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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인종차별, 한국의 계급차별과 다를까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2. 18.

 

 

 

얼마 전 한 독자 분께서 이런 질문을 남겨주셨습니다.

 

 

우선, 여러 번 글로 썼듯이 그리스는 분명 인종차별이 심하게 존재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유럽은 북미 지역에 비해 인종차별을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법적 제제를 가하지 않기 때문에 더 공공연하게 이런 부분이 드러나는 지역이고, 그 중에서도 그리스는 최근 황금새벽당이라는 신 나치즘을 내세우는 정당의 활약을 봐도 알 수 있듯, 겉으로 드러나는 인종차별이 유독 심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트리플 점프 국가대표 선수였던 그리스인 '불라 빠빠흐리스투'는

경기 직전 아프리카 이민자에 대한 인종차별과 극우정당 지지 발언을 트위터에 올려, 런던 올림픽에서 퇴출되었습니다. 

 

 동남아시아인들의 그리스 이민과 불법체류 

  그리스 내의 일정 지역엔 유독 동남아시아 이민자가 몰리는 지역이 있는데, 주로 관광객이 많아 일자리는 있지만 불법체류에 대한 감시가 적은 지역들인데요. 어떤 곳은 태국인이, 어떤 곳은 필리핀인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동남아시아 이민자들이 그리스로의 유입이 있었던 이유는, 가까운 프랑스가 베트남과 연결이 되어 있어 그것을 계기로 주변 동남아시아인들의 유럽 이민이 많았던 것으로부터의 영향도 있습니다. 또한 유럽 회사들이 동남아 지역에 공장을 설립해 (물론 중국에 공장이 더 많습니다.) 왕래가 잦은 것 또한 동남아시아인들의 유럽 이민을 손쉽게 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약소국의 이민이 의례 그러하듯, 그곳에서는 지식인이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선 말이 안 통하니 몸쓰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그리스는 여름이 길어 동남아시아인들에겐 환경적으로 적응이 쉬운 곳일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도 아시아인, 하면 마사지를 떠올리는 경우도 있어, 동북아시아인 얼굴을 하고 있는 저 역시 길을 가다가 프랑스 관광객으로 간주되는 남자에게 다짜고짜 "마사지 혹시 할 줄 아냐, 가격은 얼마냐"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 어이가 없어 "제가 상당히 비싼 돈을 받아서 당신은 차마 그 돈을 낼 수 없을 거다." 라고 엄포를 놓아 쫓아 버린 적이 있습니다.

  이렇듯 관광국인 그리스는 여름시즌 동안 단기간의 일자리를 구하기 쉬운 곳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유입되는 이민자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불법체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는 집계된 불법체류자의 수보다 집계되지 않은 불법체류자의 수가 훨씬 많은 곳이라(집계된 것으로는 100만이 채 안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제로는 수백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전체 인구를 생각한다면 이는 상당 수인 것입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이 나라에 거주하고 의료혜택등의 복지를 누리며, 그리스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런 불법체류자를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 황금새벽당이 내건 슬로건인데, 이들은 이것을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용도로 확대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블로그에 그리스로의 유학이나 이주를 앞두고 질문을 해오셨던 분들이, 막상 그리스에 터전을 마련한 후의 반응은 참 다릅니다.

한쪽 반응은 "역시 올리브나무님 말씀대로 인종차별을 길거리에서도 느끼고 해변에서도 느껴요. 정말 불편하네요" 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보다 인종차별을 못 느껴서, 사는데 불편함이 크게 없는데요?" 입니다.

 

자...그럼 왜 어떤 사람은 인종차별을 심하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인종차별을 별로 느끼지 않는 걸까요.

같은 동양인이고 외모가 아무리 서구적으로 생겼다 해도 동양인이라는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닐 텐데 말이지요.

 

그리스에서의 인종차별, 왜 누구는 느끼고 왜 누구는 덜 느낄까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내가 어느 집단에 속해, 어느 생활권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느냐' 에 따라 인종차별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스가 인종차별이 공공연한 지역이다 보니 이곳의 동양인, 혹은 흑인, 혹은 피부색은 백인이지만 이민자라 차별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더 강하게 뭉쳐 사는 경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집니다. 자신들이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도리어 그리스인들을 배척하고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가 사는 것이지요. (실제 그리스 내에서는 같은 백인이어도 주변 경제 약소국인 알바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에서 온 이민자들에 대한 배척 역시 심한 편입니다. 이는 물론 이들 중 불법체류하며 그리스인들에게 약탈을 가하거나 피해를 입혔던 전례가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그리스인들과 어울려 학교를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한다고 해도 개인생활을 할 때 일단 자신들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크게 차별을 느끼는 일도 적고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그 세계 속에서 함께 극복하며 해소가 되는 것입니다.

위의 독자 분께서 질문하신 동양인들도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그리스에 유학 또는 이민 온 한국인이라고 해도, 만약 한국인들과 주로 만나서 생활하는 생활권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나라 출신 이민자들과 함께 사생활을 공유하는 생활권에 살게 된다면, 인종차별을 느끼는 빈도가 확실히 줄어드는 것입니다.

