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속의 한국

외국인 남편이 한국 가고 싶은 철없는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8.

외국인 남편 매니저 씨가 

한국 가고 싶은 철없는 이유

 

 

 

 

 

 

 

한국에 살던 매니저 씨는 일 때문에 한국을 저보다 먼저 떠나 그리스로 들어왔습니다.

그 때 한국에서 저희 부모님과 마지막 식사를 하면서 그가 다시 꼭 한국에 와야할 이유로 밝힌 것은 무엇이었을까

요?

당시 식사를 하시던 저희 아버지께서는 매니저 씨의 그런 말에 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얼굴이셨는데요.

그냥 남들처럼 좀 입에 발린 말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당시 본인도 슬픈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그런 철없는

이유를 말해 버렸는 지는 몰라도, 저는 진심이었다고 지금까지도 생각하는 그 이유 때문에 두고 두고 가족들은

이 일을 회자하며 웃고 있습니다.

 

자, 그럼 여러분에게 그 이유를 공개하자면요.

당시 비싸다는 강남의 모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간만에 맛있는 것 좀 먹으며 격조 있는 가족 코스프레에 돌입해

있던 우리 가족에 매니저 씨가 당당히 해맑게 밝힌 '국에 다시 와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의 놀이동산에 다시 가기 위해서!" 였답니다.

ㅎㅎㅎ

매니저 씨가 '우리가 꿈꾸던 그 곳, 롯데월드'를 처음 방문했던 것은 한국에 첫 여행을 왔던 마지막 날이었는데요.

그날 돌아가야 하는데, 왜 이런 곳에 이제야 본인을 데리고 왔냐며 흥분해서 실내외를 들락거리며 흥분하던 매니저

씨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ㅋㅋㅋ

그 후 한국에 이사 와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매니저 씨는 사실 자주 롯데월드에 갈 순 없었

습니다.

제게 정보를 듣고는 소원이 되었던 에버랜드 역시 매니저 씨는 바빠서 한 번도 갈 수도 없었는데요.

딸아이가 유치원 소풍으로 에버랜드에 다녀왔을 때, 얼마나 좋았냐고 아이를 취조할 지경이었습니다.

흥5어휴 왜 그러는거야...

한국 나이로 4살 때 유치원에 다녔던 딸아이는 그냥 "재밌었는데 다리 아팠어"가 소감의 다 였고, 매니저 씨는

그럴 리가 없다며 혼자 고개가로 저었답니다.

(딸아이는 당시엔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을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보다 훨씬 좋아했습니다.^^ 지금 이 놀이동산들에

간다면? 장담하건데 수준 똑같은 매니저 씨와 딸아이가 둘이 함께 좋아서 미친 듯 날뛸 것입니다.)

 여행프로포즈

그러니 롯데월드를 한번 가면 얼마나 신나하던지, 어렸던 딸아이가 도리어 낯설고 사람 많은데다 동물 모양 탈을

사람들을 무서워하며 울 때, 매니저 씨는 딸아이보다 더 신나하며 "너무 좋지? 신나지?"를 강조하곤 했습니다.

 

자, 외국인들이라면 다 좋아하고 신기해 한다는 한국 고유의 장소에 갔던 매니저 씨의 표정

롯데월드에 갔던 매니저 씨의 표정을 한번 비교해 보실래요?

 

 

 

인사동 쌈지길에서의 매니저 씨입니다. 물론 이날 일 끝나고 피곤하긴 했지만 그래도 신나는 얼굴은 아니지요?

 

 

경주의 양동마을을 구경갔을 때의 매니저 씨 (현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 문화유산이지요?)

신기해 하긴 했지만 신나하진 않았답니다.--;

 

그런데!!!

롯데월드에서는?!!!

 

"이봐요. 그건 당신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구."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고 머리띠를 착용해 보는 매니저 씨

 

헉

그, 그, 그건 여자애들 거라고....

(뒤의 직원 표정이 얼마나 멘붕이었는지 초상권 때문에 밝힐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사실 그건 코엑스나 63빌딩에 있는 아쿠아리움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누가 바다가 많은 곳에 살다온 그리스인 아니랄까봐 한국에 사는 동안 아쿠아리움에 다녀온 횟수가 얼마나 많았는

지 다 기억도 안 날 지경이랍니다.

제 눈엔 매번 똑같은 상어고 똑같은 팽귄 같은데 어찌 그렇게 좋아하는지, 딸아이와 신나서 매번 방방 뛰어 다녔

답니다.

 ㅎㅎㅎ

올 여름 한국에 가려고 티켓을 알아보던 중 갑자기 수술이 결정되어 알아보기를 미뤄두었는데요.

오늘 저는 다시 여러 항공사의 티켓을 살펴 보았답니다.

근데 안타깝게도 매니저 씨는 일이 바빠 여름 시즌에는 하루 휴가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

올 여름엔 저와 딸아이만 한국에 나갈 것 같습니다.

 

꿈과 희망의 한국의 놀이동산들과 아쿠아리움은 안타깝게도 저와 딸아이만 방문하는 걸로~

그래서 향후 얄미운 짓 할 때마다 이 사진들로 좀 약올려 주는 걸로~

하고^^

저의 앞으로도 계속 될 이민 생활의 어려움을 이 약올림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ㅎㅎㅎ

 

내일은 이렇게 한국의 아쿠아리움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그리스인들만특별한 바다낚시 동호회 문화에 대해

소개해 드릴게요!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세상의 모든 부모들께 이 카네이션과 함께 박수를 보냅니다. 

 

관련글

2013/04/22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한국장인 식겁하게 만든 외국사위가 전한 딸의 안부

2013/04/08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외국인 사위를 마약 사용자로 오해한 한국인 아버지

2013/03/16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까지 와서 듣는 그리스인 남편이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

2013/02/27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군복무 중, 영국 윌리엄 왕자를 만났던 그리스인 남편이야기.

2013/02/1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인 남편의 팝송 제멋대로 한국어로 부르기.

2013/01/22 - [재미있는 그리스어] - 그리스인들이 한국어 발음을 실수하는 이유

 

* 사진들을 다시 보며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는데, 한국에 살 땐 수염이 짧은 사진이 더 많군요^^

  아무래도 한국에서 일을 할 때는, 한국인 정서로 수염을 너무 길게 놔두는 걸 깔끔하게 여기지 않았기에

  매니저 씨가 바짝 자르는 면도를 무척 싫어하면서도 면도 하고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갑자기 저만 이민 생활이 어려웠던 게 아니구나..깨달음이 있어 한국에 살던 매니저 씨에게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