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동네 미용실, 이런 건 한국과 정말 비슷해!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2. 19.

 

 

 

 

제가 자주 언급했던 제 이웃의 금발머리 캣맘 흐리스티나는 헤어디자이너(κομμωτής 꼬모띠스)입니다.

주택가만 있는 저희 동네보다 좀 더 시내 쪽 동네에서 미용실(κομμωτήριο 꼬모띠리오)을 운영하는데, 참 수완이 좋고 센스가 있어 가게엔 언제나 손님이 바글바글합니다.

 

흐리스티나의 미용실이 있는 동네

 

 

그리스에 이사 온 뒤 갈색 머리 염색을 결심한 이후로, 저는 머리 염색 때문에 참 많은 미용실을 찾아 다녀야 했습니다.

바로 제 머리카락이 동양인 머리카락이기 때문인데요.

그리스에 와서 그리스인이나 다른 유럽인들의 머리카락을 만져볼 일이 많았는데, (그리스인들은 신체 접촉을 좋아하므로 친척이나 친구끼리 머리카락을 서로 만져보며 염색 잘 되었네? 커트 잘 되었네? 이런 표현을 자주 한답니다.) 확실히 한국인에 비해 얇고 가는 머리카락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같은 검은색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염색이 손쉬운 머리카락들입니다. 대신 대부분 백인들은 동양인에 비해 머리카락이 잘 상하고 숱이 적어, 우리와는 또 다른 고민들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양인의 머리카락은 이들에 비해 확실히 두꺼운 편이고 좀 더 직모인 경우가 많아서 동양인 머리카락을 염색해 본적이 없는 미용사가 제 머리카락 염색을 잘못 시도했을 경우, 색깔이 안 나와서 저나 미용사나 둘 다 난감한 상황이 된 적이 많았습니다. (제 머리카락은 한국인 중엔 곱슬인 편인데도 그리스인들에 비하면 직모인 것입니다.)

 

특히 제가 사는 곳은 동양인이 많이 살지 않은 지역이라 당연히 동양인 미용사도 없지만, 그리스인 미용사라 하더라도 가는 곳마다 머리 염색을 제대로 할 줄 몰라 색이 전혀 안 나오고 돈만 쓰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기에, 제대로 제 머리를 염색할 줄 아는 미용사를 수소문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더 밝은 금발 머리용 염색약으로 제 머리를 염색하면 갈색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이민 초기엔 셀프 염색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머리 길이가 길어서 혼자 하니 꼼꼼하게 되지 않을 때가 많아, 이 또한 제겐 적당한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해답은 참 가까운 곳에 있었고, 당시 별로 친하지 않고 아이들끼리 알고 지내니 그저 인사나 하고 지냈던 이웃의 흐리스티나가 제 머리를 제대로 염색해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집안 여성들이 자주 이용하는 더 친한 미용사가 아닌, 머리 염색을 할 때는 꼭 흐리스티나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흐리스티나의 미용실

오른쪽이 흐리스티나이고 왼쪽은 다른 직원 미용사인 마리아입니다.

 

 

머리 염색을 제대로 해 주는 미용실을 찾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리스의 다양한 미용실을 경험해 보게 되었고, 이제 제게 맞는 적당한 미용실을 찾고 나니 그리스의 동네 미용실에 가끔 가는 것이 하나의 큰 즐거움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제가 자주 미용실에 가는 것이 아닌데도 그리스의 보통의 흔한 동네에 있는 그녀의 미용실에 갈 때마다 어쩜 한국 미용실과 이렇게 비슷하지? 그런 면들을 발견하게 되곤 했는데요.

여러분께도 소개합니다.

 

그리스의 동네 미용실, 이런 건 한국과 정말 비슷해요!

 

 

1. 어딜 가나 미용실이 아주 많아요!(그래서 서비스가 비싼 나라 치고는 가격이 한국 수준)

 

제가 한국에서 살던 동네에는 한 건물에 미용실이 네 개나 있던 곳도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장사들을 하나 싶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지만 그만큼 찾는 수요 역시 많으니 그럭저럭 운영들을 해 나가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요.