또한 주부보다는 학생이, 학생보다는 직장인이나 사업가가 인종차별을 더 많이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스인들의 사회 속에 들어가는 깊숙함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종차별은 '사람을 만나는 환경이나 성향'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꼭 만나야 하는 사람만 만나고 살아갈 수 있는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면, 인종차별을 느끼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특히 그리스는 가족문화가 중요한 곳이니 그 가족문화에 대한 노출의 유무, 가족문화에 노출되더라도 처한 환경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아테네에 계신 어떤 분은 인종차별로 괴로웠다는 댓글을 남기셨는데, 이분의 경우 한국인이 전혀 없는 그리스인들 사회 속으로 들어가서 생활하게 되신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같은 아테네에 있더라도 어떤 분은 생각보다 그리스에서 인종차별을 못 느낀다고 하셨는데, 이분은 한국인들 사회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종차별을 느낄 상황이 덜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경우는 제 3국에서 그리스인과 만나 결혼을 해서 그리스로 이민 오신 한국인이셨는데, 이 경우에도 인종차별을 많이 못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이분은 배우자의 그리스인 가족들과의 왕래도 적었고, 평소 제3국에서 온 다른 친구들과 주로 교류를 하는 분이셨습니다.

  

이런 이유로 생각해본다면, 제가 처한 환경이나 생활권은 인종차별을 더 심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리스인들 속에서만 생활하고 큰 가족문화에 속해 있으며 업무적으로 은행이나 관공서를 들락거리며 그리스인들과 부딪쳐야 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내는 딸아이 반 아이들 엄마들도 모두 그리스인이고 그밖에 업무적으로 친구가 된 사람들도 모두 그리스인입니다. (반 엄마들 중 폴란드인 엄마, 알바니아인 엄마와 친해지려고 여러 번 시도를 했는데 이들은 위에 말한 이유로 이들끼리의 결속력이 높아 그리스인들 보다 더 저를 받아들이길 불편해했습니다.)

또한 블로그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 두고 온 사업을 원격으로 해나가는 과정에서 "네가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면서 한국을 뭘 안다고 그러냐." 라는 식으로 '한국에서의 제가 살아왔던 경험에 대해 통으로 부정 당하는' 역차별을 받을 때도 있기에, 이런 서러움이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떻든 그리스인들은 친구되는 것이 어려운 사람들은 아니고, 일단 친구가 되고난 후에는 절대 인종차별을 하지 않으므로, 이런 당당한 정면돌파가 거듭될수록 그들이 저에 대해 익숙해져 받아들이게 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적어도 딸아이 반 안에는 딸아이를 인종차별하는 아이가 이제는 없는 것입니다. 친구와 가족에 대한 의리가 중요한 국민성 때문입니다.

 

 그리스 인종차별, 한국의 계급차별과 과연 다를까

 

그런데 이런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한국의 인종차별보다 (물론 한국 내에도 분명 인종차별이 존재하지만, 많은 개선안이 사회단체를 통해 모색되며,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한국의 계급차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정의한 계급차별이란 학력, 지위, 재력, 신분, 출신 지역, 외모 등의 판단 기준을 놓고 기득권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을 공공연하게 등급별로 나누어 차별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한국의 결혼정보회사에 수 많은 등급이 존재하고, 한국 학교에 심각한 왕따 문제가 있는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그리스도 계급차별이 있긴 하지만 크게 존재하는 곳은 아닙니다. 직업이나 학력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문화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 예로 그리스인 친구들의 생일 파티에 가보면, 그곳엔 그 친구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다양한 업종, 다양한 학력, 다양한 지역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의사와 공고를 졸업한 기술자가 결혼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변호사와 중졸의 사업가가 결혼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모두 함께 잘 어울리고 배우자의 친구들까지도 서로 친하게 지내는 데에 무리가 없습니다. 이런 것이 이상하지 않으니 드라마 소재가 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엔 유교적 신분제도의 개념이 마치 현재에 까지 존재하기라도 하듯,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여러 기득권의 계급들에 의해 상대를 무시하고 또한 열등감과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경험적으로 둘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운가 생각해본다면, 인종차별이 훨씬 더 고통스럽긴 합니다.

아무리 경제강국으로 갈수록 구조적으로 소위 말하는 레벨이란 것을 단숨에 뛰어오를 수 없고, 정보력 없는 성실성만으로는 방법이 없다고는 하나, 이 레벨이라는 것은 발전시키에 전혀 불가능 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들 중에 뒤늦게 공부를 더 하는 만학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많은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 일 것입니다.

