어머님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오늘의 식사도 무사히 즐겁게 잘 끝이 났답니다.

 

여러분 행복한 토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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