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남편 매니저 씨가
한국 가고 싶은 철없는 이유
한국에 살던 매니저 씨는 일 때문에 한국을 저보다 먼저 떠나 그리스로 들어왔습니다.
그 때 한국에서 저희 부모님과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그가 다시 꼭 한국에 와야할 이유로 밝힌 것은 무엇이었을까
요?
당시 식사를 하시던 저희 아버지께서는 매니저 씨의 그런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얼굴이셨는데요.
그냥 남들처럼 좀 입에 발린 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당시 본인도 슬픈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런 철없는
이유를 말해 버렸는 지는 몰라도, 저는 진심이었다고 지금까지도 생각하는 그 이유 때문에 두고 두고 가족들은
이 일을 회자하며 웃고 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그 이유를 공개하자면요.
당시 비싸다는 강남의 모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간만에 맛있는 것 좀 먹으며 격조 있는 가족 코스프레에 돌입해
있던 우리 가족에게 매니저 씨가 당당히 해맑게 밝힌 '한국에 다시 와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의 놀이동산에 다시 가기 위해서!" 였답니다.
매니저 씨가 '우리가 꿈꾸던 그 곳, 롯데월드'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한국에 첫 여행을 왔던 마지막 날이었는데요.
그날 돌아가야 하는데, 왜 이런 곳에 이제야 본인을 데리고 왔냐며 흥분해서 실내외를 들락거리며 흥분하던 매니저
씨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후 한국에 이사 와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매니저 씨는 사실 자주 롯데월드에 갈 순 없었
습니다.
제게 정보를 듣고는 소원이 되었던 에버랜드 역시 매니저 씨는 바빠서 한 번도 갈 수도 없었는데요.
딸아이가 유치원 소풍으로 에버랜드에 다녀왔을 때, 얼마나 좋았냐고 아이를 취조할 지경이었습니다.
어휴 왜 그러는거야...
한국 나이로 4살 때 유치원에 다녔던 딸아이는 그냥 "재밌었는데 다리 아팠어"가 소감의 다 였고, 매니저 씨는
그럴 리가 없다며 혼자 고개를 가로 저었답니다.
(딸아이는 당시엔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을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보다 훨씬 좋아했습니다.^^ 지금 이 놀이동산들에
간다면? 장담하건데 수준 똑같은 매니저 씨와 딸아이가 둘이 함께 좋아서 미친 듯 날뛸 것입니다.)
그러니 롯데월드를 한번 가면 얼마나 신나하던지, 어렸던 딸아이가 도리어 낯설고 사람 많은데다 동물 모양 탈을
쓴 사람들을 무서워하며 울 때, 매니저 씨는 딸아이보다 더 신나하며 "너무 좋지? 신나지?"를 강조하곤 했습니다.
자, 외국인들이라면 다 좋아하고 신기해 한다는 한국 고유의 장소에 갔던 매니저 씨의 표정과
롯데월드에 갔던 매니저 씨의 표정을 한번 비교해 보실래요?
인사동 쌈지길에서의 매니저 씨입니다. 물론 이날 일 끝나고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신나는 얼굴은 아니지요?
경주의 양동마을을 구경갔을 때의 매니저 씨 (현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지요?)
신기해 하긴 했지만 신나하진 않았답니다.--;
그런데!!!
롯데월드에서는?!!!
"이봐요. 그건 당신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구."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고 머리띠를 착용해 보는 매니저 씨
그, 그, 그건 여자애들 거라고....
(뒤의 직원 표정이 얼마나 멘붕이었는지 초상권 때문에 밝힐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사실 그건 코엑스나 63빌딩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누가 바다가 많은 곳에 살다온 그리스인 아니랄까봐 한국에 사는 동안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횟수가 얼마나 많았는
지 다 기억도 안 날 지경이랍니다.
제 눈엔 매번 똑같은 상어고 똑같은 팽귄 같은데 어찌 그렇게 좋아하는지, 딸아이와 신나서 매번 방방 뛰어 다녔
답니다.
올 여름 한국에 가려고 티켓을 알아보던 중 갑자기 수술이 결정되어 알아보기를 미뤄두었는데요.
오늘 저는 다시 여러 항공사의 티켓을 살펴 보았답니다.
근데 안타깝게도 매니저 씨는 일이 바빠 여름 시즌에는 하루 휴가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올 여름엔 저와 딸아이만 한국에 나갈 것 같습니다.
꿈과 희망의 한국의 놀이동산들과 아쿠아리움은 안타깝게도 저와 딸아이만 방문하는 걸로~
그래서 향후 얄미운 짓 할 때마다 이 사진들로 좀 약올려 주는 걸로~
하고^^
저의 앞으로도 계속 될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이 약올림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내일은 이렇게 한국의 아쿠아리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리스인들만의 특별한 바다낚시 동호회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세상의 모든 부모들께 이 카네이션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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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들을 다시 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한국에 살 땐 수염이 짧은 사진이 더 많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한국인 정서로 수염을 너무 길게 놔두는 걸 깔끔하게 여기지 않았기에
매니저 씨가 바짝 자르는 면도를 무척 싫어하면서도 면도 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갑자기 저만 이민 생활이 어려웠던 게 아니구나..깨달음이 있어 한국에 살던 매니저 씨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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