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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이 외국어를 알면 그리스에서 먹고 살 수 있어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4. 26.

 

 

 

그리스에 살기 전인 어느 해 여름 그리스에 여행을 왔을 때, 동수 씨가 지인 한 명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간 곳은 어느 바Bar였습니다.

로도스 시바 골목(Bar Street)에 자리잡은 그곳은 낮엔 카페이고 밤엔 술집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동수 씨는 예전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수시로 했었다고 했습니다.

직업이 있는데도 밤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는 컴퓨터 장비를 빨리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서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잦은 아르바이트로 주인인 사장님과 친해졌고 그 이후로 공짜 커피나 칵테일 정도는 얻어 마실 수 있는 사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로도스 시바 골목(Bar Street)

낮에는 이렇게 한산하지만

 

밤에는 이렇게 되는 곳입니다.

(image - Rodos Bar Street)

 

저희가 그곳에 방문했던 날은 한참 성수기인 여름이어서, 그 긴 골목 전체가 인근 유럽에서 온 젊은이들과 들썩거리는 음악으로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겨우 실외에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소개해주겠다는 사장님보다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의 젊은 여성이 먼저 주문을 받으러 왔습니다.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영어로 묻는 그녀에게 제가 더듬더듬 그리스어로 커피를 주문하자, 그녀는 몹시 당황한 듯 다른 직원을 부르는 눈치였고, 너 댓 명의 서빙을 하는 직원들이 있었지만 결국 사장님이 나와 주문을 받고 동수 씨와 저를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저는 그녀의 태도가 좀 이상해서 동수 씨에게 물었습니다.

"저 아가씨가 내 말을 못 알아 들은 걸까? 난 그래도 이렇게라도 그리스어를 연습하고 싶었던 건데 내 발음이 많이 이상했어?"

 

그런데 동수 씨의 대답은 아주 뜻밖이었습니다.

"아냐. 넌 그럭저럭 잘 말을 했는데. 저 아가씨가 네 말을 못 알아들은 거야. 왜냐하면 저 아가씨는 그리스어를 못 알아듣거든."

"응? 뭐라고? 그리스인이 아닌 거야?"

"내 생각엔…(아가씨를 유심히 살피더니) 아마 스위스나 북유럽에서 온 것 같은데?"

"정말? 그럼 어떻게 여기서 일을 할 수 가 있는 거야? 영어만 알아도 취업이 가능한 거야???"

 

그 때 사장님이 주문한 음료를 들고 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 올리브나무는 이런 그리스 문화를 모르는군요. 그리스엔 워낙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저 아가씨들도 처음엔 1~2주 여행으로 여길 왔는데, 있다 보니 아예 여름을 다 보내고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아직 대학생들이라 도저히 경비는 없고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체제비를 마련하며 머무는 거랍니다. 아마 몇 달 있다가 여름 시즌이 완전 끝나면 자기들 나라로 돌아갈 거에요. 물론 저러다가 아예 여기에 눌러 앉아서 다른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그렇군요. 그런데 그리스어를 모르고 영어만 해도 업무가 가능한가요?"

"관광 시즌엔 외국인 손님이 많으니 얼마든지 가능하답니다. 그리스에 여행 오는 외국인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건 웬만하면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물론 일을 하려면 영어를 잘 구사해야 하겠지요?"

 

여름이면 로도스 섬에서 관광객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팔리라끼(Faliraki)의 해변 클럽들입니다.

(image - Faliraki Nightlife)

 

 

  

  

 

그렇습니다.

그리스에 불법체류자들이 매년 10만 명 새롭게 들어와서 식당, 호텔, 카페, 렌터카 등등의 장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영어회화만 제대로 해도(문법이나 읽기보다는 회화가 중요합니다.) 그리스의 관광시즌(4월~10월)에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시간제 아르바이트이니 월급이 대단히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임금이 낮은 주변 동유럽국가의 사람들이나 터키인들이 가족단위로 이주해 일자리를 찾거나, 여름이 짧은 북유럽 국가의 젊은이들은 햇볕을 더 오래 누리기 위해 이렇게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의 식당이나 렌터카 회사는 연령 관계없이 취업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깔끔한 차림으로 서빙을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외국인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들 중에도 실직하고 50대에 이런 시간제 직업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가 성실성을 인정받으면 계약직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아예 불법체류를 하며 비자 문제를 쉬쉬하고 장기 체류 하는 경우도 있고, 비자 없이 그리스에 거주 가능한 기간3개월이 차면 EU 밖의 국가에 잠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방법 등으로 계속 머무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불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몇 년 이상 이런 식으로 들락거리게 되면 출입국사무소에서도 문제를 삼고 강제 추방할 수 있기에, 그 전에 계약직 직원으로라도 정식 취업을 해서 장기 취업 비자를 발급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스 단기 비자 (혹은 취업 비자)를 받는 이민국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외국인들

 

 

실제로 그리스의 여름 관광객이 몰리는 식당이나 렌터카 사무실 등에서 그리스어를 모르거나 서툰 외국인 취업자들을 만나는 일은 흔한 일이어서(외모에서도 표시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거래처로 있는 렌터카 회사들에서 그런 분들을 뵙게 되면 이제는 저도 반갑게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 라며 그 나라의 제가 몰랐던 문화에 대해 물어보며 신기한 이야기들을 듣기도 한답니다.

