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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날 좀 당황시킨 그리스인 아기의 솔직 반응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19.

 

 

지난 달 마리아나의 사촌 미카의 생일파티가 있었습니다.

그 맘 때 다른 파티들처럼 역시 이 파티에도 아이들은 가장무도회 차림으로 참석했었는데요.

마리아나 보다 한 살 어린 미카의 반 친구들, 주변 이웃들, 지인들의 자녀들… 집안은 어른들과 아이들로 발코니의 테이블까지 꽉꽉 찼습니다.

미카의 집은 로도스 시 밖의 저희 집과 좀 떨어진 해안 호텔거리 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그 파티에 온 지인들 중 제가 알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학교가 비슷한 지역도 아니고, 동네가 가까운 것도 아니니 말이지요.

 

 

 

 

 

미카 집이 있는 로도스의 호텔과 리조트 밀집 지역의 사진들인데요.

사진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여름이 빨리 왔으면 싶어집니다.^^

 

 

 

 

 

 

 

하지만 미카 네의 이웃인 딱 한 가족과는 저도 알고 지내왔는데요.

클레오파트라와 야니스 부부인데, 야니스가 웨딩 등의 꽃 서비스 사업을 하기 때문에 저희 집안 여러 행사의 꽃을 맡아 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부부 사이엔 이제 36개월이 다 된 이란성 쌍둥이 딸들이 있습니다.

이 부부는 미카 엄마인 끼끼와도 각별한 관계여서, 이 아이들이 태어나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날 끼끼 부부는 아파트 바깥에서 다 보이도록 커다란 핑크색 환영의 플랭카드를 베란다에 내 걸었을 정도입니다.

 

대략 이런 모양이였었습니다.

google image

 

그런데 이 두 아이는 쌍둥이이지만 얼굴도 별로 닮지 않았고 키도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도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 중 요아나 라는 아기는 정말 붙임성이 좋은 성격이어서 1년 전에 봤을 때에도 아장거리며 아무 사람에게나 다정하게 굴던 아이였는데, 이제 좀 컸다고 나름 가장무도회 옷을 입고 와서 사람들의 귀여움을 한 몸에 샀습니다.

그런 요아나가 저도 정말 귀여워서 오랜만에 본 반가움을 크게 표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요아나는 같이 태어난 동생에 비해 키가 많이 작은데 태어날 때 쌍둥이 동생과 달리 조금 미숙아로 태어나 지금은 두 아이가 전혀 쌍둥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 차이가 나서, 아직도 많이 아기 같은 이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 저도 더 살갑게 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반겨서인지, 요아나는 파티 중간 중간에 제게 다가 와 그 작은 몸을 폭 안기면서

"올리브나무 부인!(Κύρια)"

이라며 좀 더 큰 아이들이 쓰는 존칭을 제대로 쓰며 저에게 방긋방긋 웃어 보였습니다. ^^

 

저는 파티 내내 잘 모르는 파티 참석객들 속에서 발코니 쪽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요.

그렇게 같은 테이블에 있던 끼끼의 지인들이 한참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는 도중,

갑자기 요아나는 또 제게 다가와 아예 의자를 끌어다가 마주 앉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더니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정말 천진난만한 얼굴로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올리브나무 부인! 아줌마는 눈이 왜 조금 이상해요?"

 

 

 

 

 뭐, 뭐, 뭐라고?!!!!

 

그러니까, 요아나는 간난아기 때부터 저를 보았었지만 이제야 사람을 제대로 인지하는 나이가 되었고 그런 이후로 동양인을 처음 만났던 것입니다.

그 어린 아이 질문에, 어떤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이란 게 있을 리가 없고, 질문의 의도 또한 있을 리 없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쌍꺼풀 없는 밋밋한 눈을 처음 마주하는 이 아이가 할 수 있는 질문을 그저 다정하게 던진 것뿐이었습니다.

그걸 알기에 저는 그만 웃음이 빵 터졌고, 아무도 듣지 못 하게 속삭이듯 제게 건넨 그 아이와 저만 알고 있는 그 질문에, 대답을 해주려는데 도대체 이 아이 눈 높이에서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웃음만 계속 터져 나왔습니다.

 

한참을 웃고 난 뒤, 저는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요아나. 아줌마는 그냥 원래 이렇게 생겼어.

세상에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단다.

지금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너와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지?

그래서 비슷한 눈 모양을 갖고 있는 거야.

아줌마는 아주 멀리서 왔거든. 그 곳엔 이런 눈 모양을 가진 사람도 많단다..."

 

 

제 말을 다 들은 요아나는 "아~~~ 그래요?~~~" 라며 까르르 명랑하게 웃어 보이고는 또 다른 친구들을 찾아 그 자리를 떴습니다.

 

하지만!

왜 눈이 조금 이상해요? 라는 그 의도치 않은 그리스 아기의 돌직구의 여파는 한 동안 계속 되어서,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며 거울을 볼 때마다 저는 자꾸만 웃음이 터지는 것입니다.

 

 

 

그러게, 아기 눈에 이 눈이 얼마나 이상했을까. 오죽 이상하면 질문을 다 하고.푸하하...

그래도 아줌마 눈이 못 생겼어요. 혹은 아줌마 눈이 너무 작아요! 라고 말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야. 만약 그랬다면 아기가 한 말에 조금 속상해져 버리는 좀.스.러.운. 마음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이상하다고 말해줘서 정말 고맙네.^^  

 

이 일을 계기로 생각해보니, 그리스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처음부터 제 눈이나 마리아나의 눈을 모두 좋아해 주었는데요. 이것은 동서양의 외모의 차이의 문제가 아닌, 서로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삼 이곳의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 저는 동양인이 적은 이곳의 특성상, 첨 보는 아기들을 만날 자리에 나가야 할 때에는 조금은 덜 이상하게 보여 아기들을 덜 놀라게 하려고(실제로 몇 년 전에 저를 보고 심한 딸꾹질을 한 두 살짜리 아기도 있었거든요. 풉^^) 아이라인과 눈 화장에 특히 더 공을 들이게 되네요! ^^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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