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 입맛에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음식
그간 그리스의 문화를 읽어오신 분들이시라면, 아마 그리스인들이 먹는 것을 상당히 좋아하고 다양한 먹거리와
맛에 민감한 국민들임을 아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원래 가족들(가문) 전체가 모이는 날이 많고 주말이면 의례 한 두 가족 정도의 친척들과 만나게 되는 그리스 문화
에서 살다 보니, 요리를 해야 할 상황은 많은데 당연히 해야 하는 그리스 요리 외에, 이들 입맛에 맞는 한국음식을
소개한다는 것이 처음엔 제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가까이 있는 전직 취사병 매니저 씨, 현직 고급 호텔 요리사 시누이, 한 때 피자가게에서 피자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성실히 하셨다는 시아버님까지.
자, 그리스인들 중에서도 이들의 미각을 맞추는 것이 얼핏 보기에도 쉬워 보이진 않지요?
한국에서 살 때, 시도 때도 없이 사랑방 드나들듯 밥 먹으러 찾아오던 친구들 덕에 칼 좀 잡았다는 저였지만,
이민 초기, 이 그리스인 가족들의 미각에 맞는 한국음식을 하기 위해서 상당한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음식을 그리스인들에게 알리고는 싶었고, 일단 다양한 한국요리를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가족들의 밥 숟가락 놓게 만든 요리들도 있었습니다.
(주로 많이 매운 요리나, 그리스에서 사용하지 않는 해조류를 이용한 요리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그리스인 친지, 친구, 가족 약 100 인에게 한국요리를 먹여본 후 밝혀낸
그리스인 입맛에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음식들을 소개합니다.
5위. 안 매운 닭갈비
양배추를 요리에 많이 사용하는 그리스에서는 양배추와 양파, 파 등의 야채와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닭을 양념과 함께 볶는 이 닭갈비가 상당히 호응도가
높았습니다. 물론 안 맵게 고춧가루와 고추장 사용을 적게 해야 하는게 요리
포인트랍니다.
4위. 감자전
감자와 양파를 갈고 약간의 당근을 채 썰어 얹은 감자전은,
평소 감자와 야채 튀김 류를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에게
출출할 때 간식거리로 참 인기입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메뉴입니다.
3위. 계란말이 김밥(김밥)
김밥은 그리스인들이 평소 먹지 않는 '김'이라는 복병 때문에 호불 호가
분명하게 나뉘는 음식입니다. 그래서 김밥 속은 좋아하되, 김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김밥 겉 부분을 김 대신 계란 지단을 만들어 김밥을 싸는
계란말이 김밥을 일반 김밥과 함께 만들어 식사 때 내 놓으면, 골라먹는
재미로 금새 완판 되는 메뉴입니다.
또한 김밥 속에 구운 수제 소시지와 머스타드 소스를 넣어 만든 김밥을 시도해
보았는데, 핫도그 같은 느낌의 퓨전요리가 되어 그리스인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이 또한 곁들여 함께 상차림에 내
놓는 답니다.
2위. 짬뽕
해산물을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에게 특히 비가 많이 오는 겨울철에
오징어, 홍합, 새우 등을 넣고 만든 짬뽕은 누구라도 반기는 음식입
니다. 청경채 등의 야채를 구할 수 없어 아쉬운 감이 없진 않지만
야채와 해산물을 잘 볶다가 국물을 우려내면, 아쉬운 대로 먹을 만한
짬뽕이 완성된답니다. 물론 역시 덜 맵게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국물이 확실히 덜 매워 보이지요?^^)
"드디어 대망의 1위, 그리스인 100인의 입맛을 모두 충족시킨 한국요리는?"
두두두두두두둥~!
네!~
1위. 잡채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이 잡채의 맛 때문에, 저희 집에 잡채를 해 달라고 말하고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 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부러 당면을 좀
공수해서 갖고 있다가, 중요한 날마다 조금씩 꺼내 쓰고 있습니다.
당면이 무게가 많이 안 나가는 게 참 다행이지요.
또한 잡채를 요리해서 그리스인 손님 앞에 내 줄 때 마다, 저는 꼭 이 말을 덧붙이는데요.
"오래 전 한국에서는 이렇게 고기가 들어간 잡채는 궁중 요리였답니다.
그러니 당신은 오늘 왕이 된 기분으로 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손님들은 원래도 맛있는 잡채를 더 기분 좋게 먹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의외였던 것은 다른 나라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불고기가 그리스인들에게는 번번히 큰 인기를 끌지는 못 했는
데요. 주식이 고기이고 그리스 요리에 다양한 고기 요리가 존재 하다보니, 그리스에서 많이 쓰는 허브 가루들이
빠진 불고기는 그리스인들에게는 좀 밋밋한 느낌이 든다고 하네요.
또한 여기에 소개한 메뉴 외에도 비빔국수, 볶음밥, 튀김만두 등도 가끔 별미로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는 만들기가 어렵지만, 그리스인인 매니저 씨가 한국에 살 때 가장 맛있게 먹었던 요리는
바로 감자탕입니다.
제 생각에도 감자탕은 그리스인 입맛에 아주 잘 맞는 한국 요리인데요.
이곳 정육점에서는 감자탕의 주 재료인 살 붙은 큰 뼈를 잘 팔지 않기 때문에 해 먹기 어려운 요리입니다.
게다가 감자탕 안에 들어가는 야채들과 속 재료들 중 여기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답니다.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이렇게 다양한 한국음식을 그리스인들에게 요리해주며 새삼 알게 된 사실은
'한국음식'이 한국과 식재료와 식습관이 다르고, 입맛이 까다로우며, 한국인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는
머나먼 그리스인들에게까지도 접시를 싹싹 비우게 하는 '맛깔스러운 음식'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제일 그리워하는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맘껏 드실 수 있는 여러분!
오늘도 식사 거르지 마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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