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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인들이 조지 클루니에게 홀딱 반한 필연적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2. 10.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그리스TV의 커피 CF에 등장한 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습니다.

수 년간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조지 클루니의 커피 CF를 보면서 이것이 그리스만 겨냥해 만들어 진 것은 분명 아니고 다른 여러 나라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전파를 타는 CF이지만, 이렇게 지속적으로 그리스에서 방송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조지 클루니의 인기가 남다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스프레소 커피 광고의 조지 클루니

(사실 저는 배우로서는 맷 데이먼을 훨씬 좋아합니다.^^) 

 

물론 그리스인들이 그릭 커피 종류인 프라페(Φραπέ 프라뻬)를 만드는 '네스카페' 회사의 대대적인 소비자층이이란 사실을 감안 할 때(심지어 네스카페 회사는 그리스인이 먹여 살린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까요.), 이 광고가 지속적으로 TV에 등장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며 조지 클루니야 세계적인 스타이니 그의 이런 인기가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유난히 조지 클루니가 그리스에서 어필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 그는 어딘지 모르게 그리스인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알려진 대로 그는 미국 캔터키 주에서 태어났고, 언론인 출신 아버지와 미인대회 퀸 출신인 어머니인 그의 부모님 역시 미국인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큼직한 이목구비와 수염 스타일은 어딘지 모르게 남유럽인의 외모를 떠올리게 해서 그리스인들에겐 더 친근함을 주는 얼굴인 것입니다.

만약 이 얼굴로 영어가 아닌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한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시누를 비롯하여 주변 지인 그리스 여성들 중에도 이런 조지 클루니가 이상형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는데, 앞으로도 그의 그리스에서의 인기는 지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토요일이었던 2014년 2월 8일, 그리스 TV 저녁 뉴스에서는 조지 클루니의 베를린 영화제에서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다루었는데요.

요즘 말로 '개념 연예인' 같은 그의 행보는, 이전에도 수 차례 내전 지역인 수단에 방문해 난민 구호 운동을 하거나 주미 수단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다 체포되는 등의 사건을 통해서도 주목 받아 왔었습니다. 이런 재능 기부와 같은 행동에 대해 그는 "인기를 이용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고 정치에 뜻은 없다." 라고 밝히기도 했었는데요.

 

그런 그가 이번에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 받아 한 인터뷰는 그가 연출한 이번 영화에 담고 싶었던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생각'을 표현한 것으로 평소 그다운 개념적인 발언이었습니다.

"나치가 약탈한 미술품의 많은 수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이고 그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의 지하실에서 발견될 "이라고 발언과 더불어 "대영박물관의 대리석들(파르테논 신전 벽에서 엘긴 마블Ελγίνεια μάρμαρα)의 그리스로의 반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그리스인 기자의 질문 "그것은 굉장히 좋은 사례이고(문화재 반환에 관한), 공정하고 좋은 생각이라고 여긴다." 라는 발언이었는데요.

 

Τζόρτζ Κλούνεϊ τα Ελγίνεια μάρμαρα πρέπει να επιστρέψουν στην Αθηνα
(조지 클루니 : "엘긴 마블은 아테네로 환수되어야 한다.")
 
라는 제목의 이 인터뷰 동영상은 현재 빠른 속도로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초반에 영어로 질문을 하는 여성이 그리스인 기자인데,
이 질문 후 현장의 여러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가 들립니다.

 

이전에 그리스인들의 문화재 반환을 위한 운동에 관한 글 2013/04/29 - 빼앗긴 유물 반환을 호소하는 그리스인들의 독특한 운동 에서도 밝혔듯이 이런 문화재 환수에 대해 현재 열심히 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그의 이번 발언은 원래 좋았던 그의 이미지를 더 좋게 부상시킨 것입니다.

 

그리스 대학생들이 대영박물관의 엘긴 마블 앞에서 그리스 국기를 펼쳐들고 문화재 반환에 대해 호소하고 있습니다.

(google.gr)

 

토요일 그리스 저녁 뉴스에서는 그의 인터뷰와 함께 "조지 클루니가 영국이 그리스로 문화재를 반환시키는 것에 동의한다!" 라는 자막이 화면 하단에 깔렸는데, 이 때 그리스로! 라는 그리스어인 스띤 엘라다(στην Ελλάδα) 라는 글씨가, 한국인인 제가 보기에도 마치 그 글자만 확대해서 보이듯 크게 부각되어 보였을 정도이니, 그리스인들 입장에서는 그 느낌이 더욱 강렬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당시 저와 커피를 마시며 뉴스를 함께 보던 그리스인 친구들은 "역시 조지 클루니네, 멋있다!"라고 눈이 동그래져서 뉴스를 경청했습니다.

 

만약 어떤 세계적인 배우가 "각국이 강제 약탈한 한국의 문화재를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라고, 그것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국제 영화제에서 발언을 한다면, 한국인들에게 그 배우의 이미지가 굉장히 좋게 비춰질 것은 분명한데요.

누구라도 내게 친근한 생김새의 얼굴에 내 나라에 우호적인 개념 발언을 하는 배우를 싫어할 수 있을까요?

 

그리스에 오기 전, 제게는 조지 클루니가 크게 호감 있는 배우가 아니었고 소문대로 호색한일 듯 해서 좋은 이미지가 아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리스에 온 이후로 제게도 이 배우가 호감형으로 바뀌었을 정도니, 그리스인들의 조지 클루니에 대한 필연적 애정이 지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여러분 조지 클루니 광고처럼, 맛있는 차 한잔 하시며 활기찬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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