 

물론 영어 외에도 다른 두 가지 언어를 알 경우에, 그리스에서는 이런 시간제 취업이 가능한데요.

그것은 바로 러시아어독일어입니다.

러시아어의 경우에는 그리스어를 모르더라도 어떤 경우엔 영어만 아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취업의 이점으로 작용하는데요.

며칠 전에도 시내의 여성 신발과 가방을 파는 큰 가게에서 이런 공고를 보았습니다.

 

직원구함

시민권자 / 3가지(업무) 유경험자

또는

러시아어 가능한 사람

자세한 정보는 안쪽에서 문의 

 

 

또한 그리스 국립종합병원이나 단기 비자를 받는 이민국에, 그리스어가 아닌 외국어 중 단 하나의 언어의 안내문이 추가로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러시아어입니다.

영어 안내문은 없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러시아어가 유용한 이유는, 러시아 관광객이 그만큼 그리스에 많기 때문인데요.

동방정교를 기본으로 믿는 러시아인의 경우 동방정교의 근원지인 그리스에 가족단위로 특별 절기나 명절을 지내러 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다른 나라 관광객보다 연중 그리스를 찾는 빈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희 가게에도 그런 러시아 관광객들이 들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젠 저조차도 러시아어를 조금은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러시아 관광객들은 이상하게도 영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디서든 러시아어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관광객을 받아야 하는 그리스 입장에서는 러시아어를 잘 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게 외국인이라도 말입니다. 

또한 러시아인들은 사업차 그리스에 오는 경우도 잦아서(모피나 퍼 등을 관광객 판매용으로 의류업체에 납품하는 사업을 많이 합니다.), 호텔에서 이런 러시아인들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스어로 된 이런 슬로건도 있습니다.

미래를 생각해라, 러시아어를 생각해라!

(미래를 생각한다면, 러시아어를 배워라!)

 

 

독일어 역시 그리스를 찾는 독일인 관광객 숫자가 많아이기도 하고,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업차(시멘트 사업, 여행사, 유통업, 수출업 관련) 독일인들이 그리스에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시 마다 볼 수 있는 독일 마켓 리들

 

특히 독일어는 만약 영어와 함께 제대로 구사할 줄 안다면 일반 회사에 취업하는 데에도 이점이 있습니다.

동수 씨의 오스트리아 사촌이 그리스로 이민을 고려했던 것도, 그리스어와 영어가 조금씩 밖에 구사가 안 되는 그녀이지만, 독일어의 강점이 있기 때문에 취업 가능한 회사가 여러 곳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도 핀란드 등의 북유럽 언어를 알고 있다면 역시 취업이 쉽습니다. 임금이 높은 북유럽의 관광객들은 북유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그리스에서 아예 해마다 여름이면 한 달 이상 머물기도 하니까요.

 

 

결국 그리스에서는 언어 하나로 생계나 연봉이 바뀌기도 하기에, 많은 이들이 나이가 들어서까지도 언어 공부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국제 언어 시험 등을 열심히 치르곤 하는 것입니다.

만약 햇볕 좋은 그리스에서 몇 달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햇볕과 바다를 누리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영어, 러시아어, 독일어 중 하나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회화공부에 돌입하면 될 듯 합니다.

 

여러분 힘 내시는 주말 되세요!

파이팅입니다!!

 

 

 

 

   ☆ 다음 주! 이런 포스팅이 찾아올 거에요.

* 위에 언급한 '그리스에 왔던 러시아인 중 날 기함하게 만든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례를 소개해 드릴게요.

* 글 머리에 소개한 동수 씨의 지인의 바Bar에서, 제가 아주 대망신을 당할 행동을 해서 동수 씨와 친구들에게 질질 끌려 나왔던 창피한 이야기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생각만 해도 얼굴이 붉어집니다ㅠㅠ)

*'그리스의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한 한글들'에 대한 이야기, '관광객이 되고 싶었던 마리아나'이야기도 전할 예정입니다.

<필요에 따라 예정된 포스팅이 뒤로 밀리고 다른 내용을 먼저 쓸 수도 있으니 그런 경우에도 양해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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