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교를 가지 않고 하루 종일 만들기를 했던 딸아이의 조금 어릴 때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이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늘 뭔가 만들고 그리기를 좋아했는데요.
제가 미술관을 좋아해서 아이 생후 백일 때부터 함께 미술관을 데리고 다닌 영향인지,
사진작가 외할아버지랑 붙어 있던 시간이 많아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딸아이가 특별히 그쪽으로 재능이 많다는 게 아니라, 정말 만들고 그리는 행위 자체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한국에 살 때, 올림픽 공원 안에 있는 소마Soma 미술관에서
그런 딸아이가 한국에 살 때는 아직 어렸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욱 알 수 없는 추상적인 물건을 만들거나, 특이한
그림을 그릴 때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도저히 알 수 없는 원 세 개를 독특하게 칠해 놓고, 엄마와 가방과 휴대폰, 뭐 이런 제목을 붙이더군요.
당시 출장 잦았던 직장맘이어서 아이와 많이 놀아줄 시간이 없었기에 그 그림 제목을 듣고 좀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딸아이가 그런 추상화를 날마다 그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루는 매니저 씨가 딸아이가 그린 알 수 없는 추상화를 봤는데, 그날 따라 뭔가 대단한 칭찬을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딸아이가 완전 집중해서 갖은 색깔로 독특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바로 코 앞에서, 매니저 씨는 칭찬할 준비를 하며
딸아이의 이름을 가만히 불렀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고 불렀냐는 표정의 딸아이에게, 매니저 씨는 이런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아휴. 세상에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렸구나. 완전 피카소네. 피카소 같아!"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딸아이는 갑자기 "우왕~~~~~"하고 울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당시의 우는 사진이 없어, 좀 더 어릴 때 우는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커피 믹스 흔들고 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집에 가기 싫다고 저렇게 우네요.)
어렸을 때지만 피카소 전시회를 한 번 같이 보러간 적이 있었기에 피카소에 대해 지나가는 얘기로 설명해
준 적이 있었기에, 아무리 그의 그림이 독특하고 어린아이의 눈에는 살짝 괴기스러운 것도 있다고는 하나,
유명 화가 같다는 칭찬이 그렇게 폭풍 눈물을 흘리며 울 일인가, 싶어 저희는 몹시 당황했는데요.
아이를 겨우 달랜 후에, 도대체 왜 그렇게 울었는지 물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울먹거리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나는 피카츄와 닮지 않았어요!
피카츄는 말도 잘 할 줄 모르고, 맨날 '피카 피카'만 한단 말이에요!"
띠용~~~~~~
그렇습니다.
딸아이는 피카소에 대한 제 설명을 기억하기는 커녕(어린애한테 대체 그런 걸 기대했다니, 제가 어리석었지요--;)
피카소를 피카츄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매니저 씨과 저는 거의 방바닥을 구르면서 웃었고, 딸아이는 저희가 왜 웃는지를 몰라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저희를
쳐다보기만 했답니다.
여러분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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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돌아보니, 딸아이가 어릴 때는 존댓말을 썼었군요.
그리스에 와서 잊은 듯 합니다. 사실 한국어를 기억하는 것도 용한 아이한테 존댓말을 기억하게 하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국어로 존댓말을 들어야 할 대상이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지요.
그래도 한국에 다니러 갈 때 어른들에게 실수하지 않도록 미리 존댓말 점검을 하고 데리고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내일은 드.디.어. 벼르고 별렀던 "Big Fat Greek Wedding"! 그리스의 대단한 결혼식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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