이에 비해 인종차별은, 이미 이렇게 태어난 내 국적이나 외모를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고, 하고 싶지도 않다는 부분에서 절망감을 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인종차별이, 인종차별을 받지 않는 환경으로 들어가 그것을 피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해서 극복할 수 있듯, 계급차별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계급차별을 느끼는데, 그게 정말 괴롭고 상대적 빈곤감을 불러들인다면, 그것을 피해 내가 어쩔 수 없이 만나는 환경을 제외한 모든 사적인 환경을 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그 안에서 서로 위로하고 협력하며 살아가거나,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면 정면 돌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면 돌파해, 당당하게 서려 하면 분명 반대급부가 발생하지만 그런 반대급부 때문에 내 정체성이 부인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계급차별을 피해 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정신건강을 위해 비겁한 일은 절대 아닐 것이고-어쩌면 살기 위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면 돌파를 한다고 해서 꼭 내 계급을 상승시키거나 감추려 들며 억지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부족함이나 독특함이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것을 잘만 활용하면 가장 큰 무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를 차별하는 사람들 속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 어떤 지혜로운 방법으로 얼마나 당당할 수 있느냐'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로도스의 유명한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스타니, 라는 프랜차이즈의 한 여성을 소개합니다. 

로도스 내에만 7개의 프랜차이즈를 둔 이곳은 유기농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곳인데, 회사 임원진은 모두 터키인입니다. 회사 대표이사가 터키 이민1.5세이기 때문인데, 이 자녀들은 이름만으로도 터키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분명히 터키인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그들의 사업을 제대로 구축해,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가장 싫어하는 이민자인 터키인으로서 살아남은 경우입니다. 이곳의 젊은 가족 경영진으로 있는 터키인 여성은 SNS에 1,700명이 넘는 그리스인 인맥을 갖고 있을 만큼 그리스인들 모임, 파티 어디에나 불려 다니는 '인기인'입니다.

그녀가(왼쪽) SNS에 공개적으로 올린 사진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그녀와 알고 지내기에 대화를 나누어 보면, 그것은 비단 그녀의 재력 때문만은 아니구나 싶습니다. 그녀의 늘 밝고 당당하며 건강한 태도가 이민자로서의 그녀를 그런 자리에 있게 했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이 지역 그리스인들로 하여금 터키인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차별받고 부딪히며 수고한 우리들.

남이 나를 차별한다고 나까지 나를 차별해 깎아 내리지 말며, 나에게 오늘도 잘 했다고 칭찬 한 마디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닥토닥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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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그리스의 인종차별과 한국의 계급차별에 대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문화' 라는 공통점을 찾아 쓴 글이지, 한국 자체를 무조건 비방하려고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본문에도 밝혔듯, 제 정체성이 한국인이고 거기에 당당한 제가 한국 자체를 무조건 비방할 이유가 없습니다.  

* 반말, 막말, 예의 없는 난독성 댓글은 삭제, IP차단, 신고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아래 댓글로도 썼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아 다시 글을 좀 남깁니다.
 저도 인종차별에 대해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 주변에 한국인들이 있었다면?
 저는 그 속으로 당연히 섞여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래 말씀하신 cris님이나 다른 이민자분들의 심정을 백번 이해한답니다. 당연한 말씀이신 게, 피할 수 있는데 뭐하러 맞서겠어요~ 같은 동포끼리, 혹은 다른 국가의 이민자들끼리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축복인 것이지요...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답니다...

 저는 다만 그렇지 못한 환경에 어쩔 수 없이 처했기에,(제가 한국 영사관에서 로도스에 한인이 저 혼자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절망감이란...그렇다고 다른 한인을 데리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00년 넘게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시댁을 바꿀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니 말이지요...) 그렇다고 제 상황에 대해 비관만 하고 우울하게 살 수 없기에 이런 당당한 태도로 살아가려고 한다, 라는 면에 대해 쓴 것이랍니다. 그래서 오해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계급차별에 대해서, 저는 10년 넘는 사회생활 동안 인종차별에 비해 훨씬 덜 힘들었다고 느꼈는데, 이유를 생각해보니 계급차별을 받아왔고, 부당한 관료주의에 의한 요구들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수행하면서도, 제겐 동료들이 있었고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더라고요.

 맞설 때 맞서고 피할 때 피하고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에 계신 분들 중에도 그 계급이 올라가면 올라갈 수록 분명 외롭고 그 상황에 피할 곳 없이 맞설 수 밖에 없는 분들도 계실 거라는 생각에서 쓴 글이랍니다.

 그리고 위의 터키 친구는 성공한 이민자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녀를 정체성이 뚜렷하고 당당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녀와 그녀의 집안이 터키의 전통을 잘 지켜나가면서도 이 사회에서 우뚝 선 사람이기 때문이었어요.
 당장 이름만해도 그냥 그리스식으로 지었다면 차별 받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을, 그리스인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줄 알면서도 집안 이민 2세 3세 까지도 모두 터키식 이름을 쓰고 있더라고요. 물론 명절을 지내는 방식이나 그들의 모든 예법도 다 지켜나가고 있어서 참 대단하다 싶었어요. 그 가족 중 하나가 남편의 친구라 자세한 집안 내막을 알고 있답니다.

 제 글에 대해서 혹시라도 오해하시고 서운하시거나 속상하신 이민자들, 한국인들이 없으셨으면 좋겠네요.~