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말하는
한국 노래 '가리킬게'가 뭔지?
며칠 전부터 딸아이는 그리스 라디오와 TV에서 자주 듣던 영어 팝송 하나를 흥얼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동요나 다른 한국 노래들도 좋아서 듣지만, 그리스에 살다보니 이런 저런 통로로 그리스 동요,
그리스팝, 유럽팝, 미국팝 등 다양한 노래를 접하게 된 것입니다.
다섯 살, 여섯 살 때의 딸아이 (딸아이가 요즘 갑자기 커버려서, 추억 돋는 사진들을 꺼내보고 있습니다.)
딸아이가 노래를 계속 흥얼대도록 저는 그게 무슨 곡인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흘려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제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엄마, 이 노래는 한국 노래인 것 같아. 영어가 나오기도 하지만 중간에 계속 한국어가 나와."
"응?? 그래? 너 한국 노래 부르던 거였어?"
무슨 노래인지 정확히 듣지 못했던 저는 딸아이에게 다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는데요.
딸아이는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또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엄마. 좀 노래 가사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응?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한국어 가사가 내내 '가리킬게' '가리킬게' 이렇게 이어져!
뭔가 가수가 중요한 것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그게 어디에 있는지 방향을 가리키는 건가 봐. 엄마.
뭘 찾고, 뭘 가리킨다는 걸까? 뒷 부분은 영어라서 내가 다는 모르겠는데..."
"응? 그런 노래가 있어? 엄마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넌 그 노래를 어디서 들었어?"
"엄마는 왜 못들었지? 라디오랑 TV에 자주 나오는데...이상하다."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봐도 한국어로 가리킬게, 라는 가사가 나오는 곡을 들은 기억이 없고, 게다가 한국 노래라고
는 강남스타일 외에 그리스 TV 나 라디오에 나오는 걸 들어본 적도 없는데,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저는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노래를 한번 제대로 불러봐. 그럼 엄마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엄마가 노래를 알아야 너에게
그 '가리키는 것'이 뭔지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 응?"
제 말을 들은 딸아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흠흠 하더니 노래를 보르기 시작했습니다.
딸아이가 양 손으로 힙합 가수처럼 박자를 맞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저는 정말 기절할 듯 놀라고 곧
이어 폭소를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자, 여러분도 딸아이가 말한 한국 노래 '가리킬게'가 뭔지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저는 운전하다가 벌어진 이 상황에서 웃느라고 차를 갓길에 세워야 했고, 변변한 곡에 대한 해석?도 해주지
않고, 배를 부여잡고 웃기만 하는 저를 딸아이는 기분 나쁜 얼굴로 한참 쳐다보았습니다.
"하하하하하..아이구..미안해. 그런데 이게 한국어가 아니거든. 영어야."
"어째서? 이렇게 분명히 가리킬게 라고 말하잖아!"
"하하하하하..그게 발음이 비슷한 것 뿐이라고..아이고.."
딸아이는 제 대답에 실망한 듯,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의심이 가시지 않았는지 집으로 돌아와 아빠에게도 이 노래를 불러 주어 재차 확인하고, 한국어를 아는
디미트라를 만났을 때도 재차 확인했으나 매번 돌아오는 것은 폭소 뿐이었으니 그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듯
해보였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영어로 그 부분 가사를 써서 설명을 해 주었지만, 딸아이는 그래도 뭔가 미심쩍은지
"한국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께도 여쭤 볼거야." 이러고 있습니다.
아마도 한국 예능 프로에서도 가끔 나왔던 이 노래가, 내심 한국 노래이길 바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딸아이가 한국에 가서 할아버지께 이 노래를 불러 주며 확인하려 할 때, 어쩌면 영어 울렁증이 있는 저희 아버지는
딸아이 말에 동조를 해주며 한국 노래가 맞는 것 같다라고 말해 줄 지도 모른다는 웃기는 상상을 해봅니다.
밀크쉐이크 먹는 고양이 사진을 찍고 있네요. 언제 이렇게 컸니?
지난 번엔 그리스어 간판을 한글 최봉재로 보더니, 이제는 영어 팝송까지 한국 노래로 듣다니,
참 못 말리는 딸아이입니다.
여러분 즐거운 목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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