한국만큼이나 미용실이 많은 그리스 역시 꼭 시내 아주 중심가가 아니어도 시 안에 있는 상가 지역을 걷다 보면 조금 가다 미용실, 또 미용실, 또 미용실을 발견하게 되곤 합니다.

그리스 여성들이 워낙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이기도 하고, 파티가 많은 만큼 금요일 토요일에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하러 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서비스업의 비용이 한국보다 비싼 편인 그리스이지만, 헤어샵이나 네일샵 만큼은 한국과 비슷한 가격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청담동이나 압구정동 같은 곳의 헤어샵과 서울 일반 동네의 미용실은 가격이나 분위기 차이가 크게 나는 것처럼, 그리스 역시 다운타운의 미용실과 시 변두리의 동네 미용실은 가격도 분위기도 많이 다릅니다.

 

 

 로도스 시 다운타운의 미용실들

전 세계의 유행대로 그리스 역시 요즘 도시를 중심으로

바Bar나 카페와 미용실을 함께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미용실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2. 위탁판매를 해요.

한국의 동네 미용실 중에는 헤어 제품이나 화장품을 업체를 통해 위탁판매를 하는 곳이 종종 있는데요. 미용실 한 켠에 진열된 헤어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듯, 그리스의 동네 미용실 역시 이런 위탁판매 헤어 제품과 화장품 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흐리스티나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위탁판매 제품들

 

 

3. 남친이 따라오기도 해요!

한국에서도 보통 기혼 여성의 경우, 남편이 미용실까지 따라 오는 경우는 잘 없지요? 물론 자신도 머리를 하기 위해서 함께 오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지요. 일단 남편들은 할일 없이 아내의 머리 하는 몇 시간의 과정을 기다려 주는 경우를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젊은 미혼 여성들이 머리를 하러 올 때 남자친구를 대동해서 오는 경우는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의 화장실 앞에서 여자친구의 가방을 들고 기다려 줄 용기까지 있는 젊은 남성들이니 미용실 정도야 가볍게 따라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스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남편이 아내의 미용실까지 따라가서 기다리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젊은 미혼 여성들의 남자친구가 미용실에 따라와 기다려 주는 경우는 마초적인 그리스 남자들이라 하더라도 자주 있는 일입니다.

 

제가 몇 주 전 흐리스티나의 미용실에 갔을 때인데,

안에서 한 여자친구의 머리 염색을 기다리던 젊은 남자가 잠시 담배를 피러 미용실 밖에 서 있네요.

머리에 뭘 쓰고 있는 여친과 같이 소파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에도, 둘이 얼마나 애정행각을 벌이는지

인인 흐리스티나가 "애들도 있으니까 좀 적당히들 해~"라고 주의를 주었을 정도입니다.^^;;

아마 평소에 친한 사이라서 손님이지만 그렇게 말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4. 손님에게 커피 서비스를 해 주기도 해요!  

 

인심과 정의 문화가 여전히 중요한 한국에서는 꼭 고급 헤어샵이 아니더라도, 커피 서비스 정도는 해 주는 미용실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그리스 역시 일반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동안 기다릴 때 커피 정도는 서비스 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리스 미용실에선 한국처럼 쿠션에 잡지까지 무릎에 갖다 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다양한 잡지와 쿠션이 비치되어 있으니 원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서비스를 받는다고 해서 팁을 꼭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처럼 그리스에서도 서비스를 잘 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팁을 추가로 줄 수도 있지만, 그냥 머리를 한 가격만 지불하고 팁을 주지 않아도 상관 없는 문화입니다.

 

 

 

5. 사랑방 분위기! 친한 손님이 막 청소도 해줘요!

 

한국에서도 동네 미용실은 단골 손님들의 사랑방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꼭 머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나다가 손님 중에 아는 얼굴이 보이면 잠깐 들러 이야기 꽃을 피우다 돌아가는 경우들도 있지요?

그리스의 동네 미용실 역시 지나던 사람들도 자주 들러 이야기를 하다 돌아가는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게다가 미용사와 친한 손님의 경우 미용사가 바쁘면 자기가 머리에 이런 저런 것을 달고 있는 채로 빗자루 질을 해주기도 하는데요.

