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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외국인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탕집에 못 갔던 슬픈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30.

외국인 남편이 좋아하는 감자탕집에

못 갔던 슬픈 이유




매니저 씨 한국에 살 때, 감자탕을 참 좋아했습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다시 한국에 가고 싶은 이유가 롯데월드, 감자탕, 해장국, 조개구이, 홍합짱뽕 순서라고 말할

정도니 말이지요.

그런 그가 최고로 꼽는 한국음식인 감자탕을 자주 먹을 수가 없는 슬픈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처음으로 감자탕을 함께 먹으러 갔던 날, 바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의 식성을 고려해 봤을 때 분명히 감자탕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매니저 씨가 한국에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잠실에 있는 모 유명한 감자탕집에 그를 데리고 갔습니다.

가기 전에 감자탕이라는 음식에 대해 이미 제게 설명을 들었던 그는 정말 기대에 차서 룰루랄라 저를 따라나섰는데

요.

잠실의 그 유명 식당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식당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헉" 하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헉

"왜 그래?" 묻는 제게 그는 어버버거리며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신, 신발을 벗어야 하는거야??"

"아...이런 식당은 처음이구나. 신발을 벗어서 여기 주욱 번호가 달린 신발장에 넣어 두고 신발장 열쇠를 들고

자리에 가서 앉으면 되는 건데..." 

그는 몹시 놀란 듯, 신발을 겨우 벗더니 신발장에 넣고 키를 들고 만원인 식당 안의 한쪽 빈 테이블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물론 발냄새 걱정도 했겠지만 사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습니다.



두둥!

매니저 씨는...슬프게도, 도저히 양반다리가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엉엉


아무리 해 보려고 다리를 이리 저리 바꾸어 앉아 봐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너무 당황해 머리에 식은 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는데요.

그런 그의 모습에 도리어 제가 당황해서 "불편하면 포장해 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응.응. 제발." 이라 말했고 우리는 얼른 주문을 해 포장한 감자탕을 들고 나와야 했습니다.

다른 유럽국가들은 여럿 여행해 보았지만, 동양국가로는 한국이 첫 방문던 그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 양반

다리를 하고 먹어야 하는 식당을 태어나 처음으로 경험해 본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더 놀랐던 것은,후 유심히 관찰해 본 서양인들의 대부분이 이 양반다리가 되질 않는다는 것이었습

니다!

그냥 그렇게 앉으면 발이 저려서 불편한 그런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렇게 구부려지지가 않았습니다!

론 그 중에 이미 한국에 오래 살았다거나, 요가나 체조 등을 배워 몸이 유연한 경우는 그 나마 불편해도 양반다리

를 만들 수는 있었는데, 그런 경험조차 없는 서양인들의 경우 이 다리를 비슷하게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신체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한 번도 이 다리 모양을 할 기회가 없었고, 그래서 아예 그런 다리 모양을 만들

없는 상태로 몸이 굳어져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가끔 제가 책상의자에 앉아서 양반다리를 하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지금처럼)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면

익숙해진 매니저 씨나 다른 가족들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치지만, 혹 집에 갑자기 놀러온 사람들 중

동양국가의 좌식 문화에 대한 경험이 없는 다른 그리스인들이나 유럽인들의 경우, 대부분 눈이 똥그레지면서 

??'히익, 어떻게 의자에서 그런 자세를 만들 수 있지? 요가 중인가?' 라는 얼굴로 저를 쳐다보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자세가 얼마나 편한데요...라고 말해도 믿지 못합니다.)


어떻든 그 사건이 있던 날부터 매니저 씨는 어떤 음식점에 가든 "바닥에 앉아야 하는 곳이냐?"를 가장 먼저 물어

보았는데 어떤 땐 저희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갈 때도 "뭘 먹을텐가? 자네는?" 이라는 질문에 겁에 질린 얼굴

메뉴보다도 바닥에 앉아야 하는 지에 대해 최우선으로 물어 봐서 폭소를 부른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신체적인 슬픈 이유가 있다 해서 맛있는 한국음식을 포기할 매니저 씨가 아닙니다.


우리는 되도록 입식으로 꾸며진 맛집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당시 감자탕집 중에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는 맛집이 흔하지 않아서 그 좋아하는 감자탕은 매번

포장을 해다 먹어야 했었는데요.


닭갈비를 좋아했던 매니저 씨는 저희 집 근처에 어린이 놀이터를 완비하고 자주 먹으면 직접 짠 참기름까지 선물로

서비스하던 정말 끝내주는 닭갈비집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집이 좌식 식당이라 신촌의 의자 있는 닭갈비집까

가서 먹어야 했었습니다.


신촌의 닭갈비집에서 - 앞치마가 참 잘 어울리네요.



그 좋아하는 해물파전을 먹으러 갈 때도 집 근처엔 모두 좌식 식당이라, 의자가 있는 서울 근교의 식당까지 나가야

했습니다.


서울 근교의 식당 봉주르 - 해물파전을 시켜놓고 즐거워 하네요. 역시 먹는 것 앞에서 즐겁군요.

(봉주르는 이름만 이렇고 비빔밥, 파전, 수제비 등 한국음식을 먹는 식당이란 것, 유명 식당이라 아는 분들은 아시지요?^^)



아무래도 한국인들 뜨끈하게 바닥에 불을 떼 주는 식당에서 한국음식을 먹는 기분 좋아하기 때문에, 유난히

한국전통음식을 파는 음식점 중에는 좌식으로 된 식당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은 좌식처럼 생겨 바닥다리를 넣을 수 있도록 뚫어 놓은 식당들도 많이 지만, 그런 식당이 아주

흔한 것은 아니라 다리가 구부러지지 않는 매니저 씨는 음식도 맛있으면서 이런 조건도 갖춘 '식당 찾아 삼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당시에는 맛집 블로거님들도 잘 몰랐기에 이런 식당을 찾기가 더더욱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아마 매니저 씨가 다시 한국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는 독자님들의 제보를 받아서라도 의자가 있는 맛있는 감자탕

집을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요?

ㅎㅎㅎ그 즐거워할 얼굴이 저절로 떠오르네요.^^;




마지막으로 한국에 한참 살던 당시, 감자탕 맛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역시 그곳도 좌식 식당이어서 좌절하고 감자

을 포장해 돌아온 날, 잠시 속상함에 정신줄을 놓은 매니저 씨 사진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딸아이의 장난감 마이크를 들고 생일 축하 고깔 다섯 개를 한꺼번에 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정신줄을 놓았으면 흔들리지 않은 사진이 없네요.

누구나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하면 정신줄을 놓나 봅니다.ㅎㅎㅎ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한류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한국을 많이 찾는 요즘, 꼭 관광객 대상의 고급 음식점이 아

싸고 맛있는 일반 전통음식점 중에도 입식 테이블과 의자가 완비어, 비단 양반다리가 잘 안 되는 서양인 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출입을 배려한 당이 많이 생겼으면 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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