저는 처음 이런 장면을 그리스에서 목격했을 때 정말 한국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하마터면 크게 웃을 뻔 했답니다.

ㅎㅎㅎ

 

이 날도 머리에 염색약을 바른 아주머님께서 바쁜 흐리스티나를 대신해 빗자루로 머리카락을 쓸고 계셨습니다.

(갑자기 사진 속에 뛰어든 마리아나 ^^)

 

 

 

6. 뒷방이 있어요! 아이들 놀기도!  

보통 한국의 동네 미용실 중에서 어린 아이를 둔 어머니들이 미용실을 운영하는 경우, 아이를 함께 돌보며 일을 해야 하므로 가게 뒤편에 따로 작은 방을 마련해 둔 경우를 종종 보곤 했었는데요.

그리스의 미용실에도 만약 이런 상황에 있는 미용사가 미용실을 운영할 경우 방을 만들어 놓고 아이도 돌보고 일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리스에서 처음 미용실의 뒷방을 발견하고는 순간 '여기가 한국인가?' 싶은 착각이 들 지경이었답니다.

 

미용실 뒷방에서 놀고 있는 마리나아와 흐리스티나의 아이들(마티나, 알렉산드라)

벽에 아이들의 낙서도 보이네요^^ TV와 소파를 둬서 아이들이 놀기 편하게 해 두었습니다.

 

 

 

 

물론 그리스 미용실이 한국과 이런 비슷한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스의 경우 미용학교를 나온 여성들이 자신의 집안에 미용시설을 다 갖추고 일을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경우 우리나라라면 야매 미용이다 뭐다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리스의 경우엔 아예 집안에 방을 따로 만들어서 모든 시설을 제대로 갖추고 자격증과 등록증을 갖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 점포 미용실에 비해 좀 작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머리를 해주는 미용사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집에서 미용실을 하는 경우엔 대부분 알음알음으로 손님들이 찾아 오기 때문에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해서, 만약 지인 중에 이런 미용사가 있다면 주저 않고 이용하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제 그리스인 친구 중에도 둘 이나 이렇게 가정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둘 다 형편도 넉넉해서 큰 집에 살면서도 미용실을 집안에 운영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보편화된 맞벌이 문화와도 상관이 있다고 봅니다. 

특별한 날에는 스타일 좋게 머리 손질을 해 주는데도 불구하고, 이 친구들 역시 동양인 머리를 염색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아서인지 제 머리 염색에 번번히 실패했었고, 저는 어쩔 수 없이 이웃의 흐리스티나 가게를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또 다른 점도 있습니다.

그리스 여성들은 머리 색도 곱슬의 정도도 한국에 비해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한국에 비해 파마 보다는염색을 하거나 특별한 날 특별한 스타일을 만들러 미용실에 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리스에서는 '머리 뿌리에 다른 색이 올라오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은 상당히 머리카락 관리를 하지 않는 여성'이라는 인식이 강하기에, 더 자주 염색들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알게 된 것은, 백인들 중에 의외로 금발로 염색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과 (가짜 금발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시크해 보이기 위해 갈색 머리를 흑발로 염색하는 경우도 정말 많다는 것인데요. 이들이 이런 자신의 본래 머리카락 색과 완전 다른 색을 멋스럽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잦은 미용실 이용은 필수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한국만큼이나 재미있는 그리스 미용실의 또 다른 이야기들과 그리스의 이발소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더 들려드리도록 할게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관련글

2014/01/10 - 생애 처음 네일아트, 시어머니께 이런 영향을 미치다니!

2013/04/24 - 그리스 역시 금발은 너무해!

2014/01/07 - 한국처럼 그리스 고양이의 겨울나기도 힘들지만?!

2013/02/25 - 지역별 유럽인 외모 구분법, 알고 보면 완전 달라!

2013/01/25 - 그리스에서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방법.

 

 

 

심심하신 분들을 위해 덧붙이는

올리브나무 씨의 머리하기 전 후의 반응

 

머리하기

 

 

 

머리한

 

 

하지만....

실제 현실의 내 모습은 미용실을 다녀왔다고 해서

예쁜여자 코스프레가 어울리지 않아요~

 

키.. 키는 그림보다 좀 더 크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푸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